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안지중 첫 공판:
트럼프 방한 항의 시위가 ‘질서 문란’이라는 문재인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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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트럼프 방한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과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의 1심 공판이 5월 15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23단독)에서 열렸다.
두 사람은 트럼프 방한에 반대하는 항의 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2017년 11월 7일 광화문에서 경찰이 금지 통고를 했음에도 집회 개최를 공모했고, 트럼프가 탄 차량이 지나갈 때 참가자들이 물병·야광봉·팻말 등을 던지도록 유도했다며 이것이 질서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방한 당시 문재인 정부는 주요 장소에서 집회와 행진을 금지했다.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방한에 항의하는 수천 명이 모여서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서 항의의 목소리를 이어 갔다. 이 시위는 제국주의 반대라는 점에서, 그리고 당시 트럼프가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운동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의 검찰이 1년 반 전 집회를 문제삼아 그 조직자들을 돌연 기소한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최근 심상치 않고 우파가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일이다. 문재인이 우파의 기를 살려 주는 일을 또 하는 것이다. 이 재판의 중요성을 보여 주듯 20명이 넘는 방청인들이 법정에 모였다.
최영준·안지중 씨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번 재판의 변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종훈·김종보·서채완 변호사가 맡았다. 첫 공판에 변호인단이 모두 참석해 검찰의 공소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변호인들은 2017년 11월 7일 집회에 대해 경찰이 제한 통고를 했을 뿐 금지 통고를 하지 않았으며 제한 통고한 장소에서 집회와 행진도 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경찰의 금지 통고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법률 상 금지 기준에도 맞지 않고, 48시간 이내에 금지 사실을 집회 신고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경찰 측의 집회 금지 통고는 절차적으로도 적법하지 않고, 최영준·안지중 씨가 그 내용을 위반한 바도 없다는 것이다.
반제국주의 운동 입막음
검찰은 광화문 광장 안에서 당시 시위 일부 참가자들이 물병과 팻말을 던졌다며 이것이 마치 폭력 시위인 양 묘사한다. 그리고 구호를 외친 것이 이런 행위를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집회는 노동자, 학생,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해 매우 평화롭게 진행됐다.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후 1시 광화문광장 남단, 오후 3시 삼청동 거리, 오후 7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규탄 발언과 구호 제창을 이어 갔다. 참가자들은 팻말과 배너를 들며 항의의 의사를 표시했다.
경찰은 물병을 든 행인을 막아서고, 광화문 광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를 막고서 검문을 했다. 경찰은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타지 않고 서 있다고 행인들은 검문하고 인도 안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급기야 트럼프가 탄 차량이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 경찰은 집회장 안까지 밀고 들어와 참가자들을 광장 구석으로 억지로 몰아넣었다. 그래 놓고 얼토당토않게 주최측에게 폭력 혐의를 뒤집어 씌워서 반제국주의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것이다.
핵항공모함과 전투기를 한반도로 몰고 오며 불안정을 부추긴 트럼프야말로 폭력적이고 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주범이다. 이런 자를 보호한다며 광화문 광장에 차벽을 치고 집회를 방해한 문재인 정부가 “촛불 집회의 질서 의식” 운운한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피억압 대중이 전쟁광 트럼프에게 분노를 표현한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검찰이 두 사람의 구호 선창을 문제 삼는 것도 대중 시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물병 던지기 같은 개별 행동이 아니라 집단적 항의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집회에서 단체로 구호를 외치는 것인 데 말이다. 일부가 물병 등을 던졌다 한들 트럼프에게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사회자에게 묻는 것도 온당치 않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이런 행위가 있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2016년 유엔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유엔 특별 보고관이 집회 주최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불법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국제 인권 기준을 제시한 것을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피고 측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의 상당 부분에 대해 증거 채택을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의 부당한 공소에 대해 쉽사리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6월 26일 열리는 재판에서 증거조사를 이어 갈 예정이다. 피고인들은 이번 재판을 계기로 집시법의 집회 금지 및 제한 통고 조항 등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다.
문재인의 검찰은 부당한 기소를 당장 취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