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 선거 유세장 현장 취재:
후보들의 색깔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경남지역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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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원 선거가 한창이다. 11월 14일에는 창원에서 경남지역 합동 유세가 있었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는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반대 투쟁 지지를 호소하는 홍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지역에 한국GM과 중대형 조선소들이 있어서 질의응답 시간에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우선, 후보 연설의 핵심 쟁점은 ‘사회적 대화’ 문제였다.
네 후보 중 가장 온건한 성향인 기호 3번 윤해모 후보는 투쟁에 거리를 두는 지도자들이 흔히 하는 말을 했다. “수행 못 할 파업 지침은 내리지 않겠다.” 반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해 놓고도 보잘것없는 비정규직 대책,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 등을 잇따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또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정작 한국GM, 조선업 등에서 이미 있는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투쟁을 내려놓고 대화에 여념이 없어서는 노동자들이 만족스럽게 요구를 성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해모 후보의 주장은 유세 현장에서 큰 지지를 받지는 못하는 듯했다. 다른 후보들보다 박수가 덜 나왔다.
기호 1번 김명환 후보와 기호 4번 조상수 후보는 투쟁과 ‘사회적 대화’가 둘 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유세를 보면 두 후보 모두 대화에 좀 더 무게를 싣는 견해였다.
김명환 후보는 2013년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에 파업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집행부는 기층 조합원들이 보여 준 투지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전진시키기보다 별 성과 없이 파업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김명환 후보는 지금 어떻게 싸워 나갈 것인지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회적 대화를 더 중시하는 듯했다. “우리가 준비돼 있으면 어떤 방식, 어떤 형태든 대화할 수 있다.”(부산 유세)
조상수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경영참여, 산별교섭, 노정교섭으로 기업과 국가, 사회 운영에서 노동자의 역할이 한 단계 높아지는 진보적인 노동 체제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사회적 역할”(위상)은 강력한 대중 투쟁으로 힘을 보여 줄 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선본의 이미숙 사무총장 후보는 민주노총이 얼마 전에 청와대 만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청와대 만찬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과 정규직 양보를 압박하려고 만든 자리였다.(관련 기사: 본지 226호 ‘민주노총의 청와대 간담회 불참을 옹호하며 ― 힘의 기울기 극복은 투쟁으로만 가능하다’를 보시오.)
좌파인 기호 2번 이호동 후보는 사회적 대화보다는 투쟁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는 그간의 투쟁 경험을 들어 말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잘 싸울 자신이 있다.” “투쟁 없는 교섭은 쟁취도 없다”, “사회적 대타협은 노동자 양보[를 강제하기 위한 것이다.]”(선거 자료집)
다만, 투쟁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전술이 필요할지에 관해 아직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GM 고용보장과 직무급 문제
질의 응답 시간에는 두 가지 중요한 쟁점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첫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는 한국GM에서 어떻게 고용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후보들은 대체로 “총고용 보장”을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향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기호 4번 조상수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고용 유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옳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단축할 때 임금과 노동조건이 저하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규직의 양보를 열어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의 ‘일자리 나누기’ 공약은 흔히 그런 방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돼 왔다.
기호 1번 김명환 후보는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노동강도를 줄이고 야간근무, 교대제 개편으로”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임금·조건 저하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면한 비정규직 우선 해고에 맞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그저 “교섭과 투쟁”이라는 모호한 말로 메웠다.
기호 2번 이호동 후보는 변별된 주장을 했다. “노동자 대단결”이라는 원칙에 근거해 “우선 해고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방어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투쟁, 지역의 연대 투쟁, 산업 차원의 연대 투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직무급제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기호 3번 윤해모 후보는 이렇게 답변했다. “복잡한 문제이므로 정책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 임금” 운운하며 직무급제를 추진하는 상황에 비춰 볼 때 다소 맥없는 답변이었다.
기호 1번 김명환 후보도 “잘 모른다”고 답변하면서도, 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함께 임금체계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응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할지, 쟁점이 되는 직무급제는 어떻게 보는지를 언급하지 않아 실속이 없게 느껴졌다.
이와 달리 기호 4번 조상수 후보는 직무급제를 지지했다. “산별노조와 협의해 직무급 내용을 결정하는 유럽형 직무급제[가 필요하다.]” 단, 사회보장이 갖춰질 때까지는 “호봉제와 산업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결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무급제가 ‘공정한’ 임금체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지는 이를 비판했다. 즉, 정부가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려는 것은 무엇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을 노린 것이고, 직무급은 직무에 따른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효과도 낸다.(관련 기사: 본지 228호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임금’은 정말 공정한가?’를 보시오.)
그런 점에서 기호 2번 이호동 후보가 직무급제 도입 시도를 “정규직에 대한 임금 양보” 압박이라고 지적한 것은 옳았다. 그만이 이 점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본지는 여기에 덧붙여, 직무급제가 좀더 ‘평등한’ 임금체계라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운동 일각의 주장을 논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