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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20: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⑶: 오늘의 북한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19: 북한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⑵: 발전과 위기”를 읽으시오.

1989/1991년 동구권 붕괴 이후, 1990년대 북한 국가자본주의는 대규모 아사 사태로 치달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대규모 탈북 사태에서 보듯이, 북한에서 대중의 불만과 동요가 커졌다.

그때 북한은 대외적으로도 어려운 처지였다. 미국은 자신의 동아시아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북한을 ‘악마화’하며 대북 위협을 강화했다. 미국과 북한은 한 차례(1994년) 전쟁 위기와 여러 차례 협상 국면을 반복했다.

안팎의 위기에 대응해 김정일 등 북한 지도층은 군 우선 정책(이른바 “선군정치”)을 내세웠다. 대중이 굶주리는 와중에도 북한 관료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야 했다. 선군정치는 외부의 적(미국)에 맞서 내부 결속을 강조하며 불만을 잠재우는 데에도 필요했다.

제국주의적 압박 속에 북한 관료는 핵/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쏟아야 했다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 관료는 미국의 압박에 저항하면서도, 기회만 된다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계속 시도했다. 그래야 경제 재건에 필요한 자본과 물자를 외부에서 끌어올 수 있다고 여겨서였다.

하지만 제국주의적 압박으로 이런 난제들이 모두 20년 넘게 해결되지 않은 채,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계승했다. 3대 권력 세습은 대내외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한 북한 관료의 선택이었다.

많은 학자들은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대외 무역의 성장에 힘입어 제한적으로 회복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하자원과 의류 제품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이 급증했다.

경제 위기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북한에서는 소규모 무역상과 사적으로 경영되는 사업체 등이 생겨났다. 많은 학자들이 이 부분적 시장화에 주목하며, 시장화의 혜택을 입은 신흥 사회집단이 북한 사회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정치 체제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런 변화는 일부 서비스업과 소규모 경공업에 국한돼 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중공업 등 경제의 핵심은 여전히 국영 기업들이 지배한다. “돈주”라고 불리는 북한의 신흥 자산가들도 결국 국가기구의 용인과 관료와의 유착에 의존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로의 변화(소위 “개혁·개방”)는 북한 노동계급에게 진보가 아니다.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에서 시장 자본주의로 가는 게걸음질일 뿐이다. 노동계급은 여전히 착취당하고 차별받을 것이다.

1989/1991년 동구권 붕괴의 경험은 북한 노동계급에게 반면교사다. 1989~91년 이후 동유럽/소련 사회는 시장 경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전환은 동유럽과 러시아 노동계급 대중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지 못했다. 지령 경제가 붕괴한 폐허 위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희생을 강요받았다.

2018~2019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매달렸다가 실패한 후, 북한은 러시아 제국주의와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또한 핵무장을 강화해, 적어도 50~6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국가 중 한쪽의 손을 잡은 것은 북한이 표방하는 ‘반제’를 무색하게 한다. 또한 북·러 동맹과 핵무기는 북한을 제국주의적 위협에서 벗어나게 하기는커녕, 제국주의적 경쟁에 더 깊숙이 휘말리게 할 공산이 크다.

부분적으로 회복됐더라도 오늘날 북한 경제는 모순이 심하고 극도로 불균형하다. 가령 북한은 중간 규모의 공업국이지만 여전히 선진적인 생산수단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공업 성장을 위해 소비재 생산을 지방 공업에 떠넘긴 결과, 소비재 부족과 그 후진성도 만성적이다. 올해 초 김정은도 “지방 인민들에게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인정했다.

이 연재물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북한 관료의 이해관계는 북한 노동계급과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그래서 관료는 강력한 국가 억압으로 노동자들을 원자화시켜 왔다.

그러나 북한도 착취와 축적의 현실 때문에 계급 갈등을 피할 수 없고, 이는 훗날 노동자들의 공공연한 반란으로 표출될 수 있다.

특히, 북한과 긴밀한 중국에서 노동계급의 혁명적 저항이 분출하면 이는 북한 내부에 거의 즉시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 노동계급은 진정한 대안, 즉 아래로부터 사회주의를 추구할 잠재력이 있다. 스탈린주의를 거슬러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는 북한에서 그런 투쟁이 벌어진다면 이를 적극 지지해야 한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스무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냉전기 반(反)스탈린 투쟁과 1956년 헝가리 혁명에 관해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