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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인터뷰:
“제주 영리병원 취소, 의료 영리화 반대 운동의 승리”

4월 17일 제주도(도지사 원희룡)가 제주 영리병원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공론화조사 당시부터 영리병원 반대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만나 이번 결정의 의미와 이후 과제에 대해 들었다.

한마디로 도민운동과 의료 민영화 반대 운동의 승리입니다. 그것도 연속 두 번 승리예요. 먼저 공론조사에서 승리한 바 있고, 우파와 원희룡 도지사가 이를 뒤집고 재추진한 것을 취소시켜 한 번 더 승리한 것이죠. 특히 문재인 정부의 방관과 방조 속에서도 승리했으므로 온전한 운동의 승리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영리병원, 의료 민영화에 함부로 손 대는 정치인은 자살골을 넣는 것이라는 게 입증된 것이기도 하고요.

원희룡 도지사도 어느정도 반대를 예상했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제주도 개발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얘기가 먹힐 것이라고 여겼던 듯해요. 제주도민들과 반대 운동을 우습게 본 거죠.

그러나 원희룡 도지사가 공론조사를 어기고 강행하자 반대 여론이 치솟고 반대 운동도 만만치 않게 벌어졌어요. 제주도에서는 공론 조사 결과를 어긴 것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올해 설에 76퍼센트나 됐어요. [도지사] 소환운동 찬성 여론도 46퍼센트나 됐어요.

제주도에서는 도지사 소환운동도 준비되고 있었어요. 영리병원 반대 운동뿐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제2공항 반대 운동에도 힘을 모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원희룡 도지사는 영리병원 반대 운동이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여러 운동들의 구심점 구실을 하게 될까 봐 상당히 압력을 받았을 거예요.

반대 운동은 결국 [중국] 녹지병원의 국내 파트너를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어요. 청문 과정에서 녹지 그룹이 밝혔듯이 말이죠. 국내 파트너는 더 밀어붙였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겠다 싶었을 거예요. 결국 운영할 사람이 없어지면서 허가 취소 쪽으로 가닥이 잡혔을 겁니다.

요컨대 이런 운동들이 영리병원 허가 취소라는 결과를 얻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원희룡의 거취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원희룡은 영리병원 허가를 내주면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그 결정이 “침체된 국가 경제 활성화, 새로운 의료관광 산업 육성, 행정에 대한 국제신뢰도 확보, 한·중 국제관계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끝까지 변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 중 어느 하나도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 밝혀진 것 아닌가요? 한·중 관계가 자기가 해결할 문제가 아닌 건 당연한 거고요. 정치적으로도 틀렸고 무능했음을 자기고백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주도지사로는 완전 자격이 없음이 드러난거죠. 퇴진 운동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는 이번 투쟁의 초기부터 주력 부대로 나섰다

앞으로도 소송은 계속될 겁니다. 일단 행정소송이 하나 걸려 있어요. 녹지그룹 측이 ‘조건부 허가’를 취소하거나 아예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걸어 놨어요. 허가 취소 결정 이후에는 또다른 소송도 제기될 수 있어요. 손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있을 수 있고요. 민사소송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분쟁조정(ISDS)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녹지 측이 국내 소송에서 이기기는 어려워 보여요. 녹지 그룹이 제시한 사업계획서 자체에 외국인, 그중에서도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니까요.

또, 소송이 계속되면 청문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사업계획서 자체가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겁니다. 그런데 청문 과정에서 녹지 측이 스스로 털어놓았듯이 병원 운영 경험이 없다는 문제도 여전하고요. 우회 투자 의혹도 커요.

법원도 현재 영리병원에 대한 여론, 사법부에 대한 여론을 고려했을 때 영리병원 허가 판결을 내리기는 적어도 당분간은 어려울 거라고 봐요.

“연쇄살인범은 잡히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녹지그룹 측에 그나마 가장 유리한 소송은 한중FTA상의 투자자국가분쟁조정(ISDS)인데요. 지금 녹지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에서 한국정부 대리인을 맡고 있어요. 그런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춘 태평양이 맡았다는 건 실제 ISDS로 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죠.

물론 녹지그룹 측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구는 것은 웃기는 거죠. 사실은 자기들이 돈 벌려고 영리병원을 추진한 건데, 녹지가 번 돈은 세제 혜택만 해도 수백억 원이에요.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일부 손실은 자기들이 책임져야죠.

어쨌든 이렇게 되면 중앙정부가 소송 대상자가 돼요. 따라서 중앙정부가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책임있게 나서야 해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데 행정소송의 당사자이기도 해요. 손해배상소송을 해도 JDC가 당사자가 될 거고요. 애당초 영리병원은 JDC가 하자고 한 거니까요. 녹지 측은 보건복지부가 승인해 놓고도 사업을 취소한 것을 계속 문제삼을 거예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이윤선

의료 영리화 반대 운동은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최근 추진되는 여러 규제 완화에 맞선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합니다. 최근 문제가 된 인보사[코오롱생명과학의 연골 치료제] 사태는 지금 추진되는 규제 완화 법들이 얼마나 황당한지 보여 줍니다. 약 같지도 않은 약을 정부가 허가해주고 실제 환자들에게 투여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도 제조사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식약처가 감싸기도 하고 완전히 엉망진창이에요. 그런데 규제를 더 완화하겠다는 법이 3월 임시국회에서 법사위를 통과할 뻔했어요. 인보사 문제 때문에 법사위 제2소위에 계류됐죠.

또, 제가 다른 글에서 ‘연쇄살인범은 잡히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는다’ 하고 쓴 적이 있는데요. 영리병원 설립 시도도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얼마 전 민주당 의원들이 제주도에 연수를 가서 영리병원은 절대 안 된다고 한마디씩 얘기했어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현 정부에서는 영리병원 더는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근거인 경제자유구역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하자는 얘기는 전혀 안 해요. 당정청 협의에서도 녹지국제병원에 개입하지 않기로 결의했어요. 이건 민주당이 말만 할 뿐 영리병원을 막지 않겠다는 거예요.

지난해 8월 경총이 정부에 규제완화 건의사항 9개를 전달했는데 그중 첫째가 영리병원, 둘째가 원격의료 허용이었어요. 최근 정보통신부장관은 원격의료, 빅데이터 등 규제 완화가 꼭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고요. 이처럼 영리병원과 의료 영리화는 자본의 관심사 중 상당히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에 절대 멈추지 않을 거예요.

병원, 보험사, 통신사 등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투자해 놓은 자본들도 있죠. 그러니 또 시간을 끌다가 1~2년쯤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죠. 원희룡이 도지사를 하는 동안에는 좀 어렵겠지만요.

녹지국제병원의 공공병원으로의 전환 요구는 지지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의미있는 일이고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제주도를 찾아 4·3항쟁 트라우마 센터를 언급했는데 녹지병원을 그렇게 활용하는 방안도 있죠.

어쨌든 국민의 생명만은 철저히 지키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을 어기고 있어요. 이 문제에서 만큼은 박근혜와는 달라야 한다고 뽑아 준 대통령이 추진하는 규제 완화·의료 영리화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규탄하는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