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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전공의 파업과 의대 증원 논란:
법원 판결이 어떻든 윤석열은 평범한 환자들의 고통 방치할 것

이번 주에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여부를 판결한다.

대체로 언론은 예측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와 회의록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제출한 연구보고서는 기존에 밝힌 3개뿐이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의 저자들은 이 보고서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대학별 정원을 배분한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도 비밀에 부쳐졌다. 정부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되 직책 등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정작 제출한 자료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대학별 실태조사도 부실했던 듯하다.

이런 이유로 법원이 집행정지를 결정하면 올해 의대 증원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급 등 서민층 입장에서 이는 좋은 소식이 아닐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내놓은 주요 동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말이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진정한 의료 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대 증원 없이 그런 개혁이 이뤄질 수는 없다. 의료 복지에 관한 한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독일이나 일본에서도 의사 수가 부족해 증원이 이뤄진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이 나라들보다 의사 수가 훨씬 부족하다.

현재 맥락상 정부의 패소는 의료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을 기대하지 않는 이들조차 증원 규모 축소 등 어설픈 절충을 지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정부가 승소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전공의들이 판결에 승복해 복귀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부가 대학병원의 의료 공백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집단 사직과 휴학으로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사태에 대처할 수단도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이든 공공병원이든, 사립대학이든 국립대학이든 가릴 것 없이 의료와 의료인 양성을 시장에 내맡겨 온 결과다.

석 달 넘게 이어진 의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췌장암환우회가 현재 치료 중인 30~80대 췌장암 환자·보호자 1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정상 진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는 10명 중 3~4명 수준에 그쳤다. 췌장암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급속히 악화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중증, 응급 환자들은 차질이 없다는 발표와는 달리 공포의 5월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들의 고통에 조금치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전공의들을 압박하겠다며 이들의 고통을 가중할 조처를 내놓고 있다. 대학병원의 인력 부족이 드러나자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기 어렵게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본인 부담을 올리고 일차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 의뢰하는 절차도 까다롭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병원의 현재 진료 공백 상태를 ‘정상’으로 여기겠다는 식이다.

전공의들을 의원에서 수련하도록 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내놨다가 엄청난 반발이 일자 주워 담는 일도 있었다.

“중증, 응급 환자들은 차질이 없다는 발표와는 달리 공포의 5월을 보내고 있다” ⓒ〈노동자 연대〉 자료 사진

노동계급의 일부라는 말의 정치적 의미

그럼에도 좌파는 의사 전체를 싸잡아 구제불능의 집단으로 여기는 오류를 피해야 한다. 그런 관점은 팔짱 끼고 불평이나 늘어놓는 쓸모없는 태도를 낳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좌파는 막연하게나마 전공의들이 노동자와 같은 처지에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의미를 전략 문제로까지 일관되게 발전시키는 좌파는 드물다.

예컨대 최근 발행을 재개한 좌파 언론 〈참세상〉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보건의료단체연합 측 참석자는 전공의들이 노동자라면서도, 그들의 의식이 보수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중요성이나 변화 가능성을 간단히 기각해 버렸다.

그는 첫째, 노동자들이 ‘보수적’ 의식을 갖고 있어도 객관적 조건 때문에 투쟁에 나선다는 점, 둘째 때로는 ‘보수적’ 의식이 현실에 의해 배반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투쟁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점, 셋째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 자신의 의식도 변화된다는 점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또, 그는 지금 전공의들이 의사협회와 거리를 두고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려 한다는 점도 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반발에는 “즉자적” 불만뿐 아니라 계급적 차이에서 비롯한 의사협회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전공의들은 2020년 파업 당시 의사협회가 제 잇속만 챙기고 전공의들의 조건 개선 요구를 외면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대표가 공개적으로 의사협회를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의사협회 회장 임현택이 전공의들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을 노동계급의 일부로 여긴다는 것은 좌파가 전공의들의 주관적 의식보다 그들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개혁을 이룰 아래로부터의 힘 말이다.

비록 전공의들의 요구(의대 증원 반대)가 부적절했을지라도 윤석열 정부의 시장경제 식 개혁 추진에 맞설 힘을 보여 준 것은 전공의들뿐이었다. 반면, 윤석열의 의료 시장화 정책에 반대해 온 개혁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연대체는 기자회견이나 지도부 농성 이상의 행동을 조직하지 못했다.

좌파는 노동자들의 의식 발전이 때로 매우 더디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이에 불평만 늘어놓기보다 (작더라도) 그들의 변화 가능성을 보며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개입하려 해야 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석자의 관점에서는 이런 태도가 보이지 않고 비관과 푸념만 느껴진다. 이런 태도는 불모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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