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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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 100번째 집회가 9월 13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다. 이날은 2023년 10월 7일로부터 꼭 101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집회의 사회자는 재한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였다. 그녀는 100차 집회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것은 침묵을 거부하는 100번의 목소리이고, 정치적 게임의 도구로서 이용되기를 거부하는 100번의 선언이고, 우리의 존엄성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외치는 100번의 집념입니다.”

또한 팔레스타인인으로서 그녀는 최근 유엔이 말하는 ‘두 국가 방안’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이 날마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삼키고 학살이 76년 동안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두 국가라는 것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나리만 씨는 특유의 투지와 패기로 집회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우리는 세상에 정의를 구걸하러 이곳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미국이 아무리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다른 강대국들이 이스라엘과 공모해도 자유를 향한 운명을 가진 민족은 결코 꺾이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첫째 발언은 가자지구의 한 여성이 팔연사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내 온 메시지였다. 그녀는 한국의 운동이 더 커다란 세계적인 운동의 일부분이라며 “작더라도 끈질긴 군중”이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 땅을 흔드는 확신으로 승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고 전했다.

둘째 발언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의 공동 운영진인 조수진 교사였다. 그녀는 유초중고 교사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과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연명을 조직한 활동을 보고했다. 12일 만에 1,412명이 서명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함께했다.
마지막 발언은 재한 이집트 커뮤니티의 알리 씨였다. 사회자는 이집트 커뮤니티가 “처음부터 시위를 함께 조직한 유일한 아랍 커뮤니티”라고 소개했다. 알리 씨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폭격이 “시온주의자들은 조금치의 인류애도 없고 어떤 국경이나 주권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려는 아랍인들을 대변하지 않는 아랍 정부들은 독재 정권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행진을 앞두고 사회자 나리만 씨는 팔연사 운동을 조직해 온 단체들을 향한 감사의 말을 전했다.
“100번의 시위라는 기록은 우리와 함께 걸어준 이들,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준 이들, 처음부터 우리의 대의를 믿어준 이들이 없었다면 결코 쓰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를 침묵시키려는 모든 시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높여 준 여러 단체들, 노동조합들, 학생 단체들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가자지구 인종 학살 2년을 맞아 9월 27일 토요일에 열릴 팔레스타인 연대 포럼 ‘저항의 2년, 연대의 2년’과 10월 12일 일요일 오후 2시 전국 집중 집회에 꼭 참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행진이 시작됐다. 대열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했을 때 참가자들은 주최측이 나눠준 크고 작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을 크게 외쳤다.
이어 대열은 시청과 을지로를 거쳐 명동을 향해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행진했다. 쇼핑 왔다가 고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의 활력에 신이 나서 대열에 참가한 아프리카계 프랑스인들, 양팔 번쩍 들어 올리며 응원을 보내는 이들, 행진 참가자들에게 깃발을 빌려 사진을 찍는 이들, 카페에서 행진 대열을 알아보고 열심히 손을 흔드는 전교조 서울지부 활동가들 등.
인근의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했다가 동료의 권유로 집회에 참가한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 9호선 지부의 강유정 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대규모라서 놀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년 간 매주 이런 집회를 했는데 언론에 너무 보도가 안 되는 것은 문제라고도 얘기했다.

역시 이날 처음 집회에 참가한 22세의 남성 대학생도 “국내 언론이 대부분 이스라엘 중심으로 보도한다”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한편, 비교적 초기부터 참가해 왔다는 일산의 한 60대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100회까지 꾸준하게 집회를 연 것에 [주최측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00번의 집회에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계속 저항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위기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그 후원자들에 맞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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