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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전교조 비판을 완전히 삼갈 수는 없다

20호 독자편지(‘교원평가제에 대한 송재혁 교사의 입장을 지지하며’)를 통해 최일붕 동지는 교원평가제 관련한 내 기사를 비판했다.

우선, 내가 14호, 16호에 쓴 교원평가제 기사들이 양비론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부의 교원평가제가 교육에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도입하려는 시도임을 폭로하는 데 강조점을 뒀고, 학생·학부모 들도 전교조 교사들의 투쟁을 조건 없이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의 민주적 열망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에는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모든 비판을 삼가고 전교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식으로 비판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들이 당면한 정부의 공세를 고려치 않고 투쟁하려는 전교조 교사들을 과하게 비판한 면이 있다고 최일붕 동지가 지적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에 대해 언제나 전교조 비판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최일붕 동지는 학생들의 거대한 운동이 없는 한 교사에 대한 평가는 선전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진정으로 민주적인 학교 운영과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학생들이 지금보다 실질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제도들은 현 체제에서도 도입할 수 있고 또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교권주의적 억압이 유독 강한 현실에서 많은 진보적인 학생·학부모 들이 교사 평가를 비롯한 민주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에는 사회 진보의 열망이 담겨 있다.

나는 교육 문제는 - 그것이 교사들의 노동조건과 연관된 것이라 할지라도 - 학생들의 권리를 최우선에 두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학생들의 자주적·민주적 운동과 의사표현을 지지·고무할 뿐 아니라 교사 운동도 학생 권리의 관점에서 요구를 제기하고 운동을 건설하라고 촉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굳이 유추하자면, 정부와 사측의 공세에 맞서 싸우는 정규직 노동조합을 무조건 지지하면서도, 이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단결에 무관심하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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