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의 일반 접근 허용, 당연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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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접속 제한도 해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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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특수자료’로 분류됐던 북한 〈로동신문〉을 ‘일반자료’로 재분류해 일반 국민도 전보다 쉽게 열람하게 하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 매체에 대한 접근 제한을 풀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처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 이제 시행되는 것이다.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의 종이 신문은 지금까지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등 제한된 장소에서 열람자의 신분·목적 기재 등 절차를 거쳐야만 볼 수 있었다. 이제 일반자료로 분류되면, 일반 간행물과 같이 열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조처는 아직 종이 신문에 한정돼 있고, 〈로동신문〉 웹사이트 접속은 여전히 차단돼 있다. 이재명 정부 스스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웹사이트 접속 제한도 하루빨리 해제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 자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열람을 제한해 왔다. 그래서 미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들은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북한 자료를 오직 평범한 한국인들만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 조처는 차별적으로 적용돼 왔다. 정부 부처와 국회는 물론, 정부의 인가를 받은 언론인과 전문가들은 합법적으로 〈로동신문〉과 ‘조선중앙TV’ 같은 북한 매체를 수시로 접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맥락 속에서 북한 매체의 일반 열람 허용을 추진한 듯하다. 하지만 정작 한미동맹 강화와 군비 증강 등 북한 김정은 정부가 가장 반발하는 쟁점들에서는 변함없다.
이미 〈로동신문〉에 대한 매스미디어의 인용 보도가 매일 나오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해외 서버를 통한 접근이나 유튜브와 SNS 등 일반인들이 정부의 제한 조처를 우회해 북한 매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요즘에는 ‘조선중앙TV’ 영상을 이용해 북한 사람들이 어떤 TV 프로그램을 보는지 설명하는 콘텐츠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 세태 변화를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점도 정부가 이번 조처를 추진한 또 다른 배경일 것이다.
국힘의 ‘내로남불’
국민의힘은 〈로동신문〉 접근 제한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 “북한 체제 선전과 김씨 일가 우상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적성 매체를 안방까지 들이자는 발상[이다.]”
진보당이 국힘의 입장을 비판하며 지적했듯이, 북한 매체 개방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했던 사안이다. 우파 내부에서도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 분명해져 개방해도 문제없다는 의견이 존재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때는 반대하지 않았던 국힘이 이제 와서 이재명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이적 행위로부터 국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방어선”을 언급하는 데서 드러나듯이, 국힘의 반대 주장에는 국가보안법의 논리가 있다. 국힘 정치인들은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혐중 선동이나 윤석열 쿠데타 옹호를 정당화하면서도, 북한 매체를 보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내면의 의도를 가려내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탄압 효과로 남한에서 북한에 대해 토론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이는 평범한 한국인들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960년 김수영 시인은 ‘김일성 만세’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 시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이번 조처는 당연하지만, 미흡하다. 통일부는 “[북한 매체의] 단순 열람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다” 하고 밝혔다. 하지만 열람을 넘어 그 자료들에 관한 토론과 논쟁이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재명 정부하에서도 검찰과 경찰은 보안법 탄압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 그중 〈사람일보〉와 〈자주시보〉의 경우, 보안경찰은 압수수색을 하면서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을 인용한 보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했다. 수많은 매스미디어가 버젓이 북한 매체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한 매체 열람 제한 해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보안법이 전면 폐지돼 북한에 대해서, 그리고 온갖 반체제적인 사상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