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④:
기후변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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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COP15)가 개최된다. 1997년에 만들어진 교토협약(온실가스 감축 협약)은 오는 2012년에 효력이 끝난다. 이번 회의에서는 교토협약을 계승할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협약의 큰 틀이 확정될 예정이다. 〈레프트21〉은 기후변화 협약을 둘러싼 국내외 논쟁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석유·석탄 같은 화석 연료 사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기후변화 정부간 패널’(IPCC)은 2050년까지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80퍼센트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1990년보다 더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목표치를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회의를 앞두고 각국 정부와 기업 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 기획연재의 앞 기사들에서 지적했듯이 이들의 분주함은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이윤에 미치는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빈국에 책임 떠넘기기, 기업들에 특혜 주기, 기업이 분식회계 하듯 서류상에서만 온실가스 줄이기, 안전하지 않고 불확실한 기술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경제 위기 대처 방식처럼 평범한 사람들만 허리 졸라매기, 그냥 못 하겠다고 버티기 등.
이런 방식으로는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전 부문만 봐도 예컨대 프랑스 국토 면적만한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을 대체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세계지도를 찾아 보면 아프리카 사막과 호주 내륙, 북아메리카와 중앙아시아의 넓은 평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바다 위에 발전소를 짓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꼭 한 곳에서 생산할 필요도 없다. 적재적소에 분산하면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 면적만 차지하고도 훨씬 효율적인 전력 생산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들은 이미 나와 있다. 게다가 풍력, 태양광, 태양열, 지열, 조력 등 가능한 대안의 가지수도 많다.
대중교통과 철도 수송 체계를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면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자동차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건물들에 제대로 된 단열 조처를 하는 것으로도 냉난방에 사용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엄청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이런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1942년,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는 상원에 전비 예산을 요청했는데 그 규모가 1941년 미국 GNP와 맞먹었다.
당시 창설된 전시생산위원회는 모든 산업과 생산을 통제했다. 수많은 자동차, 선박 공장이 탱크와 비행기, 군함을 만드는 공장으로 전환됐다. 어마어마한 혼란이 있었지만 정치적 집중과 선택은 여러 부문에 걸쳐 상승효과를 냈고 효율을 높였다. 1941년에 ‘자유호(Liberty ship)’라는 군함 한 척을 만드는 데 평균 2백45일이 걸렸지만 1943년에는 39일로 단축됐다. 유명한 카이저 알루미늄은 19일로 단축했다.
당시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저들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런 조처들을 시행했고 우리는 전 인류를 구하기 위해 그런 조처를 도입하라고 요구한다는 것뿐이다.
우리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과학자 수천 명의 예측이 빗나가길 바라며 정부와 기업주들이 알아서 하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행동에 나서도록 할 강력한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몇 년, 혹은 십수 년의 시간이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정반대쪽에서 정부를 붙들고 있는 자본가들의 저항까지 분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