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여성과 남성 노동자가 단결해 성차별과 노동개악에 맞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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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7년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63.2퍼센트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 통계 발표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해 온 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중도 여전히 높다. 최근 OECD는 한국의 저임금 여성 노동자 비율이 35퍼센트로 2017년 통계가 있는 8개국 중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OECD의 저임금 기준은 노동자 중위 임금의 3분의 2를 못 받는 경우다.
문재인 정부는 높은 성별임금격차와 여성 저임금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채용 성차별 대책도 실종 상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양질의 일자리 확충, 양육 지원 등에 대해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공공보육시설 부족, 주택난이 여전히 심각하다. 그래서 노동계급 여성들이 직장과 집에서 시달리는 이중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
도대체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절실한 요구들은 뭐 하나 진척된 게 없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성평등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의 ‘페미니즘’이 말뿐이었음이 지난해 많은 여성들에게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는 긴축 정책과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며 노동계급 여성들과 그 가족의 삶을 악화시키고 있다. 거듭된 최저임금 개악으로 여성 노동자 다수의 임금이 삭감됐다. 그 밖에도 기업들이 해고, 임금 삭감, 노동시간 연장 등을 마음껏 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복지 예산을 찔끔 늘리고는 공공요금을 인상했고 국민연금 개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성평등 실현은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노동·생활 조건의 개선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저임금 해소, 양질의 일자리, 동일노동 동일(가치)임금, 공공보육시설·공공임대주택·공공병원 대폭 확충 등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투철한 정부·기업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로는 이런 조처들을 도입할 수 없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일각에 있는 그런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지배계급의 노동계급 이간질에 이용될 뿐이다.
지배계급은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자 여성과 남성을 더욱 이간질하려 할 것이다. 노동 개악과 성차별에 맞선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의 단결된 투쟁이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세계 여성의 날’의 전통
세계 여성의 날은 독일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인 클라라 체트킨이 1910년 제2인터내셔널 국제노동여성회의에서 제안해 1911년부터 기념되기 시작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여성 방직 노동자 1만 5천 명이 벌인 행진을 기념하며 노동계급 여성들의 투쟁을 고무하려는 것이었다.
미국 사회당은 뉴욕의 여성 노동자 투쟁에 자극 받아 1909년 2월 28일에 첫 번째 ‘전국 여성의 날’을 선언했다. 그 해 11월, 뉴욕의 여성 방직 노동자 2만 명이 13주 동안 파업을 벌여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이 파업은 미국 여성 노동자 조직화에서 전환점이 됐다.
1917년 러시아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에 일어난 파업과 시위가 차르를 무너뜨린 2월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10월 혁명 승리 뒤 노동자 정부는 세계 최초로 낙태를 합법화하고 가사와 양육의 사회화 등 급진적인 여성해방 조처들을 도입했다.
한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한 이래 여성 노동자들은 크고 작은 투쟁을 벌여 왔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가 증대하면서 노동계급의 일부로서 여성들의 잠재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이후 노동자 운동이 전진하는 가운데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는 조직 노동계급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계급 여성들이 대거 참가한 투쟁도 일어났다. 한국 여성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운동이었던 불법촬영 항의 운동 참가자의 다수가 젊은 노동계급 여성들이었다. 미투, 낙태권 운동도 노동계급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총은 오늘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해마다 민주노총이 개최해 온 여성노동자대회를 올해 처음 전국노동자대회로 치른다. 남녀 조합원 모두의 참가를 독려하는 취지다. 민주노총은 고용 과정에서의 모든 성차별 해소, 성별임금격차 해소, 성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직장 내 성희롱 반대, 여성 노동자 조직화 확대 등의 요구를 내걸었다.
정부와 기업주들의 공세와 이간질에 맞서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이런 방침은 옳다.
좌파는 노동자 운동이 차별받는 여성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착취와 차별에 맞서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강화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2019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 일시: 3월 8일(금) 오후 2시
- 장소: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
- 주최: 민주노총
낙태, 왜 노동계급의 쟁점인가?
4월 초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판결을 앞두고 낙태 합법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낙태죄 폐지와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3월 9일(토) 비웨이브 주최의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가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다. 3월 30일(토)에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의 집회가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개최된다.
낙태권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쟁점이다. 낙태가 불법화된 나라뿐 아니라 스페인, 미국 등 낙태가 합법화된 나라에서도 여성들이 낙태권 후퇴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낙태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일 뿐 아니라 계급적 쟁점이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낙태가 불법인 상황은 부유한 여성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낙태가 합법화된 해외에 나가 시술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태 불법화는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높은 낙태 비용이 대표적이다. 최근 〈여성신문〉이 병원 7곳에 문의한 낙태 수술 비용은 임신 7주의 경우 80만~100만 원 수준이었다. 임신 13주에는 100만~180만 원으로 뛰었다. 이런 비용은 낙태를 원하는 노동계급 여성들에게 실로 막대한 부담이 된다.
낙태 불법화로 여성 노동자들은 낙태 후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일터에 나가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몸이 축날 수밖에 없게 된다.
여성의 요청에 따른 낙태 합법화가 필요하다. 사유와 기간 제한, 상담 의무화 등의 제한 없이 여성의 낙태권이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낙태 수술은 의료보험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돼야 하고 낙태약도 마찬가지다.
낙태죄를 없애고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받으려면 낙태권 운동이 앞으로 크게 성장해야 한다.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지난해 국민투표를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낙태가 합법화됐다. 이것은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대중운동이 거둔 성과다.
여성 임금 노동자 증가, 사제 성추문 등 가톨릭의 위신 추락, 대중 의식의 변화 등 사회적 변화 속에서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대거 동참한 낙태권 운동이 수년간 일어났다. ‘이윤보다 인간을’ 소속 아일랜드 사회주의자들의 주도력이 핵심적 구실을 했다.
한국에서도 낙태권 운동은 노동계급의 여성과 남성이 대거 동참하는 대중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럴 때 낙태 합법화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19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
- 일시 : 3월 9일 토요일 오후 2시 - 6시
- 장소 : 서울 보신각 앞(종각역 4번 출구)
- 주최 : 비웨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