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집회: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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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납치·구금한 미국의 만행에 세계 곳곳에서 분노가 일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 권한 대행 체제와 협상하며 굴종을 요구하는 한편,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특히 그린란드를 추가 조준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세계 곳곳에서 행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1월 10일(토) 오후 4시 30분 서울 종로 르메이에르 앞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손 떼라!’ 집회가 열렸다. 나눔문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서울대학교민주동문회, 노동자연대 등 10여 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사회자는 앞으로 더 많은 단체가 이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 행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제 시위 물결의 일부임을 강조했다.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Hands off Venezuela(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를 힘차게 외치는 참가자 200여 명의 구성은 다채로웠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에서 온 사람들을 비롯해, 영국·프랑스·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 외에 SNS에서 집회 소식을 보고 참가했다는 청년 커플, 인근에서 열린 트럼프 반대 집회에 참가한 뒤 합류한 사람들, 지나가다 집회를 발견하고 팻말을 받아 참가한 행인도 있었다.
뜻깊게도 재한 팔레스타인인과 아랍인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쿠피예를 두른 팔레스타인 연대자들도 많았다.
흩날리는 눈발에도 모든 참가자들이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끄덕이고 박수치고 환호하며 발언자와 함께 호흡했다.
첫 발언자인 재한 미국인 라이언 씨는 “미국에게는 타국 정부를 전복할 자격이 없다”고 맹렬히 규탄했다.
“트럼프와 그 수하 전쟁광들은 마두로가 독재자라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본질과 무관합니다.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의 권위주의 정권들을 계속 지원해 왔으며,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2년 넘게 적극 가담했습니다!” 대열에서 지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트럼프는 자원을 강탈하고 미국 기업들의 배를 불리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침공에는 더 크고 사악한 목적도 있습니다. 바로 전 세계에 걸친 폭력적인 미국 패권 확대입니다.
“이 전쟁광들은 완전한 지배 외에는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선포했습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를 노리고 있습니다!”
라이언 씨가 “폭력의 굴레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단결해 저 범죄자들을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하자, 많은 참가자들이 팻말과 주먹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국장은 보건의료인으로서 침략과 제재를 비판했다.
“침략과 제재는 결코 정권만 겨누지 않습니다. 병원을 무너뜨리고, 의약품 공급을 끊고, 아이들과 노인, 만성질환자들의 생명을 먼저 위협합니다.”
이서영 기획국장은 “미국의 제국주의 수탈과 학살은 역사적으로 악명 높지만, 트럼프는 한층 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목적은 석유 수탈입니다. 베네수엘라 민중 혁명으로 집권했던 전 차베스 정권이 국유화한 석유사업을 미국이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마치 전 세계에 계엄을 내릴 수 있는 ‘왕’마냥 폭주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마저 위협하며 라틴아메리카 민중 저항의 역사를 말소하려 하고, 중국과 러시아 견제도 강화하며 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권력을 온존하기 위해서라면 미국 시민들에게마저 기꺼이 총구를 겨누는 무뢰한입니다!”
이서영 국장은 미국에서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맞선 시위도 분출하고 있음을 전하며, 지금도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는 이재명 정부에 일침을 놓았다. “우리가 지난겨울 광장에 나왔던 것은 트럼프처럼 우리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극우를 몰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내란 정당 국힘은 ‘베네수엘라 몰락이 대한민국에 대한 경고’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주권을 존중한다는 상식적 발언 하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빛의 혁명’ 운운하려면 최소한 미국의 패악질에 할 말은 하는 양심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열에서는 “맞습니다!” 하는 동조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회자도 “민주주의와 자결권을 말하던 각국 정부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지금, 우리가 아래로부터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베네수엘라 민중과 연대를!” 하는 구호를 외쳤다.
“베네수엘라 민중과 연대를!”
재한 팔레스타인인으로서 한국에서 연대 운동을 이끌어 온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공동간사 나리만 씨도 마이크를 잡고 국제적 연대에 나서자고 역설했다.
“오늘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거리에서 외쳤던 것과 마찬가지 이유에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원칙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주권은 미국이 부여하는 특권이 아닙니다. 자원은 전리품이 아닙니다. 민족은 제국주의 실험의 대상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베네수엘라까지,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힘찬 선언에 지지의 함성이 쏟아졌다.
나리만 씨는 중동의 사례를 들며 미국의 오만을 꼬집었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리의 석유를 위해 그곳에 있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그들의 석유’라고요? 어떻게 베네수엘라인들의 석유가 ‘그들의 석유’가 됩니까? 이라크의 석유, 리비아의 부, 제국주의의 깃발 아래 수많은 나라들의 자원을 약탈한 것과 뭐가 다릅니까?
“이것은 ‘질서’가 아니라 지배 체제입니다!”
나리만 씨는 힘찬 지지 선언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민중을 지지합니다. 마두로나 특정 체제를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원칙은 같습니다: 주권은 오직 베네수엘라 민중에게만 있습니다. 자원을 소유할 권한도 오직 민중에게만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 해방을!”
라틴아메리카에서 12년 간 거주한 한국인 청년 성용운 씨는, 라틴아메리카 민중이 미국에 맞서 저항해 온 역사를 소개했다.
“저는 과테말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원조 ‘바나나 공화국’인 과테말라는 미국 기업 ‘유나이티드 프루트 컴퍼니’가 운영하다시피 한 나라입니다. ... 선출된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거스르자 미국 CIA는 쿠데타를 지원해 그를 몰아냈습니다. 이후 36년간 내전으로 20만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그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리고 심판대에 올린 것은 저 멀리 있는 국제 기구도, 당연히 미국도 아니었습니다. 분노하며 광장에 모여 퇴진을 외쳤던 과테말라의 평범한 대중들이었습니다.”
성용운 씨는 “미국의 개입은 항상 비극을 불러왔고, 그 비극에 맞서 싸우는 주체는 언제나 그 땅의 주인인 민중들”이었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조건적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역사의 주인은 결코 제국이 아닌 우리 평범한 사람들임을 보여줘야 합니다.”
노동자연대 김인식 운영위원은 “악마의 유황 냄새가 진동한다”며 미국의 전쟁을 규탄한 고(故)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밀매범으로 몰아 체포한 것은 오만한 제국주의의 전형입니다.
“마두로는 차베스가 아닙니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볼리바르식 혁명을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적으로 부패시켰습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침공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더 많은 전쟁을 벌이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미국의 침공과 전쟁 범죄를 규탄합니다. 그리고 마두로 대통령의 즉각 석방을 요구합니다!”
김인식 운영위원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여러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조준하고 러시아 유조선을 나포하고 있지만, 이렇듯 트럼프가 무력에 기대는 것이 미국의 강력함이 아니라 더 많은 혼돈을 가져올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침공은 트럼프 정부가 감행한 유일한 군사 행동이 아닙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몇 주 동안 시리아를 폭격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전폭 지지해 왔습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뒷마당에서 벌이는 제국주의적 약탈 행위를 보며, 중국과 러시아도 똑같은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 ‘평화 구상’이라는 가면 뒤에 있는 제국주의의 흉측한 민낯입니다!”
김인식 운영위원은 미국 등 세계 곳곳과 특히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에서 규탄 행동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전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편에서 싸웠듯, 이제 베네수엘라 민중의 편에 설 것입니다. 오직 베네수엘라와 라틴아메리카의 민중만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자신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폭탄이 아니라 복지를!” 참가자들은 함께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질렀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No War on Venezuela(베네수엘라에 대한 전쟁 반대),”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손 떼라,” “도널드 트럼프, 테러리스트”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국 대사관으로 행진했다.
광화문네거리와 광화문 광장을 지나는 동안 행진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행진을 보고 “트럼프 정말 미쳤지” 하는 반응을 보인 사람 등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반감을 표하는 행인들이 여럿 있었다.
미국 대사관 앞에 도착한 대열은 대사관을 향해 팻말을 높이 들고 투지 넘치게 구호를 외쳤다. 행진은 광화문 앞에서 유턴하여 주한 미국 대사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무리됐다. 사회자는 오늘의 행동을 널리 알려 줄 것을 호소하며,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연대 운동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