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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휴전 결의안 채택:
라파흐 지상전 앞둔 이스라엘에 이데올로기적 타격

3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4개국이 찬성했다.

이스라엘에 불리한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될 만큼 이스라엘이 외교적으로 고립됐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이번 전쟁 중 안보리 휴전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은 세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도와 왔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스라엘을 비호하는 한편으로, 휴전을 바라는 전 세계 사람들의 분노도 달래야 했을 것이다.

3월 25일 안보리에서 유일하게 기권에 손든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출처 UN Photo

앞서 3월 22일 미국이 제출한 안보리 결의안은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 결의안은 휴전을 요구하지 않는 기만적인 제안이었다(관련 기사: ‘미국, 안보리에 “휴전” 결의안 제출?: 휴전 지지한다면서 휴전 요구하지 않는 위선’, 497호, 3월 24일).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은 알제리 등(한국도 포함) 안보리 비상임이사국들이 내놓은 것으로, ‘라마단 기간 즉각 휴전’을 요구했다. 또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공격을 규탄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걸림돌 일체 해제도 요구했다.

이런 내용은 이스라엘에 불리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굶주림을 전쟁 수단으로 삼고, 피란민 140만여 명이 몰려 있는 라파흐에 지상군 공격을 실행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 길라드 에르단은 이번 결의안 채택을 비난했다. 반면 하마스 측은 유엔 결의안 채택을 환영했다.

구속력

그렇지만 이번 안보리 휴전 결의도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막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올해 라마단은 4월 9일 끝난다. 설령 안보리 결의가 이행돼도 10여 일 남짓의 일시적 교전 중지에 그치는 것이다. 이것이 “지속적인 휴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결의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가해질 제재 조치가 명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안보리의 휴전 결의를 따르지 않아도 유엔은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번 결의에 “구속력이 없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이번에 안보리 결의안 작성을 주도한 비상임이사국들은 사전에 미국 측과 내용을 조율했다.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내용이 완화된 것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불리한 유엔 결의를 숱하게 무시해 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또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대이스라엘] 정책의 변화”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실 미국이 이스라엘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령 2016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미국의 기권 덕분에 채택된 바 있다. 물론 이스라엘은 정착촌 건설을 강행했고, 미국은 그런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금 이스라엘의 지상군 라파흐 투입이 커다란 역풍을 맞을까 봐 염려하지만, 이스라엘을 비호하며 무기를 계속 대 주는 데에선 흔들림이 없다. 강한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패권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