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1400여 명이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 반대 서명을 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의 초·중·고등학교들이 2학기를 맞아 개학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난 지금, 가자지구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도 못한 채 이스라엘의 폭격과 기아 학살로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교사들이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적 항의에 동참했다.
9월 5일(금)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가자 점령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 1412인 서명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교사 1,412명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이하 팔연교)이 연명했다.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는 교사들은 지난 2년 가까이 교내 특강, 계기 수업, 도심 집회 참가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인종 학살의 실상,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알려 왔다. 이번 서명 운동과 기자회견도 그런 연대 활동의 일환이었다.
8월 23일에 서명 호소를 시작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300여 명의 교사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12일 만에 1,412명이 동참했고, 현재 마감 기한이 지났음에도 서명에 동참하는 교사들이 계속 있다고 한다.

기자회견의 첫 발언자인 팔연교 공동운영위원 조수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서명 캠페인으로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분노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는 한국 교사들의 정서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서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고 연대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23개월 동안 나리만 씨는 팔연교 교사들과 함께 전국에 있는 여러 학교를 다니며 특강 연사로 활약해 왔다. 아랍어 전문 통역사 박이랑 씨가 나리만의 발언을 통역했다.
“아이들의 펜을 무덤의 비석으로 바꾸는 정의가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팔레스타인의 교사들은 폭격 속에서도 사명을 이어갑니다. 그들은 학문이 전쟁보다 강하다는 것, 말이 총알보다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리만 씨는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에 가자지구 학교들이 파괴되고 “집단 무덤”이 됐다고 성토했다. 나리만 씨의 절절한 목소리가 퇴근길 행인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어서 가자지구 교사 라자 엘란티시 씨가 한국 교사들에게 직접 보낸 메시지가 낭독됐다.
라자 씨는 가자지구에서 학교의 95퍼센트가 파괴됐고 지난 2년 동안 모든 학생들이 대면 수업 기회를 잃었다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한국의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여러분이 진행한 교사 연서명, 그리고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은, 언젠가 팔레스타인의 해방이 현실이 될 것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기자회견은 참가자들이 가자 점령 규탄 교사 성명을 함께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호응이 눈에 띄었다. 한 청년 남성은 주먹을 치켜들고 “프리 팔레스타인” 하고 외치며 지나갔고, 한 중년 여성은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가만히 서서 나리만 씨의 발언을 끝까지 듣고 박수를 보냈다. 그 외에도 광화문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발언을 듣다가 박수를 치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이스라엘의 참혹한 인종 학살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감과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앱과 알림 설치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