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전한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살인 만행에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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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자국민을 즉결 처형식으로 살해한 것을 계기로 항의 운동이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고인 르네 니콜 굿의 명복을 빈다.
1월 6일 화요일 트럼프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ICE 요원 2,000명을 투입했다. 다음 날인 1월 7일 수요일, 6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가던 길에 르네 니콜 굿은 ICE 요원들을 마주쳤다. 르네가 그들을 차에서 촬영하자 그들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위협을 느껴 자리를 뜨려는 그녀의 머리에 ICE 요원은 총을 세 발 쏘았고, 그녀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르네가 살해된 곳은 2020년 조지 플로이드가 인종차별 경찰에 의해 살해된 곳에서 불과 1.6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ICE 요원들은 근처에 있던 외과의사가 그녀를 도우러 오는 것도, 구급차의 진입도 가로막았다. 죽이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ICE 요원들은 사건 당일 밤 추모 공간에 놓인 촛불을 발로 차며 조문객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살인마 ICE 요원들의 모습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짓밟는 이스라엘 점령군,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트럼프의 뻔뻔한 거짓말
트럼프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르네가 ‘전문 선동가’이고 ICE 요원을 ‘폭력적이고 고의적이며 잔인하게 차로 치었다’며 이번 살인을 정당방위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을 보면 오히려 위협당한 쪽은 르네였으며, 그녀가 차를 돌리려던 길에 ICE 요원은 없었다.
ICE의 이런 무도한 이민자 단속 작전은 트럼프의 좌파와 노동운동 탄압과도 맞닿아 있다. 다중 위기 속에서 저항을 탄압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취임 직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탄압으로 시작돼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왔다.
미국 전역에서 즉각적인 저항이 일다
즉각적인 항의 운동이 대대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사건 당일 미니애폴리스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철야 시위를 벌였고,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워싱턴 DC, 애틀랜타, 시애틀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1월 9일 금요일에는 지역 주민 1,000여 명이 ICE 요원들이 묵고 있는 미니애폴리스 호텔을 둘러싸고 드럼과 냄비를 치며 “소음 집회“를 열었다.
1월 10~11일 주말에는 그간 전국적 반트럼프 시위를 주최해 온 50501, ‘인디비저블’ 등이 ‘ICE 완전 퇴출 연합’ 집회를 열었다. 집회 호소 하루 만에 미국 전역의 1,000곳 이상에서 집회가 조직됐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왕은 없다(No Kings)’ 집회 등 일련의 반정부 운동으로 구축돼 있는 네트워크가 빛을 발했다.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수만 명,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이 ICE 퇴출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ICE 철수와 함께 살해범인 ICE 요원 조나단 로스 처벌, ICE를 관할하는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놈의 퇴진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는 1월 20일에는 트럼프 2기 임기 시작 1년을 기해 “ICE의 테러를 막아라” 전국 ’셧다운’이 예정돼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면서도 기층의 저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의 미니애폴리스 시장 제이콥 프레이는 국토안보부가 르네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이 “완전한 헛소리”이고 “ICE는 미니애폴리스에서 꺼져라” 하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거리 운동을 자제시켰다. “트럼프는 우리가 강경 대응하기를 원하며 군을 투입할 구실만 찾고 있다.”
또한 프레이는 소음 집회를 지지한다면서도, 집회에서 경찰을 향해 얼음을 던지고 호텔 창문을 깨려 한 일부 시위대를 비난했다. “사유재산을 침해하거나 타인을 해치려는 자들은 구속될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여태까지 지역적으로도, 전국적으로도 ICE의 이주민 단속 및 추방에 반대하지 않았다.
현재 반트럼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디비저블’은 장외 투쟁을 통해 민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 예비 선거에 개입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진보적인 후보를 세운다면 민주당이 권위주의와 파시즘에 맞설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층 운동을 민주당 선거 운동에 종속시켜 기층 운동의 급진성을 삭감하고 운동의 쟁점을 협소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기층 투쟁으로 트럼프의 위기를 심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ICE와 트럼프를 막을 진정한 힘은 기층 투쟁에 있다. 지금은 “차분한 대응”(프레이)이 아니라 강력한 반격이 필요할 때다. 지난 여름 LA에서 분출한 항쟁은 ICE를 LA에서 쫓아냈다. 지난 트럼프 1기를 끝장낸 것도 2020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했지만 좀처럼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복지를 대대적으로 삭감하여 노동자·서민의 생계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가 트럼프를 자동으로 끝장내지는 못한다. 트럼프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저항을 분쇄하려 한다. 이에 맞선 더 큰 저항이 조직돼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를 키워야 한다.
이번 살인 사건을 계기로 일어나고 있는 항의 운동이 그 기폭제가 되기를 바란다.
1월 13일에 1월 10~11일 시위 소식을 추가해 내용을 증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