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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부패한 포스트 마두로 정부는 미국에 맞서 일관되게 싸우지 못할 것이다
민중의 투쟁만이 미국 침략을 저지할 수 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납치 이후 베네수엘라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됐다.

그런데 로드리게스는 납치 당일 ‘마두로 즉시 석방’을 요구해 놓고서는 불과 하루 만에 “국제법의 틀 안에서 공동 발전을 지향하자”고 미국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이는 로드리게스가 마두로 납치 과정을 방조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무리 미국의 CIA와 특수부대가 수개월에 걸쳐 스파이를 침투시키고 마두로의 동선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마두로 체포 과정은 내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베네수엘라 군대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저항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마두로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경호 인력이 베네수엘라인이 아니라 쿠바인들이었다는 보도도 이런 의심을 키우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트럼프 정부가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한 베네수엘라 관리 명단에서도 빠져 있다.

트럼프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극우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국내 기반이 취약한 극우 세력이 아니라 현재 베네수엘라 국가기구를 통제하고 있는 세력과의 합의를 기대하기 때문인 듯하다. “마차도는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델시 로드리게스가 2024년 경제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굳히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 엘리트들, 해외 투자자들, 외교관들과 관계를 쌓아 왔다고 보도했다. 그녀의 오빠이자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도 미국 석유 산업과 월스트리트의 주요 인사들, 공화당 인사들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주류 언론들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미국의 “민간 군사 기업” 블랙워터의 설립자이자 트럼프의 측근인 에릭 프린스가 2019년 11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를 비밀리에 방문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프린스는 마두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거래를 하거나, 정권 교체 시나리오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프린스는 2019년 4월 마두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5,000명의 용병 부대를 사용할 것을 트럼프 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는 통신정보부 장관 재임 중이던 2020년 9월, 트럼프의 측근이자 전 주독일 미국 대사 리처드 그레넬과 비밀리에 멕시코에서 만나기도 했다. 마두로의 ‘평화로운 퇴진’을 협상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협상은 결렬됐지만 로드리게스가 미국 측과 그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관계임을 보여 줬다.

미국 석유 대기업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베네수엘라의 이른바 ‘볼리부르주아지’도 정권의 붕괴보다는 자신들의 재산과 이권을 보장받는 형태의 ‘연착륙’이나 ‘협상’을 선호하는 듯하다.

“볼리부르주아지”는 차베스 정권하에서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을 지칭하는 말로, 베네수엘라 노동운동 지도자이자 트로츠키주의자인 오를란도 치리노는 그들의 성장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차베스와 마두로의 정책은 결국 다국적 자본과 현지 자본의 이익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귀결됐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외채를 상환하고 다국적 자본과 현지 자본을 이롭게 하기 위해 … 임금을 빈곤선으로 떨어뜨리고, 교육 및 의료 재정을 삭감하고 …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지분을 늘리고 노조 조직을 파괴했습니다. 석유 산업은 2019년 1월 트럼프가 제재를 가하기 한참 전에 파괴됐습니다. 국가 주요 경제 부문의 처참한 상황이 낳은 대가는 우리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는데, 최저 임금은 6달러에 불과하고 많은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고 있습니다.”(Venezuelan Voices, 2019.10.30)

해외 자본과 볼리부르주아지의 연계를 보여 주는 한 사례로, 2024년 초 미국 에너지 거물 해리 서전트 3세(공화당의 유명한 자금줄이자 트럼프의 후원자이기도 하다)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로부터 아스팔트 수입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양측 자본가들이 이윤을 위해서 협력하고 트럼프 정부도 이를 용인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중의 저항은 부패한 포스트 마두로 정부 및 볼리부르주아지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출처 Delcy Rodríguez (SNS)

트럼프의 뜻대로 될까?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한동안 “운영”하겠다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를 차지할 미국 석유 기업들을 거명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러한 지배 시도는 베네수엘라 내부에서 정치적 분열이나 무장 저항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포스트 마두로 정부 내에서 혹은 베네수엘라 군대 내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이권을 위해서든 아래로부터의 민중 반란을 우려해서든 말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반제국주의 정서를 더욱 자극하고 반발을 더욱 불러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마두로 정부가 트럼프와 거래를 시도하는 것은 엄청난 불안정과 폭발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트럼프도 이를 염두에 두고 “2차 공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한 듯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국무장관 루비오는 로드리게스와 내각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이 협력할 것이라고 동시에 밝혔다. 이간질을 위해 회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어떤 형태를 띠든, 베네수엘라에 “민주적 정상화”를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다. 민중의 생활도 더욱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루비오는 마약 밀매를 명분으로 한 석유 수출 금지 조처와 경제 봉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부는 국내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제약하면서 노동자 등 서민층에 강력한 통제와 규율을 부과하려 할 것이다. 미국에 자원을 약탈당한 대가를 베네수엘라 민중이 치르도록 할 것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자 강대국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 대통령 보좌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서실장이었던 알렉산더 B. 그레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가 “서반구에서 외부의 강대국들을 배제하는 것”이며 그 목표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미래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제국주의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에도 달려 있을 것이다.

마두로와 그의 정부는 차베스가 시작한 ‘볼리바르 혁명’ 프로젝트의 급진적 희망을 저버렸다. 그들은 부패한 국가기구에 의존할 뿐 아니라 그것을 강화시켰고, 그 기구들은 자본주의 국가의 일부로서 자본주의적 착취를 강화해 왔다.

자본주의적 관계를 강화한 결과 마두로 들은 반제국주의를 내세우면서도, 다국적 기업들을 매개로 한 열강과의 거래를 강화해 왔다. 현 사태는 그 모순이 야만적 형태로 폭발한 것이다.

트럼프에 맞선 베네수엘라 대중의 저항은 부패한 베네수엘라 정부 및 볼리부르주아지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들이 대중을 배신한다면, 노동계급과 빈민은 자국 정부를 타도하고 자신들의 손으로 새로운 권력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에게 가장 끔찍한 결과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대중과 연대하는 라틴아메리카의 노동계급과 전 세계 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악몽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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