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이오 카피타노〉: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이주민의 위태로운 여정
〈노동자 연대〉 구독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영화 〈이오 카피타노〉(2023)가 8월 7일 국내에 개봉했다.
이탈리아어 제목을 번역하면 ‘나, 선장’이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을 받았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2008년에도 〈고모라〉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고모라〉는 현재도 활동하는 나폴리의 범죄 조직 “카모라”를 미화 없이 용기 있게 고발한 영화다.(원작 소설의 작가는 카모라의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오 카피타노〉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밀입국하는 이주민들의 실화에 근거했다. 다만, 난민선 선장 노릇을 했던 소년은 영화보다 한 살 어린 15세였다.
영화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를 떠나서 유럽으로 가는 두 흑인 소년의 이야기다.
도중에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 악독한 알선업자(브로커), 무장 반군, 야만적인 범죄 조직을 만난다.
유럽연합과 미국 정부가 국경을 틀어막을수록 이런 흡혈귀 같은 기생 집단의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국경 통제가 낳는 위험
영화는 지난해에 나왔지만, 올해 나온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적시된 위험들이 거의 다 나온다. 폭력, 구금, 고문, 살인, 몸값을 노린 납치, 인신매매, 노예 노동까지.
강간과 장기 적출, 집단 추방과 강제 송환이 나오지 않을 뿐이다.
소년들은 사하라 사막을 건너고, 지중해를 건너서, 이탈리아에 가려고 한다. 지난 십 년간 이렇게 지중해를 건너다가 3만여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사하라 사막 사망자는 추정치도 내지 못한다. 지중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유럽연합이 이들을 막기 위해 세운 철제 장벽과 철조망이 거의 2000킬로미터에 이른다.
유럽연합은 지난해부터 지중해 단속에 막대한 예산을 들였다. 이제 이주민들은 지중해보다 더 위험한 대서양으로 내몰린다.
세네갈 등 서아프리카에서 스페인을 향해 대서양을 건너다가 올해 1~5월에만 5000여 명이 죽었다. 하루 33명꼴이다. 만약 영화를 올해 촬영했다면 지중해가 아니라 대서양을 건너려는 것으로 줄거리가 바뀌었을지 모른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했고, 시간 순서대로 촬영했고, 전체 대본을 배우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실제 이주민 100명이 연기했고 그들의 조언을 영화에 반영했다.
이런 방식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 같은 걸작을 탄생시킨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과 닮았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거의 모든 영화에서 사용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이주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전쟁, 기후 위기, 기아, 불평등 심화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사람들을 이주로 내몬다. 더 나은 삶과 안전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멈출 수도 막을 수도 없다.
따라서 국경과 이주 통제, 강제 송환 등을 강화할수록 난민, 이주민에 대한 사실상의 학살이 늘어날 것이다.
인종차별과 제국주의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극우파 사상은 이주를 위협, 침략, 점령으로 묘사한다. 이주민들이 “원주민 백인” 또는 “전통적 미국인”의 영토를 점령하고, 인구를 대체하고, 문화를 잠식하고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환(인종 대교체) 이론’은 낡은 우생학에 근거한 인종차별적 음모론인데도 이제는 주류 우파 사상이 됐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프랑스 마크롱 정부나 영국 보수당까지 대놓고 말한다.
하지만 이주는 문젯거리나 비정상이 아니다. 우리가 누려 온 발전, 다양성, 긍정적인 것의 많은 부분이 이주가 준 혜택이다.
역사를 뒤집는 헛소리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가난한 이주민들은 유럽과 미국에게 식민 지배나 대량 학살을 당했던 지역 출신이다.
영화의 배경인 세네갈은 아프리카 대륙 가장 서안에 있고 특히 수도 다카르는 서안 맨 끝에 있다. 그래서 300년간 유럽 제국이 벌인 대서양 노예무역의 전초 기지로 쓰였다.
노예무역은 아프리카 전체에 치명적이었다. 1200만 명이 끌려갔고 2500만 명이 대륙 안에서 난민이 됐다. 당시 사하라 사막 이남 인구는 5000만 명에 불과했다. 이런 재난이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쳤다.
야만과 죽음을 멈추려면 국경·이주 통제에 반대하고 난민과 이주민을 환영해야 한다. 그들을 공격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연대와 단결을 건설해야 한다.
〈이오 카피타노〉를 보고 나면, 그것이 매우 절실한 과제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