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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보수당의 ‘퍼 주기’ 비난은 노동당 집권 시 장애물을 미리 보여 준다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는 11월 6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이에 대해 논평한다.

[영국] 총선 때마다 보수당은 언제나 노동당을 “무책임한 퍼 주기” 정당이라고 비난한다. 1992년 총선이 대표적인데, 당시 [보수당 대표] 존 메이저 선본은 “노동당의 세금 폭탄”을 운운한 데 이어 “노동당의 이중 청구서 ― ①더 많은 세금, ②더 비싼 물가”를 말했다.

그런 만큼 보수당이 지난 주말에 발표한 문건 〈노동당 집권으로 치르게 될 실제 비용〉에서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이 총리가 되면 공공부문 지출 증가 폭이 향후 5년 동안 1조 파운드[1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별로 놀랄 일이 못 된다. 노동당의 예비내각 재무장관 존 맥도넬은 “보수당이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고 즉각 반박했는데, 정당한 대응이다.

노동당은 대중의 급진적 열망을 불러내야 선거 이후 세력 관계가 불리해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11월 6일 제러미 코빈의 매클즈필드 유세 ⓒ출처 제러미 코빈 (플리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1992년에는 보수당이 비슷한 공격으로 당시 닐 키녹이 이끌던 노동당을 수세로 몰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노동당이 공공 지출 논의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11월 7일 존 맥도넬은 노동당이 집권하면 향후 10년 동안 4000억 파운드[600조 원]를 차입해 “국가 변화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총선 때(2500억 파운드)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이 국가 변화 기금 중 1500억 파운드는 사회 변화 기금으로 교육‍·‍보건‍·‍요양원‍·‍공공주택을 개선할 것이고, [나머지] 2500억 파운드는 녹색 변화 기금으로 에너지와 교통 인프라를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노동당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경제에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런 투자를 통해 “권력과 부의 균형추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바꿔,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 표현은 노동당 좌파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4년에 토니 벤이 작성을 주도한 노동당 선거 강령[대안 경제 전략]에서 따온 것이다.

보수당 정부의 재무장관 사지드 자비드는 노동당 정책을 “공상적 경제학”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그 자신도 정부가 한 해에 220억 파운드까지 공공부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을 완화한 바 있다. 한 싱크탱크는 노동당과 보수당의 공약대로 하면 양당 모두 공공부문 지출을 GDP 대비 42퍼센트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되기 전인 1966~1984년 수준이다.

공공지출에 관한 정치인들의 어조가 왜 이토록 극적으로 변한 걸까? 물론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말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기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주요 목적 중에는 정치인들을 훈육하는 것도 있었다. 1992년 총선에서 닐 키녹이 패배하자 [이후 노동당 대표와 총리가 되는]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앞으로는 “세금 왕창 걷고 펑펑 써 대는 정책”에서 손 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염증

지금의 변화에는 두 가지 심원한 요인이 작동하고 있다. 첫째, 긴축에 대한 대중의 염증이 광범하다. [현 보수당 총리] 보리스 존슨과 그의 책사 도미닉 커밍스는 2017년 총선 당시 코빈이 그런 정서를 잘 대변해 성공했다는 것을 안다. 지금 커밍스는 자비드에게 화가 났다고 하는데, 자비드의 재정준칙이 재정 적자를 3년 이상 지속할 수 없도록 해서 보수당 정부의 감세 조처나 지출 확대 능력을 제약했다는 것이다.

둘째, 더 큰 그림은 주요 경제들이 정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려 갖은 애를 쓰지만 금리는 10년 전 금융 위기로 최저점으로 떨어진 이후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인 즉슨 공공부문 투자를 위한 돈을 저렴하게 빌릴 수 있고 그 돈이 경제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긴축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유로존의 지배자들도 대규모 차입과 지출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예컨대, 그 돈으로 독일의 노후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노동당의 공약은 공상이 아니라 상식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당이 실제 집권했을 때 만사형통일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보수당 정부 안에서도] 총리실의 정부 지출 확대 압력에 재무장관이 저항하는 데서 볼 수 있듯 지배계급의 상당 부분은 옛 신자유주의 교리에 여전히 목매고 있다. 국제적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주에 신용평가 기업 무디스, 채권계의 큰손 핌코는 영국 금융권에 대놓고 경고했다.

만약 노동당이 총선에서 이긴다면, 이런 불평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는 언제나 보수당의 기동 여지가 노동당보다 더 넓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벌써부터 대기업들에게 그저 하드 브렉시트*를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노동당 정부를 환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집권하게 될 경우, 코빈과 맥도넬은 상식 이상의 것을 갖춰야 자신들 앞에 놓인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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