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의 칸유니스 난민촌 학살을 규탄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7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제44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집회는 최근 도를 더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맞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자리였다.
여러 국적의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집회 장소 인근을 메웠다. 일터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이주노동자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삼삼오오 참가한 대학생·유학생들, 한국인 청년과 노동자들의 눈빛에는 결의가 어려 있었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유학생 라띠파 씨는 “이 집회는 1주일 동안 쌓아 온 분노와 열정을 모두 한데 모으는 자리”라며 자신이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참가자들은 최근 민간인 학살이 벌어진 칸유니스 알마와시의 주민이 보내 온 음성 메시지에 일제히 귀를 기울였다.
“제 이름은 갓산입니다. 데이르 알발라 칸유니스 알마와시에서 인사드립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은 알마와시에서 민간인을 학살했습니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이 안전 지대라면서 사람들을 몰아넣어 천막을 치고 살도록 한 곳입니다. 그래 놓고서 이스라엘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그 난민촌에 살던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수배자들을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둘러댔습니다. 그러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개전 이래 알마와시는 그나마 안전한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파괴당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어린아이, 여성, 노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합니다. 나무, 돌멩이마저 파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엔 산하 학교마저 또다시 폭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명백한 인종 학살을 저지르고 있고, 가자지구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갓산 씨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연대를 지속해 달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위를 이어 가 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노력을 이어 가 주세요.”
이스라엘이 이런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동안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피 묻은 손을 맞잡아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7월 15일 참혹한 인종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 텔아비브 대학에서 케이팝 축제를 열더니, 그 다음 날에는 경기도 성남에서 이스라엘과 기술 협력 행사를 열였다.
집회 사회를 본 김지윤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학살 국가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의 기술 협력을 늘리기 위한 ‘이노베이션 데이’를 개최하고 드론 개발과 무기 기술 협력을 논하는 엑스포를 개최했습니다. 그 자리에 주한 이스라엘 국방무관이 연설하기까지 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에게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집트인 청소년 제나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공모하거나 그 학살을 좌시하고 있는 “강대국들과 정치 세력들, 기관들, 인권 단체 등”에 분노를 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학대와 고문, 학살, 파괴가 9개월 넘게 자행돼 왔지만 전 세계는 아직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신하고 시온주의 점령자들과 수교하는 모든 부패한 정권들과 독재자들, 특히 아랍 통치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소선합창단이 ‘그날이 오면’과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러 집회를 더 풍성하게 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씨를 기리며 설립된 이소선합창단은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서도 연대 공연을 한 바 있다. 합창단의 노래소리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도 간간이 보였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연이었어요.” 라띠파 씨는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거리로 행진을 시작했다. 때마침 환하게 갠 하늘에서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지만, 참가자들은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구호를 외치고 발길을 내딛었다.
팔레스타인인 유학생과 한국인·이집트인 활동가들이 구호를 선창하며 대열을 이끌었다. “인티파다, 인티파다(항쟁, 항쟁)!” 참가자들이 이에 호응해 외치는 “알란나하 인티파다(우리는 항쟁을 선언한다)!” 구호 소리가 을지로의 고층 건물들에 부딪혀 메아리쳤다.
명동으로 진입한 행진 대열은 넓고 좁은 골목들을 누비며 역동적인 행진을 이어 갔다. 대열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철판에서 음식이 타는 줄도 모르고 대열에 연신 ‘엄지 척’을 보내는 노점상, 양손에 들고 있던 짐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어 촬영하는 관광객들이 곳곳에 보였다. 골목길은 행진을 촬영하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열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자 이집트인 활동가가 한국인·이집트인 참가자들의 어깨 위에 올라 구호를 선창해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핸드폰을 들고 대열을 촬영하던 미국인 훌리오 씨와 친구들은 환호를 보냈다. “열기가 너무 뜨거워요. 우리 나라에서도 시위에 한두 번 나가 봤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봐요. 매우 인상적이에요.”
대열은 명동역 앞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구호를 선창하던 활동가는 다음 주 토요일인 7월 27일 오후 2시에 다시 모이자고 호소했다. 또, 8월 15일 열릴 집중 행동의 날 집회를 지금부터 알리자고 강조했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염원하는 집중 행동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날 모두 모여 팔레스타인 독립을 함께 외칩시다. 지금부터 이 행동을 주변에 널리 알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