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가톨릭 교회, 낙태권 운동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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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아일랜드 사회주의자 특별 기고: 아일랜드에서 낙태권 옹호 투쟁이 성장하고 있다”를 읽으시오.
근 1백50년 동안 가톨릭 교회는 아일랜드 사회 전체를 지배했다.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는 가장 보수적인 가톨릭 교회였고 그 지배는 잔혹했다. 교회가 운영하는 ‘엄마와 아기의 집’에서는 이른바 “
상황이 언제나 이랬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태고”부터 이어진 전통도 아니고, 아일랜드인의 유전자 탓도 아니다. 아일랜드인 대다수가 예로부터 가톨릭 신자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톨릭 교회가 이처럼 강고한 지배력을 구축한 것은 1840년대의 대기근으로 1백만 명 이상이 아사하고 그 밖에 수백만 명이 해외로 이주하면서 아일랜드 인구가 거의 반 토막
기근은 아일랜드의 가족 구조를 바꿔 놓았다. 결혼 연령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중년 이상의 남성이 자신보다 젊은 여성
교회는 이처럼 결혼을 늦게 하는 상황에서도 혼전순결이 지켜지도록 성생활을 단속했다.
가톨릭 교회의 장악력은, 1916~22년 아일랜드 혁명을 패배시킨 반혁명의 결과로 더욱 강해졌다. 아일랜드 혁명은 1917년 러시아 혁명, 1918~23년 독일 혁명, 그리고 1919~20년 이탈리아의 “붉은 2년”을 포함한 국제적 혁명 물결의 일부였다. 1916년 사회주의자 제임스 코널리와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패트릭 피어스가 이끈 부활절 봉기로 시작해 대중 파업과 노동자들의 점거와 지역 소비에트 수립, 그리고 10만 명을 아일랜드 공화국군
이후 영국-아일랜드 협정
아일랜드공화국에서 부르주아지와 가톨릭 교회가 맺은 동맹은 구체적으로 두 인물의 동맹 관계로 나타났다. 바로 에이먼 데 발레라 총리
가톨릭 교회는 아일랜드 시민사회의 거의 모든 측면을 쥐락펴락 했는데, 특히 교육과 병원 운영을 틀어쥐었다. 교회의 이데올로기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관계 일반
북아일랜드의 병합파와 개신교파는 “로마
아일랜드의 변화
아일랜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가난했으며 교회의 지배가 계속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래 경제 발전과 꾸준한 투쟁에 힘입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났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켈트의 호랑이”라 불릴 정도의 경제 호황 덕에 아일랜드는 탈바꿈했다. 가톨릭 지배의 근간을 이루던 농경 사회구조를 허무는 거대한 규모의 도시화가 일어났다. 또 대대적인 이주민 유입으로 다문화 사회가 됐고, 무엇보다 여성들이 대규모로 일터에 진출했다.
여성 노동인구는 1996년 48만 8천 명이었는데 1971년과 비교해 21만 3천 명 많아진 것이다.
물론 변화가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벌어진 대중 투쟁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낙태권을 부정하는 8차 개헌이 통과된 지 9년 뒤인 1992년 초, 이른바 “X 사건”이 떠올랐다. 2월 19일, 당시 법무장관은 14세 소녀
정부의 대응에 전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수많은 젊은 여성과 남성이 연일 밤낮으로 거리에 나와 “영국에 가도록 X를 내버려 두라”고 외쳤다.
이 승리는 크나큰 돌파구를 열었고, 새로운 분위기 속에 가톨릭 교회의 뿌리깊은 위선들이 하나 둘 폭로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주교인 에이먼 케이시에게 혼외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의 파트너를 통해 드러났고, 정절을 설교하기로 유명한 또 다른 신부는 그의 ‘가정부’와 두 아들을 낳았음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차별적인 구체제에서 신부나 수녀에게 신체적·성적 학대를 당했던 피해자들이 증언할 용기를 얻었다.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자 한 주가 멀다하고 신부들의 체포 소식이 언론을 장식했다. 1993~97년 아일랜드 각지에서 신부들이 강간이나 성적 학대 혐의로 잇따라 법정에 섰고 피해자 중에는 8세 어린이도 있었다. 더욱이 교회 당국은 범죄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 아동을 보호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기는커녕 대개 교회를 보호하고 범죄자들이 처벌을 면하도록 힘썼음이 드러났다. 교회의 도덕적 권위는 재기불능으로 실추됐다.
성에 대한 태도에 일어난 극적인 변화는 2015년 출생한 아이 10명 중 4명이 혼외 출생자이며 이 가운데 59퍼센트가
그러나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아일랜드를 지배해 온 양대 정당인 피네 게일과 피아나 페일은 자신들을 “현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정당으로 포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