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병합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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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다음 타깃으로 그린란드를 지목했다. 한때 기성 언론은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고 을러대는 것을 어처구니없는 허튼소리로 치부했다.
그러나 미국이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납치하고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고 선포하자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백악관은 이렇게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 국가 안보의 우선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북극 지역에서 미국의 적대 세력을 억제하는 데서 그린란드는 지극히 중요하다.”
트럼프가 그린란드 병합을 노리는 첫 미국 대통령은 아니다.
미국의 그린란드 군사 개입은 그린란드를 식민 지배하던 덴마크가 제2차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점령당한 후 시작됐다.
종전 후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으로 되돌려졌지만, 미국은 그린란드에 확보한 자기네 거점에서 결코 철수하지 않았다.
그린란드는 냉전기 미국·소련 경쟁의 중요한 무대였다. 1946년 민주당 소속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매입하려 했다. 이 거래 시도는 냉전이 끝날 때까지 기밀이었다.
당시 덴마크는 미국의 매입 제안을 거절했지만 미국이 그린란드 북서부에 피투피크 공군 기지를 세우도록 허가해 줬다.
지금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국가 안보의 우선 사항”이고 그곳에 “러시아·중국 배들이 득시글거린다”고 한다.
이는 제국주의 강대국들 간 경쟁이 세계 전역에서 치열해지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트럼프의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이 전략적 방향 조정에 나섰음을 보여 줬다.
이 문서는 중국 등 강대국들과의 경쟁의 일환으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과 그린란드) 지배를 공고히 하는 것에 다시 초점을 둔다. “미국은 적대적 외세의 습격이나 핵심 자산 소유에서 자유로운 반구를 원한다.”
그린란드는 강대국들의 자원 확보 경쟁과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세계 “핵심 광물” 50가지 중 43가지가 여기 매장돼 있다.(아래 기사를 보시오.)
그리고 그린란드는 북극 지역에서 석유·천연가스 매장량이 손꼽히게 많은 대륙붕에 속해 있다.
제국주의자들이 북극 지역의 통제권을 두고 겨루는 것은, 그곳의 항로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1년 중 몇 달은 이용 가능한 북서 항로[북대서양과 캐나다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항로 - 역자]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대체 항로 구실을 한다.(관련 기사: 본지 534호,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북극 쟁탈전’)
파나마운하(트럼프는 이곳도 통제하기를 바란다)에 가뭄이 오거나 정체가 빚어지면 북서 항로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규탄은 거부했던 서구 정치인들이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월 7일 유럽연합 6개 회원국 정상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린란드는 그곳 주민들의 것이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것이고,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문제는 오직 그들에게만 결정권이 있다.”
영국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대해 “사실관계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고 발뺌하더니 이번에는 지체 없이 “그린란드에서 손 떼라”고 선언했다.
이는 그린란드가 전쟁 동맹 나토의 일원인 덴마크의 자치령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에는 1979년에 자치권이 부여됐고 2009년부터는 국민투표와 덴마크 의회의 승인을 거치면 완전히 독립할 권리도 부여됐다.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은 “위협을 중단하라고 미국에게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그린란드 문제를 두고 트럼프의 백악관과 공화당 내에 견해차가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상원 내 ‘나토 옵서버 그룹’을 이끌고 있는 톰 틸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그린란드를 팔지 않겠다고 분명히 한 만큼, 미국은 협정을 준수하고 덴마크왕국의 자결권과 영토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그린란드 합병 위협은, 쇠락하는 미국 제국주의가 최강국으로 남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핵심 광물” 50가지 중 43가지가 매장돼 있고, 미국은 이 자원들을 노리고 있다.
희토류는 첨단기술 제품 생산의 핵심 원료다. 전기차, 풍력 발전기뿐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처럼 스위치로 껐다 켤 수 있는 제품 거의 대부분이 희토류를 필요로 한다.
또, 미국의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프레데터 드론 같은 군용 살상 무기에도 희토류는 매우 중요하다.
희토류는 AI와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미국 안보 프로젝트’는 “AI의 부상”이 경쟁을 격화시켜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희토류는, 현재 기술 경쟁을 최전선에서 주도하는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에 훨씬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고 세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희토류와 희토류로 뒷받침되는 기술들은 미국이 세계 혁신을 주도하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을 상대로 한 이른바 ‘신냉전’에서 승리하려면 미국은 희토류 접근권 장악·확대에 투자해야 한다.”
이 목표를 이루는 데에 그린란드가 핵심이라고 트럼프 백악관 내 다수는 여긴다.
미국 기업들은 그린란드 광업에 이미 지분이 있다. 그린란드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 ‘탠브리즈 프로젝트’ 중에는 AI 반도체칩의 핵심 원료인 갈륨의 잠재적 매장량 개발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미국 기업 크리티컬 메탈스의 주식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실제로 검토했다.
그러나 미국이 그린란드를 접수하면, 그린란드를 거대한 광산으로 바꾸려는 그전의 시도들을 성공적으로 저지해 왔던 토착 원주민들의 권리를 짓밟을 것이다.
미국이 직면한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60퍼센트 이상이 중국에서 채굴되고 90퍼센트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오랜 희토류 중시 전략의 결과다.
1992년 당시 중국공산당 최고 실권자이자 중국 시장 개혁의 설계자인 덩샤오핑은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내몽골 지역을 방문해 이렇게 선언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미국은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었지만 이후 중국 기업들에 추월당했다.
이런 지위 덕분에 오늘날 중국은 경쟁자를 압박할 수단을 갖게 됐다. 예컨대, 2020~2023년 미국은 희토류 수입량의 70퍼센트를 중국에 의존했다.
미국은 채굴 중인 희토류 광산이 하나뿐이다. 그리고 군사 기술에 이용되는 “중(重)희토류”를 처리할 기술이 없다. 그래서 미국은 자신이 채굴한 광석을 중국으로 보내 처리해야 했다.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수입 규제를 강화하자 미국의 이런 취약점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