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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35:
종교는 그저 ‘대중의 아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사회의 주요 문제로 보며, 억압·탐욕·전쟁을 종교 탓으로 돌린다.

이런저런 형태의 종교는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을 설명하는 수단으로서 언제나 존재해 왔다. 종교는 몰인정한 세상에서 어느 정도 안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체계적인 형태의 종교는 계급사회와 함께 탄생했고, 계급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그에 맞춰 변해 왔다. 초기 계급사회에서 “신에 대한 숭배는 사회가 스스로의 힘을 숭배하는 방식이, 사람들이 스스로의 업적을 소외된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이 됐다”고 마르크스주의자 크리스 하먼은 썼다.

또한 종교는 무력함의 산물, 즉 전쟁과 흉작이 왜 일어나는지 등 세상에 만연한 공포와 불운을 설명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종교는 계급사회의 발전에 맞춰 발전해 왔다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러나 계급사회가 발전하면서 종교도 그에 맞춰 변했다. 예컨대 로마 가톨릭 교회는 “고대 세계 말기에 출현해서 봉건제 사회에 적응함으로써 1000년 동안 살아남았고, 그 뒤에는 봉건제를 대체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교의 내용의 많은 부분을 바꿔야 했다”고 하먼은 주장했다.

오늘날 각국 정부, 왕가와 정치인들은 종교를 자신들에게 득이 되게 이용한다. 그들은 종교적 사상으로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거나 다른 이들의 믿음을 악마화한다.

예컨대 기독교 신앙은 전 세계 곳곳에서 토착 선주민을 상대로 한 만행을 정당화하는 데에 이용됐다. 미국의 노예 소유주들은 노예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에 종교를 이용했다.

오늘날 이슬람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방의 후원을 받는 몇몇 정권의 공식 이데올로기이다.

그러나 이슬람교는 서방에 맞선 저항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예컨대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포위 공격에 맞선 저항을 조직했다.

그러나 종교는 계급 분단선을 흐리거나 정당화하는 데에 이용되곤 한다. 그러면서도 부유층에 적대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신이 가난한 사람들을 긍휼히 여긴다고 암시하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이런 관점은 사람들을 달래 주면서도 저항의 잠재력을 단속할 수 있고, 경제적 불평등, 전쟁, 빈곤 뒤에 있는 구조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를 없앤다.

다른 모든 사상과 마찬가지로 종교 사상은 물질적·사회적·역사적 조건의 산물이며 사회에서 특정한 구실을 한다. 그런 구실 중에는 비합리적이고 몰인정한 세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행복한 내세를 약속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일이 있다.

카를 마르크스가 묘사했듯, “종교의 고통은 현실의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자 현실의 고통에 대한 항의이기도 하다.

“종교는 천대받는 사람들의 탄식이요, 몰인정한 세계의 인정이요, 영혼 없는 상황의 영혼이다. 종교는 대중의 아편이다.”

따라서 신앙은 억압의 원인이 아니라 억압에 대한 대응의 한 형태이다.

오늘날 서구 지배계급은 종교, 특히 이슬람교가 “계몽된”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은 폭력적인 이윤 체제를 관장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종교를 무기 삼아 인종차별적 분단선을 더 심화시키는 자들에게 조금치도 귀 기울여서는 안 된다.

세속주의(국가기구와 종교가 분리돼야 한다는 생각) 같은 해법은 사람들이 애초에 종교적 사상을 갖게 되는 이유를 해결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출발점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권리를 옹호하고 일체의 종교 박해에 맞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의 필요를 진정으로 충족하고 억압·착취에 기초하지 않는 세상을 원한다.

그런 세상에는 자본주의와 달리 종교의 물질적 기반이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말했듯, “대중에게 행복에 대한 환상을 주는 종교를 폐지한다는 것은, 대중의 현실 행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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