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생명이다: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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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진주의료원 폐업 시기를 한 달가량 미루겠다고 했다. 경남도의회도 폐업 조례안 처리를 비슷한 시점으로 미룰 듯하다.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병원을 떠난 환자들 중 7명이 목숨을 잃고 저항이 만만치 않게 벌어지자 시간 벌기에 나선 듯하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여론도 여전히 크다.
그러나 이런 말조차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홍준표는 갈 곳 없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쫓겨나 목숨을 잃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자다. 당대표 시절 한미FTA도 날치기로 밀어붙인 주범이다. 홍준표는 “한 달간의 대화는 정상화, 폐업 등 모든 것을 다 열어둔 대화”라고 못 박았다.
따라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하는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 보건의료노조가 밝힌 것처럼 “강제퇴원당한 환자들에 대한 조사와 치료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현재 진주의료원에서 입원치료 받고 있는 환자에 대한 정상진료가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주의료원은 사실상 폐업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홍준표는 이렇게 시간을 끌면 노동자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우파 리더
홍준표가 진료를 중단시킨 뒤 병원을 떠난 환자 1백92명 중에 65명만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나머지는 고통을 참거나 죽을 날만 기다리며 집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담당 주치의들마저 떠나버려 병원에 남겨진 환자 9명도 두려움과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데도 홍준표는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영호남에서 모여든 노동자 수백 명이 도의회를 에워싸 조례안 상정을 무산시킨 뒤에도 하루 만에 도의회를 소집하며 폐업을 밀어붙이려 했다.
우파의 리더로 떠오르고 싶어 하는 홍준표는 진작부터 보편적 복지를 ‘사회적 약탈 행위’라고 비난해 왔다.
우파들이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것은 단지 돈이 많이 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편적 복지가 늘어나면 복지 확대 요구가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후한 저소득층 ‘전문’ 병원이 아니라, 최신 시설에 비용도 저렴한 공공병원이 늘어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공병원을 이용할 것이다. 그만큼 보편적 복지에 대한 지지와 기대도 늘어날 것이다.
반대로 이런 공공병원들이 사라지면 민간병원들과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들에는 호재가 될 것이다. 기업주들의 이윤이 늘어나고 시장 논리가 힘을 받기 때문이다.
일부에게만 혜택을 주면서 나머지 대부분에게 세금과 보험료 부담을 지우면 노동계급 내에 분열도 조장된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복지 확대를 요구할 수 없게 만든다.
홍준표는 이런 그림 속에서 진주의료원 폐쇄를 밀어붙여 왔다.
이런 공격에 성공하면 깊어가는 경제 위기하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사영화)를 추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홍준표가 ‘재정적자’와 ‘강성노조’를 명분으로 삼은 까닭이다. 최근에는 “공공의료는 박정희 시절에 도입한 좌파정책”이라는 황당한 소리까지 하며 공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