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업체 KEC 노동자 2백여 명이 단호하게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했다. 인화물질과 유독 가스 등이 가득한 곳에서 놀라운 투지와 용기로 농성하고 있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바로 20~30대 여성들이다.
이들은 1백30일 넘게 파업해도 탄압과 구조조정을 멈추지 않는 사측에 맞서 과감하게 점거에 돌입해 핵심 공장을 멈춰 세웠다. 무장한 경찰 1천2백여 명이 강제진압을 위협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승리하기 전엔 공장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며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최규주 조직부장은 “여성 조합원들에게 농성장에서 나와도 좋다고 말했지만, 조합원들 스스로 끝까지 남겠다고 결의를 보였습니다” 하고 말했다.
현재 점거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소정 여성 부지회장은 〈레프트21〉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의 결의는 높아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우리는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결의가 더 높아지고 있죠. 이제 정말 마지막까지 온 거니까요.
“어려움도 있습니다. [투쟁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니까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있습니다. 찬 바닥에 박스만 깔고 비닐을 덮고 자는 것도 힘든 일이죠. 여러 조합원들이 집에 두고 온 아이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힘을 다해 견딜 겁니다.”
한 부지회장은 노동자들을 헌신짝 취급한 사측과 정부에 치를 떨었다.
“6월 30일,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면서 새벽에 공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그 깜깜한 밤에도 용역들과 함께 우리를 쫓아내던 회사 노무과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죠.
“민주노조 깃발을 내리게 하려는 거죠. 오래된 사람은 자르겠다고 하고, 아웃소싱을 하겠다고도 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정치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이 나라가 뭐 하나 싶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힘을 내서 싸울 수 있게, ‘밖에 많은 동지들이 연대 왔다’ 하는 말로 힘을 얻어서 그 힘으로 버틸 수 있게 해 주세요. 연대가 정말 너무 절실합니다.”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는 연대의 초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신속하게 연대집회를 개최했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4당이 기자회견 등을 열어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10월 29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도 계획됐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KEC 노동자들을 짓밟은 이명박 정부의 만찬 초청을 거부했고, 경찰 투입시 “모든 것을 걸고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강제 진압 계획을 발표한 지금, 더 많은 노동자들과 진보진영이 KEC 투쟁에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