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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산업재해를 줄이고 제대로 치료받으려면: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래 글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보내 온 편지다. 그는 맑시즘2018(7월 19~22일) 마지막날 열린 '산업재해 ―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건강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연에서 본인의 경험을 발표하려 했지만, 파업 투쟁 일정으로 하루 먼저 울산으로 내려가야 해 발표하지 못했다. 그가 발표하려 한 내용을 정리해 〈노동자 연대〉에 보내 왔다. 

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400여 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지만 여전히 위험이 잠재된 현장입니다.

한때 산재사고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경기 침체를 만회하려고 착취를 강화하고 일을 더 많이 시키며 괴롭히니 산재사고가 더욱 늘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일하면서 위험했거나 다친 경험을 돌이켜보면 공정을 맞추려고 바쁘게 일할 때 나도 모르게 안전을 등한시할 때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산업재해의 가장 큰 원인은 회사가 이윤을 늘리려 노동자를 압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항상 그래왔듯이 노동자의 안전의식이 문제라며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면 잘못한 게 없는 노동자를 잘못한 것처럼 몰아가 산재 처리 대신 공상 처리를 하도록 만들고, 심지어 그냥 일하도록 만듭니다.

저는 맑시즘 이틀 전에 손가락 끼임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는데 그때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관리자는 사고 경위를 물어보더니 쓸데없이 구급차를 불러서 난리가 났다며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그는 진료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진료가 끝난 뒤 저를 부서장에게 데려 갔습니다.

부서장은 자기도 많이 다쳐봤다며 공상 처리를 하기보다는 손가락 안쓰는 일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했을 때는 호선 담당 안전관리가 찾아와 보고 체계를 갖춰서 치료받아야지 구급차 불러서 시끄럽게 됐다고 투덜거리며 다친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노동자가 다쳤을 때 구급차를 불러 진료받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또 그렇게하면 산재 처리를 받는 데 아무런 문재가 없습니다. 노동조합이 굳이 안 나서도 회사에서 알아서 산재자료를 준비합니다.

그러나 산재 처리가 늘어나면 사측은 산재보험료를 더 내야 합니다. 정부의 근로감독도 받아야하니 번거롭고 이런 일들이 이윤을 늘리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회사의 안전 관리 담당자는 다친 노동자에게 보고 체계를 갖추라고 압박합니다. 또 구급차를 불러서 난리 났다며 여러 방면에서 노동자를 압박합니다.

이런 회사에 맞서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압박에 노동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맞서려면 자신을 보호해 준다고 믿을 수 있는 노동조합과 활동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에서 얼마전 한 노동자가 손가락을 골절 당했습니다. 그 노동자는 다친 다음 제가 느낀 압박을 더 크게 받아서 구급차를 안 부르고 그냥 오토바이 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한 번 빈틈이 생기니 회사는 산재대신 출근하도록 회유 협박했습니다. 엑스레이 찍을 때마다 손가락이 기형으로 변하는 게 보이는 데도 말입니다.

그 노동자는 주변에 있는 대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노동조합은 못 믿어도 이 사람은 믿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신뢰받는 대의원이었습니다. 이 대의원은 회사가 산재를 은폐하려고 회유·협박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확보해 주변 노동자들에게 폭로하고 노동조합과 함께 회사와 정면으로 맞서 싸워 회사가 산재처리를 진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산재은폐를 막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산재 예방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어용노조 12년을 끝내고 민주노조가 들어선 뒤 사측과의 협상에서 작업 중지권을 따냈습니다. 이 작업중지권으로 현장 활동가들은 회사가 위험하게 일 시킬 때 막을 무기가 생겼습니다.

또 대의원에게 주 5시간의 현장점검시간을 따냈기 때문에 회사측 담당자에게만 맡기지 않고 활동가들이 조합원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사측 안전 관리 담당자는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중지도 가능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아직 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노동자가 겪는 위험의 배경에는 회사의 이윤 추구가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수 있도록 이윤이 아닌 필요에 의한 생산을 하는 사회가 되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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