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집회(12월 9일 서울):
수만 명이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에 분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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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 표결이 무산된 뒤에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주 토요일 100만 명이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친 여의도에 12월 9일 월요일 저녁 다시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하루 전인 일요일에도 1만여 명이 모였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집회와 행진이 열렸지만 구성과 규모가 완전히 달라졌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과 좌파 단체들의 참가는 전혀 줄지 않았지만 청년과 학생들, 특히 여성들의 참가가 크게 늘었다. 쩌렁쩌렁한 여성들의 구호가 빌딩숲에 메아리쳤다.
이들은 지난 토요일 집회에 참가한 뒤 크게 고무된 청년·학생들인 듯했다. 응원봉을 든 청년들은 하나의 구호도 놓치지 않고 따라하고 무대와 방송차의 노래에도 백 퍼센트 호응해 구호와 함성이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수천 명이 응원봉을 흔들며 케이팝을 ‘떼창’하는 광경은 아주 새로웠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투표에 집단 불참해 사실상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를 비호했다.
국무총리 한덕수와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은 윤석열이 더는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로부터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윤석열은 최측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을 면직했다. 탄핵을 앞둔 불명예를 안는 것을 막아 주고 행안부장관이 직무정지돼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한 것이다. 행안부장관은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로 유사시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다.
한덕수와 한동훈은 일요일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퇴진 등을 언급하며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을 발표했다. 법적 권한이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는 상황에서 그 실현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벌써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계의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내분이 일고 있다. 보수 언론조차 “혼란스런 ‘질서 있는 퇴진’”이라고 지적하는 지경이다. 민주당은 "제2의 내란"이 진행 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10여 명의 청소년·청년들은 자신감과 확신에 찬 발언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국민의힘 당대표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한 시민 한동훈이라고 합니다. 이 이름이 어제만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씨 얕은 수작, 허튼 수작 당장 그만두십시오.”
“저는 이제 수능을 막 끝내고 돌아온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사실 저는 이곳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도 있었고요. 또한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지만, 제가 아까 탄 택시의 기사분께서 저희 젊은 층들이 일어나 줘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12월 3일 밤에 목숨을 걸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담장을 넘어간 의원들이 나에게 용기를 줬습니다. 두려워하십시오. 독재자를 감싸고 내란을 동조한 당신들 모두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도망치지 마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법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제가 그토록 바라던 정의로운 세상이 존재할 것이라는 저의 믿음은 12월 3일을 계기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저의 머리를 거세게 내려치는 듯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욕 많이 먹는다 하시면서 아예 메시지 차단한 김재섭 의원님, 바뀔 거라 믿고 뽑아 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러 온 내란 수괴 전두환의 전 사위 윤상현 의원님, 이들이 시민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야 부끄러운 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을 비롯해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도 많이 참가했는데, 청년들이 대규모로 참가하고 거침없이 발언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대견스러워 했다.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행진해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다가 9시 무렵 해산했다. “내일 다시 보자”는 사회자의 인사에 여의도 골목길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네”하고 외치기도 했다. 이번 주 내내, 그리고 주말까지 여의도는 뜨거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