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시위대가 중앙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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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파키스탄이 분할 지배하고 있고 지난 5월 두 국가가 교전까지 벌인 카슈미르 지역에서 최근 양국 정부에 대한 아래로부터 저항이 활발하다.
10월 4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 시위대가 승리를 쟁취했다. 정부는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현지에서 이 지역은 ‘아자드 잠무 카슈미르’로 불린다. 이번 승리를 위해 수천 명이 몇 주 동안 거리 시위를 벌였다.
아와미행동위원회(AAC)가 주도한 이 운동은 물가 인하와 정치 개혁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찰과 병력을 동원해 잔혹하게 시위를 탄압했고 며칠간 격렬한 충돌 속에서 시위대 십여 명을 살해했다.
시위 참가자 아사드 탑바숨은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들은 우리 위에 군림한 갱단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물러나야 하고, 그들의 특권은 폐지돼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를 대변해야 마땅합니다.”
AAC는 파업과 출근 거부로 지역 경제를 마비시켰고, 정부는 400만 명이 사는 이 지역의 모든 통신을 끊어 버렸다.
내무장관 모신 나크비는 “적의 부추김을 받은 소수의 범법자가 아자드 카슈미르의 질서와 안정을 해치려 하고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
나크비는 그 “적”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표현은 흔히 인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처럼 국제 분쟁을 부추기는 것은 아주 위험한 불장난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영토 분쟁 때문에 이미 몇 차례나 전쟁을 치렀고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파키스탄 지배계급은 “인도 배후설” 카드로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분노가 파키스탄의 다른 지역들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한다.
실제로 파키스탄 전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부패한 데다 최근 대홍수 때 드러났듯이 필수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 엘리트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부를 쌓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것에 대한 분노도 몹시 크다.
그래서 10월 4일 중앙정부는 AAC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중앙정부는 밀 가격과 전기 요금을 인하하고, 교육·보건에 투자하고, 지방정부의 장관과 고문들을 줄이기로 했다.
최근의 시위들은 히말라야 지역에서 수년 동안 이뤄진 선동의 결과다.
2023~2024년에도 시위 물결이 일어 정부를 한발 물러서게 만들고 “개혁”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것이 이번에 더 큰 분노를 촉발했다.
이런 역사는 잠무 카슈미르 사람들이 앞으로도 다시 거리로 나올 준비를 해야 함을 시사한다.
인도령 카슈미르에서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9월 마지막 주, 외진 산악 지역인 라다크에서 거대한 군중과 경찰이 충돌했다. 시위대는 더 많은 자치권을 인도 정부에 요구했다.
시위대의 분노를 촉발한 계기는 인도 정부가 라다크의 저명한 지도자 소남 왕축을 체포한 것이다. “선동적인 연설”로 “폭도”를 부추겼다는 혐의였다.
여기서도 당국은 인터넷 등의 통신 수단을 끊는 것으로 시위에 대응했다.
한때 라다크는 준자치권을 누리는 인도령 카슈미르에 속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가 직접 통치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위대는 자치주 인정, 일자리, 특별 지위 보장을 요구하는 대중 운동을 벌여 왔다.
경찰 폭력으로 수십 명이 부상당했는데 대부분 청년들이었다. 어떤 시위에서는 인도 집권당인 극우 정당 국민당(BJP) 사무실이 불탔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수년간 쌓여 온 분노와 좌절의 결과물입니다. 이제는 저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지배계급 모두 카슈미르 지역을 업신여기는 것을 보면 어느 쪽에도 카슈미르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사회주의자들은 카슈미르 전체가 자결권을 누려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