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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재임하면서 북·미 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가면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2018년처럼 김정은을 만나 한반도 상황이 호전되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김정은과 다시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향후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 군비 통제에 합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2018~2019년 북·미 정상 외교는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실패로 끝났다.

물론 이 실패를 존 볼턴 같은 미국의 기성 외교·안보 인사들의 훼방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 트럼프의 장남이자 최측근인 트럼프 주니어는 “네오콘과 매파”를 트럼프 2기 내각에 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향후 북·미 대화가 하노이 때와는 다를 수 있다고 기대를 거는 이들이 있다.

진짜 다를까? 트럼프 1기 당시의 북·미 관계를 돌아봐야 한다.

2017년 트럼프 집권 전까지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흔히 미사여구에 그칠지라도 강대국들의 협력으로 유지되는 국제 질서를 지키겠다고 말해 왔다. 그렇지만 그 국제 질서에는 이미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미국의 쇠락하는 패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그러한 국수주의적 발언으로 극우 지지층의 사기를 진작시키고자 했다.

트럼프가 대중국 적대를 본격화하자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의 쟁투는 전보다 격화되고 있었다. 특히 인도-태평양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때 북핵 문제가 불거졌다. 이는 전임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실패를 배경으로 했다. 오바마는 북한 ‘위협’을 자국의 전략을 동아시아에서 관철시킬 수단으로 삼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인) 국제 대북 제재로 북한을 압박했다. 오바마의 이런 “악의적 무시”에 반발하며 북한은 오바마 정부 마지막 2년 동안 잇따라 핵실험을 감행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기 능력을 급격히 키웠다.

그래서 트럼프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려 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그도 문제의 해법을 확실히 보여 주지는 못했다.

2017년 내내 트럼프는 북한을 위협하는 말을 쏟아 냈다. 그해 9월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는 “북한을 철저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일부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이른바 ‘코피’ 작전을 구상했다.

열병식 현장을 타격하려 한 트럼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가 올해 낸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가 회의 중에 “북한군이 열병식을 할 때 북한군 전체를 제거하면 어떨까”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은 미국에도 부담스런 선택이었다.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과 일본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고, 무엇보다 자칫 중국과의 직접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2017년 위기 와중에 어느 한쪽의 오판이나 우연한 계기로 돌발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당시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가 기도하러 성당에 자주 갔다고 썼다. 트럼프의 명령이 “너무 충동적”이어서 매티스의 근심이 컸다는 것이다.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점차 커졌고, 이듬해 봄이 돼서야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부상을 억제하려고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려고 하는 등 중동의 화급한 문제들을 우선 처리해야 하는 처지였다.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며 이목이 쏠렸다.

2018년 싱가포르 회담은 기대를 모았지만, 회담 후 양측의 동상이몽이 금세 드러났다 ⓒ출처 Kevin Lim/THE STRAITS TIMES

그렇게 정상회담은 열렸지만,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었다. “싱가포르 성명에는 … 그 어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항도 담기지 않았다.”(시그프리드 헤커의 《핵의 변곡점》(창비))

이는 트럼프의 선택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북한에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입버릇처럼 자랑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더는 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하에서도 미국의 대북 정책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시키는 것, 특히 중국의 도전을 제압하는 것과 긴밀히 연동돼야 했다. 이 점에서 북핵 문제는 일본·한국 같은 동맹국들을 미국에 더 밀착시키는 데에 유용한 쟁점이었다.

테이블 바깥의 이런 상황이 북·미 대화를 지배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지속했고 심지어 대북 제재도 강화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보낸 친서를 기자들 앞에서 흔들며 종종 자랑했다.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오간 친서들을 분석한 한 전문가는 이렇게 밝혔다.

“대부분의 편지에서 트럼프의 초점은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무를 상기시키는 데에 가 있었다. 트럼프는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자기 쪽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핵의 변곡점》)

그래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보내는 친서에서 점차 불만을 드러냈다.

양측의 이견과 긴장은 결국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의 실패로 이어졌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훗날 회고록에서 자신이 그 회담을 망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과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밥 우드워드에게 회담 결렬이 자신의 의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미 영변 핵시설 포기 의사를 밝힌 김정은에게 핵시설 5곳을 추가로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일방적으로 양보해 온 북한 측이 그 제안을 수용하지 않자,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회담 결렬을 직접 통보했다.

볼턴 등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이었지만,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양보를 강요하며 회담을 파탄 낸 사람은 트럼프 자신이었다.

김정은은 커다란 굴욕을 느끼며 평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북·미 대화는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트럼프가 앞으로 북한을 상대로 어떤 선택을 할지 정확히 예견하기는 어렵다. 머지않은 미래에 그가 김정은을 다시 만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으로서 트럼프가 미국 국가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그 나름으로) 확고하게 추구할 것은 분명하다.

이 점에서 그에게 북한은 대외 정책상 우선순위가 아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들을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전선인 중국과의 대결이 있다.

북한도 2018년보다는 트럼프에게 신중하게 접근할 공산이 크다. 얼마 전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며 핵무기 양산 능력을 과시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 능력이 더 고도화된 데다가,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 관계도 다져 놨다.

따라서 북·미 관계 문제는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해진 고차 방정식이 돼 있다.

트럼프하에서 한반도에 일시적인 긴장 이완은 있을지라도,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불안정 등 제국주의 간 쟁투의 다른 발화점들과 맞물리면 불안정은 오히려 더 증대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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