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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약물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언론은 오남용되는 약물로 펜타닐이나 프로포폴을 주로 언급하지만 사실 그 목록은 더 광범위하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진정제, 진통제, 수면제, 각성제, 체중감량제 등.

약물 오남용의 피해자는 주로 노동계급이다.

노동계급 사람들이 치료, 재활,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계급 사람들은 실업, 생계 등의 경제적 문제와 전세 사기, 성차별 등의 불평등 문제로 신체적, 정서적 고통에 주로 시달린다.

그래서 한때는 일본, 독일 등에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나 암페타민 같은 각성제를 장시간 노동이나 전투력,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합법적으로 판매하거나 지급했다.

대체로 자본주의는 각성제에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카페인은 널리 이용된다. 약국에서 카페인무수물(펜잘)을 사지 않아도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24시간 여러 형태로 카페인을 구할 수 있다.

ADHD 치료제로 처방되는 암페타민(애더럴)도 미국에서 학생과 노동자들의 각성제로 널리 오남용되고 있다.

점점 더 압박과 불안이 심해지는 사회 조건 때문에 항불안제(자낙스)도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은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항우울제 프로작은 승인 과정에서 악명 높은 비리가 있었지만, 가장 많이 팔렸다.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는 거대 제약 회사들의 큰 수입원이다.

압박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신 건강 문제는 여전히 개인의 약점이나 결함으로 간주되곤 한다.

사람들은 체제가 가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그래서 한국의 우울증 발생률은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인데도 치료율은 최하위다.

자본주의는 정신 건강 역시 주로 약물 치료로 접근한다. 하지만 그 약들은 예상보다 더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존성 때문에 불안과 우울감이 악화되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자본주의가 정신 건강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탈정치화돼 있거나 미봉책에 가깝다.

정신적 고통의 징후를 확인했지만 원인이 직장 내 위계와 경쟁, 착취가 강화된 탓이라면, 화학적 치료는 어떤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가장 많이 오남용되는 약물은 체중감량제일 것이다. 한의원과 병의원에서 많이 처방하고 인터넷과 약국에서도 “다이어트약”을 팔고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원래 당뇨 환자를 위한 주사제지만, 현재 체중감량제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도 곧 수입될 예정이다.

제약 회사들은 한 번에 치료하는 약보다 평생 사야 하는 약을 만들어 팔길 원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위고비, 오젬픽도 다른 체중감량제들과 마찬가지로 약을 끊으면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고 한다.

대안

노동계급이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제대로 된 치료와 휴식, 재활과 회복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산업재해와 직업병, 지독한 경제적 불안정에서 안전하고 자유롭다면 어떨까?

복용할수록 위험할 수 있는 약물들에 대한 오남용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다.

약물 오남용의 유행은 사회적 문제이므로 사회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약물 오남용을 누군가 “선택”할 때조차 불평등, 경쟁, 소외, 억압, 차별, 전쟁 등이 “선택”에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약물 중독은 범죄가 아니라 건강 문제로 다뤄야 한다. 처벌이 아니라 회복과 치료에 자원과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불법 약물이든 합법 약물이든 의존성 약물 사용자들에게 법으로 낙인찍으면 효과적인 치료는 가능하지 않다. 더 위험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몰아넣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