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6: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지만이 지구를 구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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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지구를 죽이고 있다. 따라서 지구를 구하려면 자본주의를 죽여야 한다.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필요를 경쟁이나 이윤·탐욕보다 우선시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말고 체제 변화”라는 요구가 혁명가들에게 핵심적인 이유다. 사회주의에서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지, 필요한 것을 어떻게 생산할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원을 어떻게 조직할지 결정할 수 있다. 혁명적 봉기의 시기에 노동자 조직들은 사회를 운영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아낸다.
그런 새로운 사회 운영 방식에 따라 민주적 계획 경제가 대규모로 이뤄지면 낭비와 경쟁이 사라질 것이다.(현재 체제하에서는 그런 낭비와 경쟁이 모든 수준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현재 체제를 분쇄하고 더 나은 것으로 대신하는 일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체제를 바꾸려면 아래로부터 대중적 봉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혁명이 필요하다. 카를 마르크스가 썼듯이, 오직 혁명을 통해서만 노동계급은 “지난 시대의 오물”을 자신에게서 씻어낼 수 있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적합한” 세력이 될 수 있다.
그레타 툰베리 등 많은 이들은 자본주의 자체를 뿌리 뽑지 않고서도 지구를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이들은 기술적 해결책으로 환경 재난을 피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녹색” 기술 해결책들의 주된 구실은 이 체제가 빚어내는 혼돈의 책임이 대기업이나 빌 게이츠 같은 억만장자에게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해결책들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밀어내는 것이다. 수십 년 후에나 결과를 낼 신기술로는 당장의 시급하고 절박한 기후 위기 대응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예컨대 탄소 포집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다. 풍력 발전, 태양 발전, 조력 발전은 이미 현존하는 기술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생산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업주들에게 이윤을 많이 남겨 줄지 불투명하다는 이유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
우리 지배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언제나 이윤이고 이는 변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체제를 그저 개혁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진행 중인 대책들이 지구를 살리지 못한다는 점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 대책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우선순위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이었던 아랍에미리트는 기후회담을 이용해 석유 장사를 했다. 또한 기후 대책에 국가 재정을 크게 쓰겠다는 일부 주류 정치인들의 약속은 규모도 알량하지만 그조차 체제의 우선순위에 따라 너무도 쉽게 공수표로 끝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지배계급도 지구에 살고 있는 만큼, 그들의 이해관계 역시 지구가 불타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혼돈이 가득하고 모순적인 체제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무계획적이다. 다시 말해, 자본가 개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서로 힘을 합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와 기업들은 모두 다른 이들과 경쟁 관계에 있다.
핵무기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현실을 보라. 또한 어떤 국가도 이런 살상 무기들을 해체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지 않는 현실을 보라.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는 전망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이유다.
《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가 썼듯이 혁명이 벌어지면 “농업과 제조업이 결합한다. 또한 인구가 나라 전체에 더 골고루 분포해서 도시와 시골의 모든 간극을 점차 폐지한다.” 이 말은, 자본주의하에서 심하게 망가진 인간-환경의 관계를 치유할 유일한 해법이 체제 변화라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자본주의를 전복하는 것만으로 바로 다음 날부터 지속가능한 사회가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혁명을 성공시킨 후 등장할 새로운 사회는 구 체제의 많은 것들을 물려받을 것이고, 반(反)혁명 위험에도 대처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사회주의 세계를 향한 청사진 같은 것은 없고, 그런 세계의 구체적 형태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갖은 노력을 동원해 더 녹색이 되도록 도시와 교통망, 산업, 식량의 생산·배분을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잠재력은 전혀 다른 세계를 쟁취하는 것에 있고, 그런 세계를 요구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런 세계를 쟁취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가 계속해서 우리를 혼돈으로 빠뜨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여섯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왜 노동자 국가가 필요한지 그 이유에 관해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