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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②: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 ‘친환경’ 광고 뒤에서 계속되는 환경 파괴

[편집자]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1997년에 만들어진 교토협약(온실가스 감축 협약)이 오는 2012년에 효력이 끝남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교토협약을 계승할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협약의 큰 틀이 확정될 예정이다. 〈레프트21〉은 기후변화 협약에 관한 국내외 논쟁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폭로하고 그 배경을 파헤친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자본가들이다. 그동안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이윤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생산 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화석연료 기업들과 석유·자동차 산업 복합체에 속한 다양한 기업들 ― 정유, 각종 기계 산업, 철강, 타이어, 시멘트(도로 건설) 등 ― 이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이를 확인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포춘〉이 선정한 2009년 세계 5백대 기업을 1위에서 10위까지 훑어보기만 해도 된다. 석유기업 7개와(쉘, 엑손모빌, 월마트, 영국석유회사(BP), 셰브런, 토탈, 코노코 필립스, ING그룹, 시노펙, 도요타 순이다) 자동차 기업 1개(도요타), 매장보다 넓은 주차 면적을 자랑하는 월마트를 제외하면 석유와 직접 연관이 없는 기업은 ING그룹뿐이다.

따라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이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예측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십수년 동안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자체를 부정하려고 어마어마한 돈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1990년대 내내 이들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로 알려진 과학자들에게 자금을 대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의 관계를 부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각 국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주요 골자로 하는 기후변화 대책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들은 전략을 바꿨다. 첫째는 이른바 ‘친환경 경영’을 내세워 자신들이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광고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활동가인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은 이런 ‘그린워시’를 비판했다.

“그린워시는 기업이 ‘환경’에 책임감 있는 듯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년 전 ‘00오일은 자연을 사랑합니다’라는 광고, 또 ‘00에어컨이 하나씩 팔릴 때마다 지구가 더 시원해집니다’라는 광고가 방송을 탔다. 사실은 석유소비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이고, 에어컨을 사용할 때마다 도시열섬현상이 일어나 도시 전체는 더 더워진다.”

쉘, BP 같은 기업들은 그린워시에서도 단연 선구자다.

“쉘은 재생에너지에 매년 2억 달러를 투자하고, B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열 집열판 생산업체인 솔라렉스를 인수해 대안에너지를 개발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것은 상당한 투자이지만, 좀더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 2005년에 쉘은 총자본 투자 중 단 1퍼센트만을 재생에너지 투자에 썼다. 반면, 새로운 화석연료 공급처를 찾아 전 세계를 탐색하는 데 69퍼센트를 썼다. BP가 솔라렉스 매입에 쓴 4천5백만 달러는 특유의 친환경 로고인 ‘활짝 핀 해바라기’로 대표되는 기업이미지 개선 비용의 25퍼센트에 불과하다.”(가레스 데일,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2007년 가을호)

영국에 있는 쉘 본사 간판에서 ‘S’자를 떼어낸 기후 변화 시위대 ‘지옥 센터’, ‘그린워시’를 풍자한 포스터들과 배너가 걸려 있다

둘째는 기업 이윤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탄소 상쇄나 탄소 포집 기술처럼 실제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별 효과가 없는 것들이다. 나머지는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인데 그 중에는 배출권 거래제처럼 경쟁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지만 최악의 방식은 ‘우리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지 않도록 다른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것이다.

거대 석유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해 그 기술을 독점하고 각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게임의 규칙 자체를 지배하려 든다. 이런 시도는 이미 국제 무대에서 후진국과 그 나라의 산업들에 더 많은 책임을 지우거나 그럴 수 없다면 선진국과 다국적 대기업들에게도 혜택을 줘야 한다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기업 중역들이 벌일 전방위적 로비가 전체 분위기를 압도할 듯하다.

셋째는 그냥 못 하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지난 9월 7일 열린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시민공청회’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시민사회위원회’는 202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5퍼센트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자고 제안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이 목표를 두고 대한상공회의소 녹색성장환경기후위원회 기후변화분과장 이경훈은 짜증과 절박함을 드러내면서도 단호하게 견해를 피력했다.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습니다. 기업은 서바이벌 게임이에요.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건 기업임을 포기하라는 얘기밖에 안되는 거예요.”

다 같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페달에서 발을 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운동이 기업들의 책략을 폭로하고 그들에게 족쇄를 채울 대중운동 건설에 매진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