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휴전 결의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막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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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스라엘의 테러에 무기와 재정을 계속 댈 것이라고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황급히 확인시켰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존 커비는 3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의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 표결에서 미국이 기권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언론에 노골적으로 말했다.
“우리는 여전히 이스라엘 편이다. 우리가 행사한 표가 우리의 정책 변화를 뜻하는 것이 절대, 절대 아니다. 이 결의에는 구속력이 없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는 것이다.”
커비는 이 결의가 “휴전과 포로 석방이 연계돼야 한다는 우리의 견해만큼은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커비는 기자 한 명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과 내가 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는 이스라엘에 장비, 전쟁 수행 능력, 무기 체계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
유엔의 실질적 집행 기구인 안보리가 3월 25일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영국이 중국·러시아와 함께 이 결의안을 지지하고 미국이 기권한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끈질기다는 것과, 지배계급이 아래로부터 받은 압력을 반영한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에 하마스를 말살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박살 냈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효율적인 살상·억압 능력에 찬사만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항이 너무 강력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없었다면, 바이든이나 영국 총리 리시 수낙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걱정하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국 내 반대 여론이 크기 때문에 미국·영국 정부 등은 이스라엘의 살해, 기아 조장, 인종 학살에 대해 자신이 뭐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미국은 이전에 세 번의 결의안과 한 번의 휴전 촉구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져 거부권을 행사했다. 학살에 찬성 투표하고 인종 학살에 청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고 여겼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 결의안 통과가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는 예정돼 있던 이스라엘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취소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전투를 중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하마스를 분쇄할 것이며 마지막 포로가 귀환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 이츠마르 벤그비르는 아니면 말고 식 거짓말을 계속 쏟아냈다. “유엔 안보리의 결정은 유엔이 유대인 혐오적이고, 유엔 사무총장이 유대인을 혐오하고 하마스를 부추긴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적들 사이에서 불화가 생기는 것은 도움 되는 일이다. 하지만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고통이 멈추거나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되지도 않을 것이고, 유엔이 이런저런 결정을 한다고 해서 꼭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이번 결의는 “라마단 동안 모든 당사자가 존중하는 즉각적인 휴전을 하고 이것이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지게끔 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모든 포로를 무조건 즉각 석방”할 것도 촉구했다.
결의안에서 말하는 휴전은 하마스의 포로 전원 석방을 전제로 한다고 이스라엘이 주장할 여지를 준 것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은 이스라엘이 휴전을 모색하고 인도적 지원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그러지 않는다 해도 미국·영국은 네타냐후에게 계속 돈과 미사일을 댈 것이다.
전투가 일시 중지된다 해도, 이스라엘은 라마단 기간이 끝나는 4월 9일 또는 10일부터 살육을 재개할 준비를 갖출 것이다.
3월 25일 월요일 안보리 회의에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하마스가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역겨운 말을 늘어놓으며 하마스 전투원들이 “터널에 웅크리고 숨어 있다”고 모욕했다.
그러나 평화의 진짜 장애물은 시온주의자들의 테러이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억압이며, 이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다.
러시아는 결의안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이라는 말을 “항구적”이라는 말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문구로는 이스라엘이 얼마든지 공세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수정안은 부결됐다. 미국은 이에 반대했고, 영국은 기권했다.
미국의 여전한 입장은 이스라엘이 “자위권”이라는 미명하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학살하도록 지지해 주는 것임을 보여 준다.
유엔 안보리의 이번 표결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미국의 반응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이 더 많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과 함께 중동 전역의 노동자·빈민 투쟁과 (친)제국주의 나라들에서의 대중 투쟁도 벌어져야 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테러가 계속 자행되면 이번 주 요르단에서 분노에 찬 시위가 벌어진 것처럼 중동 전역에서 저항이 더 벌어질까 봐 우려한다.
그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자.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상층부에서의 술책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저항에 기반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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