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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동자 투쟁:
MBK가 고용을 책임져라

MBK의 이윤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눈물 위에서 만들어졌다 ⓒ출처 서비스연맹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고 있다. 3월 4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부채와 경영난을 이유로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2009년 쌍용차 사례에서 보듯, 법정관리는 매각과 구조조정(대규모 인력 감축), 임금과 복지 등 처우 악화로 이어져 노동자들을 엄청난 고통에 빠뜨린다.

그런데 MBK는 회생 절차와 고용 유지 방안 등 회생 계획을 공개하라는 노동조합(서비스연맹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의 요구를 두 달이 되도록 무시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간 탐욕스럽게 투자금 회수에만 혈안일 뿐,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는 10만여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3월 25일 직영 직원뿐 아니라 온라인 배송기사, 협력 및 외주업체 노동자들까지 참여하는 ‘홈플러스 살리기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MBK 회장 김병주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4월 14일에는 홈플러스지부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광화문 MBK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의 뻔뻔함에 분노하고 있다. 기업 회생 신청 소식이 알려진 뒤 노조 가입이 늘고 노조로 뭉치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노동조합은 밝혔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노동계급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도 광범하다. 홈플러스 사태는 사모펀드의 게걸스런 기업 인수와 먹튀 등에 대한 사회적 반감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

그런데 국민의힘은 MBK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 청문회 개최조차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실 국민의힘은 박근혜 정부 시절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응당 고용 안정을 위해 나서야 할 정부는 되레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했다.

4월 24일 종로구청은 용역을 동원해 홈플러스지부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종로구청장 정문헌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아버지 정재철은 4선 출신의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천막을 잡고 저항하던 여성 조합원의 손을 용역이 칼로 그어 혈관·신경·인대가 절단됐고, 농성장 바닥과 천막이 피로 물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한 노동자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수수방관했다.

종로구청과 경찰은 윤석열 파면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 투쟁이 확대될까봐 단속하는 듯하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과 이에 대한 지지가 더 커진다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줄 수 있다.

홈플러스지부는 5월 1일 세계 노동절에 전 조합원 상경 투쟁을 벌인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은 “전국적 연대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지부는 회생 계획 제출 예정일인 6월 12일까지 MBK와 김병주가 고용 안정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노동자들은 홈플러스 위기에 책임 없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에 인수됐다. MBK는 인수가액 7조 2000억 원 가운데 약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 대출을 받아 외부 차입금(부채)으로 충당했다.

그리고 MBK는 이 막대한 부채와 이자를 홈플러스 노동자들에게 떠넘겼다. MBK는 인수 당시 발표한 1조 원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영업이익은 대부분 차입금 이자로 지출됐다. MBK의 인수 이후 홈플러스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 부동산과 자산(점포 등)도 인수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각했다. 올해 1월 24일 기준 15개 매장이 폐점되었고, 10개 매장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1만여 명(직접고용 6000명, 간접고용 5000명)이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다.

남은 노동자들은 노동강도와 강제 전환배치, 부서 통합 운영에 시달렸다.

대부분 여성들인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매일 무거운 물량을 수없이 나르고, 영업부서는 근무 중 1만 5000보 이상을 걷는다. 계산대 직원이 장난감 매장까지 맡고, 농산부서 직원이 의류제품도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최소 인원을 갈아 넣어 매장을 운영한 결과 노동자들은 각종 골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

고된 노동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고, 동종 업계 대비 연봉이 800만 원 이상 낮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자산 매각을 통해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고 김병주의 자산은 8100억 원에서 12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2016~23년)

이렇듯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피땀과 눈물 덕에 김병주는 MBK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키울 수 있었다. 그는 포스코 명예회장 박태준의 사위로, 박태준은 도끼와 낫으로 무장한 구사대를 동원해 민주노조를 와해시킨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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