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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 인종학살 방지 명령:
이스라엘에겐 정치적 타격, 팔레스타인을 위해 계속 모이자

국제사법재판소는 결정을 강제할 힘이 없다. 거리·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키워야 한다 ⓒ조승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인을 그만 살해하라고 명령했다. 26일 금요일 재판부는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 행위를 막기 위해 “수중의 모든 수단으로 조치를 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선동하는 것도 “예방·처벌해야”하고,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수적 서비스와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 “즉각 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종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볼 만한 합당할 이유가 있다는 재판부의 이번 결론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스라엘의 정치적 패배다.

또, 재판부는 이스라엘이 야만적 행위를 자행했다는 혐의 제기에 대해 이후 이스라엘이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결정은 본안을 다루는 동안 긴급 조치를 취해 달라는 남아공 정부의 요청에만 답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인종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증거는 넘쳐나지만, 최종 판결까지는 십중팔구 수년이 걸릴 것이다.

재판부가 휴전을 요구하지 않은 핵심 이유는 그 집행 책임이 유엔 안보리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국과 십중팔구 영국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추라는 촉구에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다.

그리 되면 인종 학살의 책임이 이스라엘 정부에서 서방의 후원자들로까지 번질 것이다. 재판부는 그런 일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은 분개하고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결정은 전 세계 수많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에게 그들이 옳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속해서 살육을 벌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그 어떤 전쟁보다도 정의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고 “앞으로도 스스로를 계속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학살과 인종청소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알자지라의 하니 마흐무드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이곳에는 실망과 분노가 많습니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이 기다린 것은 이 끔찍한 참상을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어지는 폭격으로 대부분 살던 곳을 떠나오고 무엇보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한 단 한 마디를 기다렸습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멈추길 바랍니다. 이들은 지치고 탈진했고, 집으로 돌아가 살아남은 가족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이런 바람을 이뤄 주지 않았습니다.”

서안지구 라말라의 시의원 루브나 파르하는 이렇게 말했다. “남아공이 소송을 제기한 것에 감사하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은 즉각 휴전이었습니다.”

점령 상태인 서안지구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착자들의 공격을 “더 악화”시키고,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정착자들 사이에서 더 키울 것이라고 파르하는 말했다.

남아공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아홉 가지 긴급 조치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중 6개를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소송 관련 증거를 보존해야 하고, 국제사법재판소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조처들에 대한 보고서를 한 달 안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은 형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만 재판소 자신은 이를 강제할 힘이 없다.

투쟁의 핵심 전선은 거리와 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더 키우는 것이다.

공정한 국제법이라는 신화에 기대를 걸 것이 아니라 조업 중단, 파업, 도로 봉쇄, 대규모 행진, 점거를 핵심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국제사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서방은 계속해서 무기와 돈, 외교적 지지를 제공했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을 위한 투쟁은 단지 휴전을 요구하는 투쟁이 아니다. 살인과 강탈을 기초로 건국된 국가이자 세계 자본주의의 중요한 지역에서 제국주의의 전초기지 구실을 하는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 자체에 문제 제기해야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무엇을 명령했나

  • “15대 2의 표결에 의해(반대는 이스라엘과 우간다) 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의무에 따라 수중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음을 예방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 A) 그 집단의 구성원을 살해하는 행위, B) 그 집단의 구성원에게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행위, C) 그 집단의 전부나 일부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생활 조건을 그 집단에게 강요하는 것, D) 그 집단 구성원의 출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는 것.”
  • “15대 2의 표결에 따라 이스라엘 국가는 즉시 자국 군대가 위 사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16대 1의 표결에 따라(반대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국가는 수중에 있는 모든 수단으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집단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인종 학살을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선동하는 것을 예방·처벌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 “16대 1의 표결에 따라 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이 직면한 악조건을 해결하는 데 긴급하게 필요한 필수적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되도록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 “15대 2의 표결에 따라 이스라엘 국가는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 집단 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행위에 관한 혐의 제기에 관한 증거를 보존하고 증거 파괴를 예방할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 “15대 2의 표결에 따라 이스라엘 국가는 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취한 모든 조처에 관한 보고서를 이 명령을 내린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본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