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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게재]사회연대전략 옹호의 문제점들

이 글은 필자가 〈레디앙〉에 기고한 글을 재게재한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이 ‘노동자 내부의 대화’라면 “내가 앞장설테니 정당한 우리 몫을 받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말을 거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런 점에서 사회연대전략은 투쟁적 연대를 회피해 온 노동 운동 지도자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비정규직 개악 저지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보인 미온적 태도, 노사관계 로드맵 통과 묵인 의혹에 대해 소득연대전략 지지자들은 말을 아낀다. 그들이 사회연대전략 반대론자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반론을 펴는 것과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오 위원은 고소득 정규직 노동자의 소득을 줄여 저소득층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사회연대전략이 양보가 아니라는 이론적 근거로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 정의상 유일한 소득 원천인 ‘시장임금’에서 세금과 연금, 의료보험료를 납부한다. 그것도 원천징수 당한다. 그리고 그 돈들이 오 위원이 말하는 ‘사회임금’의 재원을 이룬다. 따라서, 노동자들에게 ‘사회임금’에 참여한다는 것은 ‘시장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민주노동당의 2004년 총선 공약은 직장 가입자의 연금 납부분을 사업자가 전액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어차피 연금 사용자 부담분은 ‘이연된 임금’이라고 명확히 지적했다. 연금의 사용자 부담분 역시 ‘시장임금’ 몫이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문제는 어느 계급이 얼마나 ‘참여’할 것인가. 즉, 사회복지를 위한 재원이 어느 계급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가라는 ‘계급간 분배’가 진정한 쟁점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득연대전략이 민주노동당의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초기 정책에서 후퇴한 것은 명백하다.

소득연대전략이 제시하는 보험료 누진, 부가 보험료율 방안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건강보험은 올초 소득 상한선을 월 6천5백79만 원까지 올렸다. 그런데 국민연금 지원사업(안)은 상한선을 월 3천만 원까지만 늘리는 안이다. 또 오 위원의 방안대로 하더라도 월 1천만 원 소득자의 보험료 총액은 월 소득의 3.2퍼센트에 불과해(노동자들은 4.5퍼센트) 역진세 현상이 거의 개선되지 않는다.

오 위원에게는 사회 전체에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계급간 대립보다는 국민연금의 가입자와 미가입자의 이해 대립이 더 크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덜 가난한 노동자들의 ‘특혜’에 대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가입자가 얻는 제도적 수혜는 매우 후한 반면 미가입자에겐 아무런 혜택도 없다”는 식으로 덜 가난한 노동자와 더 가난한 노동자를 대립시킨다. 이런 점에서 소득연대전략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전략이다.

국민연금 개악안에 대한 반대 운동이 사각지대 문제로 시야를 확장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미가입자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애초에 국민연금을 저축보험 방식으로 설계한 데에 있다.

내가 낸 돈을 적립해 놓았다가 돌려받는 방식의 현 연금제도에서 소득이 없는 사람은 연금 제도에서 애초에 배제된다. 저소득층은 가입자라도 푼돈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받을 뿐이다. 따라서,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주들의 돈으로 저소득층 노동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연금을 개편해야 한다. 이는 제도상 현재의 적립방식을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수반할 것이다.

가입자와 미가입자의 특혜 독점과 배제 논란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의 좌파적 개혁을 통해 노동계급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악에 맞선 투쟁을 위세 있게 벌이면서 저소득층 노동자와 빈민들에게 함께 하자고 하는 게 진정으로 필요한 노동자 내부의 실천적 대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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