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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주민 탄압, 민주당은 거들었지만 노동자들은 맞섰다

“침대가 있든 없든 수용소는 수용소” 가구 유통업체 웨이페어가 신축 이주민 구금 시설에 침대 납품 계약을 맺은 일을 규탄하며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출처 Union Riot (트위터)

6월 말 방한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휴전선이야말로 “진짜 국경”이라고 칭송했다. 전 세계에서 지상군이 가장 밀집해 있어 “아무도 넘어갈 수 없는” 경계선을 미국-멕시코 간 국경으로 삼고 싶다는 말이었다.

바로 그 국경을 헤엄쳐 넘던 엘살바도르 이주민 아버지와 두 살배기 딸이 안타깝게 익사한 지 1주일도 채 안 된 때였다. 가난과 절망을 피해 온 중미 이주민들을 막겠다고 군대를 보내고 발포를 지시했던 자답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국경 순찰대 CBP는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의 국경 진입을 단속했다. 국제법뿐 아니라 미국 법에 비춰도 위법이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최소 2000명이 즉시 추방돼 기아·빈곤·질병·인신매매의 위협으로 내몰릴 것이다.

용케 추방되지 않고 구금 시설에 갇힌대도 여전히 위태로운 처지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 구금된 이주민 중 최소 24명이 사망했다. 그중 부모와 생이별한 아이들도 있었다. 최소한의 식수·음식·의약품도 없는 수용소에서 이주민들은 폐렴 같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죽어 나갔다.

그런데 6월 26일 미국 상원은 트럼프가 제출한 46억 달러 규모의 국경 통제 긴급 예산 편성 법안을 찬성 84표 대 반대 8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공화당과 다른 척했지만, 이주민 단속 예산 통과에는 한통속이었다.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가결된 이 법안은 다음 날인 27일 하원에서 찬성 305표 대 반대 102표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이라서 얼마든지 법안 통과를 저지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대표이자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포괄적인 이민법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이주민 단속 예산안도 트럼프 안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었다.

1년 반 전에 30년래 최대폭의 부자 감세를 가결하는 데 뜻을 같이했던 민주·공화 양당이 잔혹한 국경 단속, 이주민 사냥, 야만적 수용소 건설에도 뜻을 같이한 것이다.

“침대가 있든 없든 수용소는 수용소”

트럼프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민 단속에 도전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노동자들이었다.

6월 26일, 미국 유명 가구 유통업체 웨이페어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웨이페어가 신축 이주민 구금 시설에 침대 납품 계약을 맺은 일을 규탄했다. 파업 노동자들은 납품 계약 철회, 철회 불가 시 수익금 전액을 비영리 단체 ‘난민·이주민 교육·법률 서비스 센터’(RAICES)에 기부할 것 등을 요구하며 웨이페어 본사 건물을 둘러싸고 시위를 벌였다.

웨이페어 사측은 침대 판매 수익 절반을 적십자에 기부하겠다며 노동자들을 무마하려 했지만,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침대가 있든 없든 수용소는 수용소다”, “수용소에 아이들 가둔 데서 수익 얻는 회사 필요 없다.”

미국민주사회주의당(DSA) 소속 웨이페어 노동자들이 파업을 주도했다. DSA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이것이 바로 연대의 참모습”이라며 투쟁을 지지했다.

트럼프 정부의 야만적인 이주민 탄압에 맞서 미국 노동자들이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항공사 아메리카에어라인 노동자들도 자사 항공기로 단속 구금한 이주민 자녀들을 수용소로 이송하지 말라고 사측에 요구하며 폭로전에 나섰다.

지난 몇 년간 인종차별에 맞서고 트럼프의 이주민 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런 시위와 운동들이 노동자들에게도 자신감을 줘, 자신의 작업장에서도 중요한 정치적 항의 행동에 나서게 했다. 이런 항의 정서를 의식한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민영 이주민 수용소와 계약한 기업에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래로부터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이 더 전진하기를 바란다. 미국 노동자들의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연대는 한국 노동자·좌파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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