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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 수사:
마약과의 전쟁 정당화 위한 속죄양

경찰이 배우 유아인 씨를 상대로 마약류 투약 혐의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은 그를 비난하는 기사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은 윤석열이 내건 국정과제의 하나다.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장도 따라 외치고 있다.

마약이 “국가적 리스크로 확산하기 전에”,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윤석열) “전쟁하듯 막으면 막을 수 있다.”(한동훈) “마약사범의 뿌리를 뽑겠다.”(윤희근)

정부·여당의 고위층도 가장 강경한 표현들로 마약과의 전쟁을 주문한다.

마약은 공중 보건 문제이지 형사 사법 문제가 아니다 ⓒ출처 United Artists Agency

“대대적으로” “일망타진” “최고 수위로” “강도 높게” “나라가 국민을 지키는 차원의 문제” “마약은 한 나라의 거의 모든 부문에 파괴적 영향을 준다” “지금 그 둑이 터지기 직전”

그러나 윤석열의 ‘마약과의 전쟁’은 오히려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 마약에 대한 사람들의 염려는 이해할 수 있지만, 악당들이 좋은 일을 할 리가 없다.

진짜 의도

윤석열의 진짜 의도를 꿰뚫어 보려면 첫째, 마약 사용이 급증했다는 정부의 주장에 과장이 심한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 점은 본지 기사 ‘윤석열 정부 마약과의 전쟁, 성공할 수 있을까?’에 잘 나온다.)

둘째, 과거 우파 정부들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을 돌아봐야 한다.

1961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군사정부는 “국민 체력을 궤멸하고 사회를 교란시키는” 마약을 ‘국가혁명방해죄’로 다스렸다.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마약을 “3대 사회악”으로 규정했다. 1979년 쿠데타 직후 전두환도 마약을 “사회악”, “사회적 독소”, ‘반민주’, ‘반사회’, ‘반국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 정부는 1989년 마약사범에게 최초로 사형을 선고했고 1990년 “마약과의 전쟁”이란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박정희와 전두환처럼 저항하는 민중과 전쟁을 벌였다.

(우파 정부보다 덜 노골적이었지만) IMF 경제공황 와중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도 마약사범 일제 소탕 기간과 국가보안법 사건 구속수사 기간이 흔히 겹칠 정도로 마약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과거 ‘마약과의 전쟁’들은 모두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기만술이었다.

공공요금/금리 인상, 복지 축소와 부자 감세, 노동 개악,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등 노동자·서민에게 경제와 지정학적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는 윤석열 정부는 그에 따른 사회 불안정과 아래로부터 저항이 걱정될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은 이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억압의 술책이다.

셋째, 세계적으로 마약류에 관한 정부들의 대응은 계급적이고 정치적이다. 멕시코의 PRI·PAN·PRD 정부, 중국 공산당 정부, 미국의 공화당·민주당 정부, 영국의 보수당·노동당 정부 등 세계 어디서나 마약과의 전쟁은 대중에 대한 단속과 억압을 강화하려는 위선적인 수단이다.

윤석열의 마약과의 전쟁에 기대하거나 지지를 보내선 안 될 것이다.

속죄양 삼기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아인 씨를 속죄양 삼고 있다. 경찰이 유아인 씨의 마약 투약 혐의를 처음 공표한 날은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건에 관해 법원이 뇌물죄 무죄 판결을 내린 날이다.

연예인들이 마약류를 더 사용한다는 통계는 없다. 그런데도 마약류 수사에서 연예인이 자주 표적이 된다. 인기 스타를 ‘도덕적 타락’ 운운하며 한순간에 범죄자로 추락시키는 충격 효과, 도덕적 공포 조장으로 대중의 관심사를 사회의 본질적 모순에서 지엽말단으로 돌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권위와 정당성도 키울 수 있다.

한국에서 한번에 가수와 배우를 가장 많이 구속시킨 1975년 대마초 파동도 그랬다.

유신헌법은 1972년 10월 국회를 해산시키고 선포됐다. 이듬해 3월부터 경찰이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했고 대마초를 단속 대상에 지정했다(그전까지 대마초 흡연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독재에 반대하는 학생과 청년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들이 하나씩 금지곡이 됐다.

유신 체제에 대한 저항과 불만이 누적되자, 박정희는 1975년 4월 긴급조치 7호를 발동해 대학 내 군대를 상주시켰고, 곧이어 발동한 긴급조치 9호로 반정부 표현을 일체 금지시켰다. 박정희는 “국민총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대마 사범을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금지곡 가수들을 포함한 대마초 검거 소동이 벌어졌다. 대마초 소지가 사형도 가능한 중범죄가 됐다.

진정한 문제

대마초는 건강에 별로 해롭지 않고 중독성도 약하며 오히려 몇몇 의료적 효능도 있다. 이미 여러 나라에서 비범죄화되거나 합법화됐다.

헤로인, 코카인, 필로폰, 펜타닐 같은 약물 남용은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약물 남용이 늘어나는 건 자본주의 때문이다. 소외와 불평등, 빈곤과 절망이 만연한 자본주의는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도 증가시킨다. 이 때문에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생겨 난다.

그래서 약물 남용은 사회적 문제이고 개인에겐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문제다. 약물 남용을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합당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위험하다.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데 자원을 낭비하지 말고 회복할 수 있게 충분하게 지원을 해야 한다.

마약과의 전쟁은 위안과 치료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오히려 범죄자로 만들어 절망을 키우는 정책이다. 윤석열의 마약과의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을 지키기는커녕 더욱 옥죌 것이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뜨리는 자본주의 체제와 윤석열 정부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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