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갑을오토텍 현장 보고] 공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
“연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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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이틀째 정문에서 용역,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정문 진입로에서 출입을 통제해 연대하러 온 동지들을 가로막고 있다. 괘씸하게도 경찰은 가족대책위의 출입까지도 며칠째 막아 왔다.
노동자들은 거의 한 달째 파업과 철야 농성을 해 온 터라 매우 지칠 만한데도 사측의 직장폐쇄 이후 규율 있게 움직이고 있다. 기필코 공장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도 높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20년 넘게 일했어요. 회사 이름이나 사장이 여러 번 바뀌었어도 우린 노조를 지키며 싸워 왔어요. 요즘 어느 공장이든 비정규직이 상당한데, 우리 공장엔 비정규직이 없어요. 노조가 좋은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려는 투쟁을 정말 열심히 해 온 거죠.”
"자동차 부품사 중 비정규직 없는 사업장은 갑을오토텍이 거의 유일합니다. 그만큼 잘 싸워 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사용자들에게 갑을오토텍은 완전히 찍혀 있어요. 그래서 또다시 노조를 깨려는 겁니다."
노동자들이 굳건하게 공장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이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어 휴가철임에도 연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늘도 이 투쟁을 지지하는 진보적 목사들이 공장을 방문했고, 금속노조 경주 조합원들과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여러 연대단체들도 계속 함께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한 명도 오늘 갑을오토텍 현장을 찾았다. 그는 “아프리카 티비로 생중계만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며 갑을오토텍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문의했다고 했다.
그는 공장 사수 투쟁을 처음 봤다며, “공장이 멈춰 있는 걸 보니 공장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보인다. 공장을 멈췄으니 반은 이긴 것”이라며 끝까지 투쟁해서 이기기를 응원했다.
투쟁 기금과 물품 지원 등도 이어지고 있다. 연대는 더 확대돼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연대라고 말한다.
“지금은 연대가 확산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는 단호하게 싸우고 있지만 언론들은 우리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지 않습니다.”
"연대가 중요합니다. 우리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갑을오토텍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차, 기아차 사측이 지금 우리의 투쟁을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우리의 투쟁은 현대차, 기아차 동지들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지금 같은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 경찰이 무엇이든 명분을 삼아 경찰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는 일리 있는 예측이다. 정문에 투입된 1백50명가량의 용역 투입만으로는 노동자들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치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투입되더라도 노동자들은 결코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또한, 박근혜가 곳곳에서 군색함을 겪는 상황에서 연대가 확대되고 정치적 초점이 될수록 경찰 투입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이다. 따라서 연대 확대는 공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가족대책위, 연대 동지들과 함께한 감동적인 문화제
소은화
8월 2일 오후, 가족대책위가 직장폐쇄 이후 처음으로 공장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경찰이 공장 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나오는 조건으로 잠시 출입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이겨서 돌아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대책위의 한 분은 “갑을오토텍”으로 오행시를 지어 와 환호를 받았다..
갑: 갑질이 그렇게 하고 싶더냐
을: 을을 우리로 보았느냐
오: 오만한 생각을 하였도다
토: 토악질이 난다
텍: “텍”도 없는 짓 그만해라
공장 정문 안에 잠시 머물렀던 가족대책위는 금방 공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런데 저녁 7시에 갑을오토텍 노동자들과 연대 대열의 문화제가 시작되고 첫 번째 발언이 진행되던 중, 가대위가 공장 안으로 입성했다. 노동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31일 경찰에 의해 공장이 봉쇄된 이후, 사흘 만에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갖게 된 조합원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투쟁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가족대책위 한 분은 이렇게 발언했다. "저 선문대 다리에서 공장 정문까지 이렇게 먼 줄 몰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3일이 걸렸습니다. 갑을오토텍 동지들 뒤에는 가족대책위라는 든든한 백이 있습니다. 절대 물러서지 말고 우리 가족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시기 바랍니다!”
가족대책위와 함께 경찰에 항의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온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의 경찰 규탄 발언도 이어졌다. "조합원의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내일 저 차벽을 철수하겠다고 제게 약속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가족대책위와 함께 떳떳이 싸울 것입니다."
문화제에는 곳곳에서 연대하러 달려온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함께했다. 노동자들은 갑을오토텍 투쟁이, 바로 자신들의 투쟁이기에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속노조 세정지회 지회장은 자신의 아내가 유성지회 조합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동지들의 고통을 저희는 6년 동안 겪었습니다. 저의 아내는 지금도 가위 눌리고, 매일 밤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내에게 투쟁을 그만두라고 할 수 없습니다. 6년을 그렇게 싸웠는데, 어떻게 그만두라고 합니까!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우리가 여기서 그만두어야 합니까! 오늘 연대 동지들이 늘어나니까 용역들이 싹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싸웁니다. 이 투쟁이 마침내 승리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경주발레오에서 해고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일한 지 20년 만에 해고돼 7년째 싸우고 있습니다. 경주발레오 노조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2010년에 처음으로 직장폐쇄를 당했습니다. 창조컨설팅과 사측은 친기업적인 노동자들을 선별해서 공장으로 복귀시키고, 이들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고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임금을 삭감했습니다. 깎인 임금을 만회하려고 해도, 이미 노동조합은 예전의 노동조합이 아니었습니다. 동지들이 바로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갑을오토텍 동지들이 승리한다면, 그 승리는 민주노조의 승리이고, 유성지회의 승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 탄압을 획책하는 자본가들에게 쇠망치를 내려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행히 동지들이 힘차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서울에서, 부산에서, 경주에서, 전국에서 달려오고 있습니다. 가대위 동지들도 힘차게 싸우고 있습니다. 힘차게 투쟁해서 승리합시다!"
갑을오토텍 지회장은 앞으로도 승리의 각오를 잃지 말고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31일에 연행되었던 두 동지가 오늘 다시 우리 품에 돌아왔지만, 아직 한 동지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승리해서, 그 한 동지까지 우리와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투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