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회고록(외교안보 편) 출간:
남북 관계 실패에 대해 변명과 책임 회피하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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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외교·안보 경험을 술회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가 나왔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우파 측의 비난이 쏟아졌다.
나경원은 “여전히 김정은 대변인”이라며 문재인을 비난했다. “핵 개발을 합리화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궤변을 아직도 두둔하고 있다.”
반면, 막상 문재인에 대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2019년 북한은 ‘남북 평화경제’를 주장한 문재인을 두고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올해 초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문재인이 “입에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은 흉교한 인간”(이하 구밀복검)이라고 했다.
이처럼 북한은 최근 몇 년간 문재인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숨기지 않아 왔다.
이런 상반된 평가를 받는 것은 문재인과 민주당이 어정쩡한 중도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평화 정책
회고록에서 문재인은 이렇게 말한다. “대화와 평화의 남북 시대를 되살리[고] …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이루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 수준에 이르도록 임기 내에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 싶었다 한다.
문재인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를 임기 5년 동안 4번이나 만났다. 2018년에는 9·19 남북 군사합의에 서명했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8~2019년 진행된 남·북한과 미국의 정상 외교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회고록에서 문재인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것을 무척 아쉬워한다. 이후 남북 관계도 경색돼 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하노이 실패의 주된 원인을 볼턴, 폼페이오 등 트럼프 주변 참모들의 방해에서 찾는다. “볼턴으로 대표되는 네오콘들의 발목 잡기를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서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북한에 결정적 양보를 일방으로 요구해 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당시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트럼프가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악수했다. 하지만 그것은 평화 염원에 부응하기 위한 행위가 전혀 아니었다. 이듬해 하노이에서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각별하게 여겼던 김정은에게 커다란 굴욕을 안겨 준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이라는 맥락 속에서 대북 정책을 다뤘다. 따라서 북·미 대화의 성패는 한반도 바깥의 제국주의적 경쟁에 좌우되고 있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어정쩡한 한반도 평화 정책은 이런 점에서 치명적 한계가 있었다.
회고록에서 그는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조되는 것은 미국과의 공조 필요성이다. “전쟁위기를 빠르게 해소하고 비핵화까지 도달하려면, 미국의 손을 꼭 잡고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중에도 대북 제재를 야금야금 강화했고, 약속했던 한미연합훈련도 중단하지 않았다. 북한 제재를 중국 견제에 써먹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문제들에서 사실상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
바로 그 때문에 북·미 관계가 멈추자 이에 연동된 남북 관계 개선도 멈춰 버린 것이다.
2019년 하노이 실패 이후 북한은 김여정의 담화 등으로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회고록에서 문재인은 이런 비난이 주되게 “미국을 향한 우회적인 불만 표출”이자 우파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빼놓은 게 있다. 당시 김여정의 담화들은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군비 증강에 대한 비난을 비중 있게 다뤘다.
2020년 3월에 나온 김여정 담화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한국이]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F-35]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
이런 불만을 문재인은 회고록에서 언급하지 않는다.
군비 증강
문재인은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바깥의 지정학적 불안정에 군비 증강으로 대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도 안보 문제에선 우파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은 역대 민주당 정부들이 자주국방과 안보 문제에서 우파보다 유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한 국방”이 “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랬다고 한다. F-35 전투기와 글로벌 호크 같은 첨단 무기 도입, ‘참수부대’ 창설, ‘북한 점령 훈련’이 포함된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을 자극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문재인이 신냉전에 휘말리지 말자며 균형 외교를 표방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자고 회고록에서 주장해도 진지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려는 정치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미동맹 강화에 협조하고 군비를 강화하는 선택을 해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가 점차 불안정해지는 데 오히려 일조했다.
문재인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반민족적”이며,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라고 북한에 촉구한다.
그러나 미·중 갈등 심화, 김정은의 트럼프와의 외교적 해결 실패, 그리고 (부차적으로) 문재인의 구밀복검 외교가 북한이 한반도 정책과 문재인 본인에 대한 평가를 바꾼 계기였다. 미국과 더불어 문재인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