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팔레스타인 연대 부산·대구 집회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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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1월 24일(일) 오후 2시 30분에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24번째 팔레스타인 연대 부산 집회·행진이 열렸다.(‘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집회 시작 전부터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를 향한 광범한 지지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집회 시작 1시간 전 팔레스타인 깃발을 올리고 가판을 펴고 홍보물들을 배치하기 무섭게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쟁점에 대해 알고 있다. 당신들 말이 맞다, 이스라엘이 너무 지나치다” 하며 지갑을 꺼내 집회를 후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의 도심인 서면에는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도 많다.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고 반가워하며 사진을 찍고 집회가 언제 시작하는지 물었다.
이날 집회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며칠 후에 열렸다. 사회자와 연사들은 모두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집트인 난민 칼레드 씨는 이렇게 연설했다. “ICC 판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승리일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승리입니다.
“전쟁 범죄자들에게서 우리 후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시위합시다.”
부산 팔연사 집회는 참가자가 많을 때나 적을 때나 에너지가 넘친다. 이날도 대열이 크지 않아도 행진을 시작하면 서면 대로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데 모았다. 사람들은 놀라고, 반가워하고, 사진을 찍고, 지지를 보냈다. 박수를 보내는 사람, 주먹을 들어 보이는 사람들, 함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인근 카페에서 행진을 목격하고 바로 뛰쳐나와 대열에 합류한 사람도 있었다.
벌써 스물네 번째이지만 새롭게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한 어느 참가자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부산에서 이런 집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제서야 이 집회를 알게 됐습니다. 이 집회를 준비한 사람들에게 큰 감사를 보냅니다.
“오늘 집회에 참가할 수 있게 돼 기뻐요. 부산에서 집회가 계속된다면 꼭 계속 참가하고 싶습니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집회에 초대하고 싶어요.”
그는 집회 조직자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더 많은 사람들을 초대할 방법을 함께 의논했다.
이번 부산 집회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커다란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또 이 운동이 더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줬다.
정성휘
대구
11월 24일 일요일 오후 3시 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다섯 번째 대구 집회·행진이 열렸다.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집트·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미국·호주·우즈베키스탄 등 무척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과 이주노동자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이전 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친구와 동료들을 더 데리고 온 것이 눈에 띄었다. 경북대학교 유학생들, 이집트인 정치 난민들, 내외국인 노동자들, 경북대학교 홍보전에서 만난 내국인 학생 등이 이번 집회에 새로 참가했다.
주변에서 집회를 지켜보다가 후원금을 모금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지난 집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의 기여가 두드러지고 돋보였다. 참가자들은 발언과 향도뿐 아니라 여러 활동으로 기여하고 활약했다. 영남대학교 교수이자 방글라데시인인 파리하 자한 씨는 집회 내내 영어 사용 참가자들을 위해 영어 통역을 제공했다. 인도네시아인 이주노동자 피라 씨는 부스에서 참가자들에게 손팻말을 나눠 주고 새로 온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집회는 노래 공연과 함께 시작됐다. ‘향토 가수’ 김명숙 씨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더욱 크게 일어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닿기를 바란다면서 지인과 함께 김광석의 ‘일어나’를 불렀다. 참가자들도 한마음으로 노래의 후렴구 ‘일어나’를 함께 불렀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이 첫 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뿐만 아니라 서안지구에서도 끔찍한 만행을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허구한 날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도심 깊숙한 곳까지 침입해 민간인들을 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제 고향 툴카름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안심하고 보낼 수 없습니다. 피란민들은 끊임없는 폭격의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에 맞선 우리의 저항을 계속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계속되는 인종 학살에 사람들이 둔감해지거나 무관심해지는 것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저들이 틀렸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저항을 지속해야 합니다.”
집회 나흘 전인 11월 20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아동의 날이었다. 이스라엘이 살해한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3분의 1이 어린이들이다. 방글라데시인 어린이 마하가 마이크를 잡고, 이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씩씩하고 감동적으로 전했다.
“어린이인 저는 아이들이 매일 살해당하는 것이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힘든 하루를 보내면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집이 없습니다. 저는 몸이 좋지 않을 때 병원에 갑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인들이 병원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저는 슬플 때 부모님에게 갑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정의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거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려고 이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이 시위에 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Free Free Palestine.”
마하의 엄마 샤일라씨도 이어서 발언했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죽임을 당하고, 고아와 난민이 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하면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이 세상이 부끄럽습니다.”
“여론 조작과 프로파간다에 맞서 싸우고,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기 위해서 계속해서 인식을 확산시킵시다. 기도, 기부, 시위·행진 참여, 정부에 편지 보내기 등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합시다.”
마하·샤일라 모녀가 연설할 때 집회 참가자들뿐 아니라 집회 장소 주변을 지나던 많은 행인들도 걸음을 멈추고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이어서 화물 운송 노동자 박점환 씨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욱 키우고 지속해 나가자고 발언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더욱 심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당선 직후에 서울에서 1500명이 모여서 집회를 열고 다음에 더 많이 모이자고 결의했습니다.
“저는 지난 1년 넘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해 왔습니다.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행동은 더욱 커지고 계속돼야 합니다. 저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서 계속 조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인파로 가득 찬 동성로 일대를 힘 있게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행진 대열을 따라오며 영상을 찍는 외국인, 주먹을 치켜들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날 집회와 행진에 크게 고무됐고, 다음 번 집회에도 참가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쁩니다. 다음에도 참가하고 싶습니다.”(우즈베키스탄인 노동자)
“집회 경험은 처음입니다. 옳은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이 보람되고, 많은 외국인과 함께 참가하는 색다른 경험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다른 일이 없다면 참가하고 싶습니다.”(노래 공연 기타 반주자)
“[이전까지 제게는] 세월호 서명 운동이나 광주 항쟁 기행에 참가하는 정도의 경험이 있었어요. 이런 표현이 이상하지만, 집회가 신선했어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함께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친 것이 좋았습니다. [제 친구 중에는] 사회 문제에 저보다 더 관심 많은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도 같이 참가해 보자고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경북대 학생)
참가자들은 12월 8일 서울에서 열리는 집중 행동의 날 집회·행진과, 12월 22일 제6차 대구 집회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
안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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