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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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카위
자 르카위 사망 직전까지 부시는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었다. 하디타 학살이 폭로됐고, 관타나모 수용소에서는 3명의 재소자가 자살했다. 미군 사망자 수는 2천5백 명에 육박했다. 지지율은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고, 11월 중간선거 승리는 완전히 물 건너가는 듯했다.
당연히 자르카위 사망 소식은 부시에게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단비가 왔다 해서 가뭄이 끝나는 건 아니다.
사실 부시 자신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자르카위 사망 직후 그는 “저항과 테러는 계속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 만, 부시 처지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자르카위의 죽음을 이용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5일과 16일 공화당이 의회에서 펼친 공세 ―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존 A 뵈너) ― 는 바로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에서 거둔 성과는 그리 대단한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민주당의 약점 ― 전쟁과 점령 자체가 아니라 그 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문제삼는 것 ― 을 고려할 때 공화당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애초 그것은 ‘논쟁 아닌 논쟁’이었다.
반면, 부시와 공화당이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을 상대로 이라크 정책 지지를 설득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자 르카위 사망으로 부시의 지지율이 크게 반등할 것 ― 비록 곧 다시 떨어진다 해도 ― 이라는 대다수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부시의 지지율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뉴스의 합동 여론조사에 참가한 미국인의 54퍼센트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군의 1년 내 철수를 주장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대중은 이라크 문제에 관해 확고부동한 결론에 도달했다. ‘군대를 돌아오게 할 방법을 찾자’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워싱턴포스트〉6월 17일자)
이라크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은 여론의 추세를 되돌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라크 상황의 근본적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후 세인이 쫓겨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점령군은 전체 영토의 극히 일부분만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 물 위에 떠 있는 얇은 기름막처럼 이라크 국민들 위를 이리저리 떠다닐 뿐이다.”(〈인디펜던트〉의 패트릭 콕번 기자)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남부의 시아파 지역들도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고, 바스라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 반면, 연합군 참가국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상군이 더 필요하지만 모병 실적은 기록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이라크에 남아 있는 병력이 받는 스트레스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것이 하디타 학살 같은 미군 만행의 배경이 되고 있다.
자 르카위의 죽음은 이런 상황의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CIA의 보고에 따르더라도, 자르카위 같은 외국 출신 테러리스트들이 전체 저항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퍼센트 정도다. 매주 평균 7백여 차례의 교전 가운데 20~25건 정도만이 외국 출신 테러리스트들과 연관돼 있을 뿐이다.
결국 부시가 이라크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남은 일은 패배를 면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이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 들 것이다. 오직 이라크 민중의 저항과 결합된 강력한 국제 반전운동만이 이러한 야만을 멈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