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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단체의 공공·학교 도서관에서 성교육 도서 퇴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 조처

보수 단체가 "유해도서"라고 비난하는 도서들

최근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들에서 성교육 도서 2500권이 폐기됐다(5월 7일자 경향신문 보도).

폐기 도서 대부분은 지난해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가 “유해도서”로 지정한 141권에 포함된 도서들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공공·학교 도서관에 성교육 및 성평등, 성적 지향과 관련된 도서가 적나라한 성기 표현 등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조기 성애화”를 부추기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열람 제한 및 폐기하라는 민원을 넣는 운동을 벌여 왔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런 민원을 수용해 각 학교에 “논란 도서들을 조처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압박을 느낀 일선 학교들이 도서들을 대량 폐기한 것이다.

지난해 충남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도지사가 보수 단체들의 민원을 수용해 성교육 관련 도서들을 열람 제한 조처했다.

현재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공격은 지독하게도 보수적이고 위선적이다. 보수 단체들이 비난하는 책들에는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아름다운 탄생》처럼 이미 여러 나라에서 아동 성교육 도서로 널리 활용되는 도서도 포함된다.

성교육 책들에서 성기와 성관계, 임신, 출산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대체 왜 문제란 말인가?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애의 하나임을 부정하며 편협한 성 관념과 성소수자 차별·배척을 부추기는 것도 역겨운 일이다.

성교육 책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일부다. 한국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 경험 나이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첫 성관계 경험 나이는 평균 13.6세라고 알려졌다(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2018).

오히려 문제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이 이런 현실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필요에 맞게 솔직하고 구체적인 성교육이 이뤄지기보다는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은 이런 교육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리고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대중매체, 또래 친구들을 통해 왜곡된 성을 배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개방적이고 솔직한 토론과 교육을 통해서 미리 건강하고 평등한 성에 대해 배우는 것이 필수적인 이유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행태다.

더구나 노동자 대중이 독재 정권의 숨막히는 검열에 맞서서 부단히 싸워 온 역사가 있는 나라에서 이런 도서 검열이 이뤄지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방식의 도서 검열은 단지 성교육 도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2015년에도 뉴라이트 단체들이 전국 도서관 어린이·청소년 추천도서가 좌편향됐다고 공격하자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고,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해당 도서를 폐기토록 한 바 있다.

이번 성교육 도서 퇴출 운동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가 추진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을 보수 단체들이 좌초시킨 일을 발판 삼았다(‘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은 민간에서 계속 추진해 2023년에 출간됐다). 이 일은 민주당이 가장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 문제에서도 유약함을 보여 주는 일이었다.

이번에 녹색정의당과 진보당, 주요 여성단체 등은 지난 3월 19일 공동 성명을 내 경기도교육청의 성교육 도서 검열 행위를 옳게 규탄했다.

성교육 도서 퇴출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