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①:
기후변화를 ‘현실적’으로 멈출 수 있는 목표와 수단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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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1997년에 만들어진 교토협약(온실가스 감축 협약)이 오는 2012년에 효력이 끝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교토협약을 계승할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협약의 큰 틀이 확정될 예정이다. 〈레프트21〉은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국내외 논쟁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연재할 것이다.
전 세계 기후변화 활동가들과 진보정당, 노동조합 들은 이번 코펜하겐 정상회의를 맞아 각국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요구하는 각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12월 12일 코펜하겐에서 있을 회담장 밖 시위와 각국에서 열릴 시위들은 그 정점이 될 것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전 세계 환경단체, 진보정당, 노동조합 들은 선진국 정부들의 온실가스 감축이 말뿐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교토협약에 명시된 감축 목표가 기후변화를 멈추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의무 감축 대상국이 적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보고서인 기후변화정부간패널
그런데 교토협약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일부 선진국들에서만 2012년까지 고작 5퍼센트 남짓 줄이는 것이었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교토협약에서 주된 감축 수단으로 채택된 배출권 거래제 등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는커녕 석유·석탄·자동차 기업 등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에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확보해 주는 시장 대안들이었다. 우리의 미래를 시장에 맡기라는 신자유주의가 경제 위기를 불러온 것처럼 그 논리의 연장선인 배출권 거래제도 우리의 미래를 끔찍한 재앙으로 몰고갈 것이다.
2도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나 실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낙후한 경제 상황과 낮은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빈국들에 선진국과 똑같은 수준의 감축 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를 핑계 삼아 자신들의 감축 목표도 낮추려 한다.
또, 배출권 거래제 등 시장 수단들을 강화하려 하고 경제 위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정부 투자는 오히려 줄이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으로는 세계 9위, 배출 증가율로는 세계 1위의 기후변화 ‘선진국’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의 갑절이 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핵 발전은 늘리고 재생가능에너지 지원금은 줄여 “녹색에 대한 기존과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는 비아냥만 사고 있다.
한국의 기후변화 활동가들도 코펜하겐 회의 대응 준비로 분주하다. 지난 8월과 9월에 한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공청회가 두 차례 열렸다. 10월 16~17일에는 강화도에서 기후변화 활동가 캠프도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9월 7일 열린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한국의 주요 환경단체들이 포함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시민사회위원회’가 제시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기후변화를 멈추기에는 별 효과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날 제출된 안은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 하에 한국은 2020년까지 2005년 배출량보다 25퍼센트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운동은 지금의 시장 지상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 기후 재앙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목표와 수단 ― 그것이 현 체제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 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