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12:
착취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자기방어 권리를 지지하는 이유
〈노동자 연대〉 구독
“자기방어는 범죄가 아니다.” 국가나 우익의 폭력에 직면한 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이 물리력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활동을 조직하면서 외쳤던 구호다.
1960년대 중후반에 ‘자기방어를 위한 흑표범당’이라는 마르크스주의 단체의 흑인들은 체계적인 경찰 폭력에 맞서 스스로 조직화했다.
미국 경찰은 악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았다. 권력층이 경찰을 비호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신들이 허구한 날 흑인들을 두들겨 패도 결코 처벌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흑인 평등권 운동 이후 새로운 기류가 미국 북부 도시들로 번졌다. 국가 폭력을 당한 흑인들이 더는 가만히 있지 않으려 했다.
흑표범당은 무장 순찰대를 조직해 흑인 거주 구역에 들어온 경찰을 감시했다.
흑표범당은 산탄총을 차창 밖으로 내밀고 차를 몰며, 경찰이 흑인 동네를 떠날 때까지 경찰차를 쫓아다녔다.
흑표범당이 이런 전술을 편다는 소식이 들불처럼 퍼져,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전역에서 흑인들이 이를 따라 했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미국을 넘어 1960년대 후반 영국에서 파시스트 깡패들이 아시아계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할 때에도 본보기가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주의자들은 피억압자들이 자신들을 겨냥한 국가와 우익의 공격에 맞서 물리력으로 스스로를 지키려 할 때 그들을 지지할 의무가 있다.
이는 전 세계의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그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는 더 넓은 정치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흑표범당의 이후 경험은 그런 “공동체 방위” 전략에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흑표범당이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자신의 새 전술을 처음 구사했을 때 미국 국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가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보안 부대와 경찰은 흑인 혁명가들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흑표범당을 분쇄하기 위해 엄청난 국가 폭력을 동원했다.
경찰은 흑표범당 지도자들을 표적 살해했고 법원은 흑표범당 지도자들을 결코 그들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죄목으로 삼아 감옥에 가두었다.
결국 흑표범당은 국가 탄압에 의해 분쇄됐다.
이 경험에서 어떤 혁명가들은 체제에 맞서 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들은 활동가들이 국가를 내부로부터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수는 사뭇 다른 결론을 이끌어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닷지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DRUM)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에 기반을 두고 흑인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이후 알려졌듯이 DRUM의 목표는 인종차별적 체제에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고유한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작업장에서 힘을 모으면 파업을 일으킬 수 있고 바로 여기에 진정한 힘이 있다고 DRUM은 강조했다.
DRUM은 파업을 선포해 자동차 생산을 중단시키고 이윤에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이런 급진성은 디트로이트 전역의 흑인 노동계급에게로 확산됐다.
경찰과 국가의 입장에서는 흑표범당원들을 살해하는 것보다 파업을 분쇄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경찰의 공격 행위 하나하나가 파업을 다른 공장으로 확산시켜 자동차 산업 부문 전체의 이윤을 위협할 위험이 있었다.
오늘날에도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자기방어 구호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무슨 수단을 동원하든 그들을 방어한다.
그러나 미국 흑인 해방 운동의 경험에서 배울 점도 있다. 체제에 맞선 전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대는 조직 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열두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민족 해방을 지지하는 이유에 관해 다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