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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본 입장 해설 9:
선거는 변화의 수단인가?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선거나 의회를 통한 개혁으로 자본주의를 변혁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의회 내 좌파 의원들의 압력과, 거리와 작업장의 운동을 결합시켜서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한 권력이 의회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진정한 권력은 선출되지 않은 자들, 가령 대기업, 은행, 금융기관 등의 이사들과 국가 관료 기구(군대, 사법부, 경찰 등의 우두머리들)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진보 정당들의 선거 연합이 차기 대선에서 이긴다고 해도 한국 사회의 기본 궤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혁명가들이 의회가 아닌 투쟁을 더 중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의회 제도에 목매기보다는 그들 자신이 요구를 내걸고 싸우는 것이 혁명적 변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라고 본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레닌은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대중 자신의 행동(예컨대, 큰 파업)이 의회 내 활동보다 언제나 더 중요하다. 단지 혁명기나 혁명적 위기 상황에서뿐 아니라 모든 시기에 그렇다.”

그러나 레닌은 이런 점을 이해하는 것과,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의회를 아예 무시해도 좋다는 생각은 완전히 별개라고 지적했다. 의회 제도가 어떤 사회 변화 전략에서도 핵심적일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의회에서 통과되는 법은 노동계급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 법으로 사람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의회 표결은 더 광범한 쟁점에서 사람들의 분노의 초점이 될 수 있는데, 노동 악법이나 반민주 악법을 통과시키는 투표가 그렇다. 노동자들은 종종 그런 “의회적” 쟁점을 놓고 투쟁에 나선다.

그리고 총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느냐가 투쟁이 벌어질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주요 정당의 정책이 별반 다르지 않을 때조차 그럴 수 있다.

예컨대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종종 “대중이 너무 보수적”이라면서 노동자들이 저항에 나서기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는 두려움이 커진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이기고 진보 정당이 상당한 전진을 하면 사람들이 변화의 염원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전투

이렇듯 선거는 (비록 많이 왜곡된 형태이지만) 노동계급 의식을 놓고 벌어지는 전투의 일부다.

수백만 명이 (그리고 대부분의 시기에는 노동계급의 대부분이) 의회의 구실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다. 혁명가들이 의회를 그저 무시해서는 그런 환상이 저절로 깨지지 않는다.

총선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 갖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총선은 주변 이웃이나 학교·일터에서 동료들과 정치 얘기를 나눌 허가증 같은 구실을 한다. 혁명가들은 이런 논쟁에 개입해 이 체제에 대해 그리고 선거의 한계에 대해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라는 대안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투쟁에 이끌릴 수 있는 대중과 관계를 맺을 기회를 얻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때로는 혁명가들이 자체의 지지 기반이 있다면 선거를 이용해 그들 자신이 입후보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지방 의원이나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레닌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계급 문제를 가능한 한 첨예하게 제기하는 쟁점을 던지고 다른 정당들이 가짜임을 들춰내야 한다.

그러나 좌파적 개혁주의 의원과 혁명적 사회주의자 의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좌파적 개혁주의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그 탓에, 성공을 위해서는 투쟁이 아니라 선거 활동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강화하는 데에 일조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근본적 변화를 이룰 힘이 의회나 대통령 권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에 혁명가들은 의회에 앉아 있는 매시간 의회의 한계를 드러내고 의회의 몰락을 위해서 일한다. 의원이 된 혁명가는 매 순간 자신의 의원 지위를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운동이든, 예컨대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탄핵 운동이 선거 승리를 목표로 삼게 되면 길들여질 위험에 빠지고 만다.

승리의 길은 최대한 많은 의원을 배출하는 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거리와 일터에서 투쟁을 건설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어떤 좌파적 운동이든 가장 급진적인 결론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 글은 본지의 기본 입장을 해설하는 기획 연재의 아홉 번째 글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주민·국경 통제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다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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