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민주진보 단일 후보 운동, 어떻게 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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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에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전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인 정근식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 후보”와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이자 뉴라이트인 조전혁 보수진영 단일 후보의 대결 구도가 지배적이다.
정근식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문재인 정부 시절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추진한 정책들을 대체로 계승하겠다는 온건 개혁주의 입장이다.
우파는 십수 년 만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조전혁은 불법적으로 자신의 웹사이트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는(법원이 배상 판결을 함) 등 우파가 펼친 ‘반(反) 전교조’ 공세의 최선봉에 서서 악명을 떨친 자다.
조전혁은 뉴라이트답게 자신의 선거 공보물에서 독재자 이승만과 노동조합을 탄압해 온 이병철·정주영 등을 “자유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의 “영웅들”로 추켜세웠다.
주요 공약에서도 초등학교 지필 평가 부활, 학교 평가 및 결과 공개 등 줄 세우기 경쟁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을 더한층의 살인적인 경쟁과 입시 지옥으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교권 약화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인 양 호도하며 맹비난한다.
뉴라이트
최근 윤석열은 국가기관의 수장 자리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줄줄이 앉히고, 우파적·권위주의적 통치 행태를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과 그 일당을 저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지지는 정근식 후보로 모이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 지역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 지역 노조들과 진보적 시민사회교육단체 1057곳이 지지를 밝혔다.
물론 친민주당·온건 성향인 정근식 후보의 정치 이력과 활동, 그리고 역대 진보 교육감들의 사례를 보건대, 그가 당선된다고 해서 노동계급과 그 자녀들에게 이로운 교육 개혁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전임 조희연 교육감을 계승하겠다고 표방한 것도 미덥지 않은 요인이다.
조희연 전 교육감은 2014년에 처음 당선된 후 교육 개혁 약속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지지자들 사이에 실망감이 커져 왔다. 우파들이 조희연 전 교육감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했기 때문이다.
10월 11~12일에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도 투표율이 낮았다.
민중전선의 논리
한편, 9월 26일에 열렸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정근식 후보를 민주노총의 지지 후보로 심의하는 안건이 의결되지 못했다.(전남 영광군수 후보로 출마한 진보당 이석하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 지지 후보 심의 건도 의결되지 못했다.)
4.10 총선 평가(안)를 놓고 민주당과 비례위성연합정당을 만들어 출마한 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 내 지지 방침 철회와 관련 간부 징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공전돼, 해당 안건과 10월 보궐선거 방침 안건들이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근식 후보를 지지하는 노조 간부 중엔 민주노총의 진보당 지지 철회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반론도 나올 수 있다. ‘진보당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했다는 이유로 지지 철회의 대상이 된다면,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정근식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정근식 후보는 서울 지역의 진보적 제 단체들이 결성한 ‘서울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 경선에서 민주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정근식 후보자는 이력(민주당 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서 활동)도 그렇고 선거 홍보물의 상징색으로 (민주당의 색인)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교육감 선거에는 정당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한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정당이냐 아니냐는 식의 형식적 접근보단, 그것이 지향하는 본질(실체)이 핵심이다.
민주당과의 연대·협력을 통해 선거에 대응하는 전략(마르크스주의적 정치 용어로는 “민중전선 전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내재적인 논리는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진보당 지지 철회파든 철회 반대파든, 전교조 내 활동가들은 진보 교육감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어 위로부터 교육 개혁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이렇게 진보 교육감과의 협력에 기대는 동안 진정한 변화의 동력인 아래로부터의 투쟁력과 조직력은 점점 약해졌다. 그 결과 진보 교육감들의 동요와 후퇴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이처럼 이번 서울시 교육감 민주진보 단일 후보 운동에는 모순과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연대〉 지지자들은 조전혁을 막아야 한다는 선진 노동계급 대중의 정서에 십분 공감해 (또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두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 중인 상황이므로) 정근식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