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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생명’을 위한 대안:
영국 NHS의 성과와 그것을 지키려는 투쟁

진주의료원 사태는 ‘돈보다 생명’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 점에서 영국의 공공의료 체제를 볼 필요가 있다.

영국은 국가가 책임지고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병원 98퍼센트가 공공병원이다(한국은 6퍼센트). 치료비가 무료라서 “암환자 한 명 있으면 집안이 거덜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무상의료는 결코 ‘돈 먹는 하마’도 아니다. 경제규모(GDP)를 고려했을 때 영국은 같은 돈으로 미국보다 3배 많은 생명을 구했다. 민간 의료기관의 천국으로 알려진 미국이야말로 의료비를 낭비한다.

미국에서는 각종 의료 마케팅, ‘소비자’ 분석, 비용 부담을 둘러싼 법률 분쟁에 막대한 돈이 쓰이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치료비에 포함된다.

영국에서는 의료에서 영리 행위가 줄어든 결과 의사는 환자의 경제력에 개의치 않고 온전히 치료에 집중할 수 있다. ‘항생제 오남용 1위’인 한국과 달리 과잉진료 논란도 훨씬 적다. 다음은 영국 1차 진료 기관 의사의 말이다.

“NHS[영국 무상의료 체계]를 도입하기 전에 우리 의사들은 부유한 환자를 유치하려고 서로 경쟁하고 접대도 해야 했습니다.

“NHS가 없다면 우리가 환자와 맺는 관계는, 영업 사원과 손님의 관계처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환자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전문 지식에 따라 대할 수 있습니다.”

NHS를 도입하면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자긍심도 크게 높아졌다. 한 간호사는 NHS가 처음 도입된 1948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NHS의 일부라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밥벌이 수단이 아니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늘 난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영국 지배자들은 비효율 등 온갖 구실을 내세우며 NHS 예산을 꾸준히 삭감했다. 얼마 전에 죽은 대처의 집권기에 NHS는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NHS 예산과 인력 삭감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초 〈조선일보〉 등은 영국 스태포드 병원에서 환자들이 목이 말라 화분의 물을 따라 마셔야 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그것이 무상의료 탓이라고 떠들었다. 정작 이를 폭로한 보고서는 해당 병원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비용과 인력을 줄인 것을 원인이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무상의료와 공공병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공격하는 정부가 문제였다.

보고서 발표 직후 그 병원은 결국 부도가 났고, 그 때문에 가장 돈벌이가 안 되는 응급실, 산부인과, 소아과를 외주화하려 한다. 그리 되면 환자들은 한국처럼 응급실이 없어 구급차를 타도 30분이나 걸리는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고, 아이를 낳으려면 큰 도시를 찾아야 할 것이다.

4월 20일에는 해당 병원의 노동자들과 그들에게 연대하는 인근 병원 노동자·주민 들까지 3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우리는 의기소침했지만 [스태포드 병원의 문제를 폭로한] 프란시스 보고서를 계기로 다시 투쟁에 나섰습니다.

“스태포드 병원은 시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저들이 외주화에 성공하면 영국 전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병원들이 외주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무상의료 제도뿐 아니라 이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 투쟁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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