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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투지와 활력을 뿜어내다

4월 6일 오후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와 행진이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이스라엘은 182일 동안 참혹한 인종학살을 자행하고도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굳건히 지원하는 미국의 국제적 고립이 심해지고 있다.

집회 전날인 5일에도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전쟁 범죄의 책임을 묻고 대(對)이스라엘 무기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역시나 미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투지를 불태우며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꺾이지 않는 저항에 연대해, 특히 요르단과 이집트에서 시위가 분출했다. 미국에서는 “Genocide Joe(인종학살자 조 바이든)”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대가 바이든의 선거 유세를 따라다니며 항의 시위를 벌이고, 영국에서는 수십만 규모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4월 6일 오후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 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열린 사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손도장으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그리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직접 만들고 있다 ⓒ조승진

이런 상황 속에서 열린 이날 집회와 행진은 자신감과 투지가 두드러졌다.

집회 시작 한참 전부터 광화문 D타워 인근은 마치 새학기 캠퍼스처럼 활기가 넘쳤다.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운영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은 쉴 새가 없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이 직접 그린 스케치에 함께 색을 채워 그림을 완성하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돋보였다.

매주 집회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 쿠피예로 두건을 만들어 한국인 친구에게 씌워 주는 팔레스타인인, 통성명하고 SNS ‘맞팔’을 하는 사람들 등, 매주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결연한 마음으로 새롭게 합류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졌다.

4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6개월

집회가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일제히 연단에 집중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가 발언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6개월은 살인·학대·위협·체포·기아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세계 최악의 학살자임이 만방에 드러났습니다.

“또 지난 6개월은 아랍 안팎의 국가들이 이 학살극을 방기하고, 미국 등 서방이 학살자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은 누가 진정한 정의의 주인인지 분명히 드러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르단·이집트·튀니지·알제리·예멘 등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러나 감사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 나라 정부들이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하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대가 이란과 무슬림형제단의 첩자라고 비방합니다!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은 서안지구·가자지구·동예루살렘 등 점령된 팔레스타인의 독립이라는 임무를 결코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상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분출하는 ‘인티파다(항쟁)‘로 이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6일 오후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중학생 이채현 님이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바로 다음으로 발언한 중학생 이채현 님은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울림을 안겨 주었다.

“‘여러분에게 꿈이란 무엇입니까?’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그 아이들은] ‘부모님이 다시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 ‘동생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하고 답했습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고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이 전쟁을 굳건하게 이겨내려는 뜨거운 열정을 보였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빛내며 살아갑니다. 어떻게 이렇게나 큰 어려운 일을 겪고도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요?

“일곱 살이든 일흔이든, 기독교 신자든 무슬림이든, 여자든 남자든, 한 명이든 만 명이든 오늘은 한 목소리로 가자지구의 훌륭한 아이들을 위해 함께 외칩시다. Free Free Palestine!“

4월 6일 오후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미국인 무슬림 여성 사미아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다음으로 발언한 미국인 무슬림 여성 사미아 씨는 “팔레스타인 해방은 우리 모두의 도덕적 책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에서 저지른 학살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참극이었습니다. 의료진·피란민 수백 명의 시신이 조각나고 으깨지고 불탄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칠 줄 모르는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보며 무력감에 빠지고 다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유혈을 멀리 떨어진 편안한 집에서 보는 우리가 어찌 감히 패배감에 젖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불의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서방 제국주의의 위협에 맞서 함께 투쟁합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을 기리며, 76년 전 제주 4·3 항쟁을 기리며 말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우리에게는 해방과 정의를 향한 갈망이 있습니다. 함께 투쟁합시다. ‘단결한 민중은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합시다.”

4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열린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노동자연대 김승주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가는 역사에 그 어느 때보다 큰 획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더 파괴적이고 악랄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이 전쟁에서 사기를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이스라엘은 더 고립될 뿐입니다.

“이스라엘 내에서 정치 위기가 심해지[는 것은] ... 이스라엘이 전 세계의 분노와 증오를 사면서도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운동을 봅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이 굳건하고, 요르단에서 전투적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이 시위가 이집트 시위대에게, 그리고 미국·영국·한국 등 전 세계 운동에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에게는 위협이고, 우리에게는 희망입니다.

“이스라엘을 무릎 꿇릴 때까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거리로 나옵시다!”

4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가자지구 전쟁 6개월 4.6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승진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집트인 엘겐디 씨도 요르단·이집트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찬양했다.

“군부 독재하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가한 모두와, 이 시위를 주최한 이집트언론노조에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집트 정부에 요구합니다. 시위 직후 체포한 시위 참가자들을 전원 석방하라!

“요르단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포위하고 연일 시위를 벌이는 형제 자매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요르단 정부는 체포한 청년들을 전원 석방하라!

“모로코·튀니지·예멘·스웨덴·말레이시아·파키스탄·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형제 자매들이여, 우리 모두는 당신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당신과 함께 절규합니다. 그리고 그 절규를 전 세계에 전할 것입니다. 끝까지 연대합시다!”

발언이 모두 끝나고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를 지속할 것을 다짐했다. 반년 동안 함께 연대 운동을 벌인 단체·개인들을 대표해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 전국공무원노조 동작구지부 허필두 사무국장, 한국외대 동아리 ‘왼쪽날개’ 제한비 학생, 팔레스타인인 나심, 이집트인 엘겐디 씨가 성명을 낭독했다.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인티파다! 인티파다!”

중동·아프리카·유럽·북미·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거리 행진에 나서자, 쩌렁쩌렁한 구호가 종로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인티파다! 인티파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의 우렁찬 향도와 이집트인 청년들의 힘찬 북소리가 행진을 이끌었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승리를 염원하는 손가락 브이(V)와 다양한 구호가 적힌 팻말을 치켜들고 한국어·영어·아랍어 구호를 연호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에 진심임을 드러내 보였다. 리플릿 반포와 현수막 들기에 직접 나선 자원봉사자들, 손수 뜨개질해 만든 팔레스타인 깃발을 매달고 소고를 두드리며 행진하는 대학생, 팔레스타인 깃발 옷을 입은 반려견과 함께 행진하는 사람들, 행진 내내 구호 박자에 맞춰 부부젤라를 부는 사람들, 동료와 제자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인증샷을 모아 들고 행진하는 교사들.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행진 대열의 구호를 따라 외치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를 보내고 있다 ⓒ조승진

활력이 넘치는 행진은 가는 곳마다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벅찬 표정으로 구호를 따라 외치는 외국인들,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시민들이 참가자들의 힘을 더욱 북돋웠다.

나들이 인파로 가득한 명동 거리를 통과하며 행진 대열은 더 불어 있었다. 대열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다다랐을 때 참가자 500여 명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집회가 마무리되면서 팔레스타인 노래 ‘Dammi Falastini’(‘내 피는 팔레스타인’이라는 제목으로, 팔레스타인인 가수가 아랍권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가 나올 때는 즉석에서 흥이 넘치는 한마당이 벌어졌다. 아랍인들이 노래에 맞춰 아랍권 전통 춤 ‘답케’를 추자, 다른 모든 참가자들이 둥글게 모여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며 호응했다. 연대의 기운을 북돋는 축제와도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참가자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며 다음 집회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반년 동안 굳건히 이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계속돼야 하고, 더 커질 수 있다. 4월 13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제30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도 다 함께 참가하자.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4월 6일 오후 행진으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도착한 행진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