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볼리비아 쿠데타 ─ 신자유주의자들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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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라틴아메리카에서 나쁜 소식이 많이 들려 왔지만, 볼리비아 우파 쿠데타는 지금껏 가장 나쁜 소식이다.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쿠데타에 밀려 사임하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한심한 주장이 제기됐고 심지어 좌파 일각에서도 공유하는데 볼리비아에서 일어난 일이 과연 쿠데타냐는 것이다.
모랄레스는 선거 개표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우파적 상대 후보 카를로스 메사와의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모랄레스 반대파 측이 폭력 시위를 키우자, 모랄레스는 한발 물러서 재선거를 치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메사는 이 제안을 거절하며 일체의 협상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어 경찰이 파업을 벌였고, 공군 참모총장은 모랄레스에게 사임을 “권고”했다. 1960~70년대 쿠데타로 라틴아메리카가 피로 물든 것 같은 일이 (아직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는 분명 쿠데타다.
현 상황은 특히 비극적인데 2003~2005년 당시 볼리비아는 중도 좌파 정부 집권 물결인 “핑크 물결”의 배경이 됐던 운동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21세기 초 중도 좌파 정부들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집권했다. 이는 1970년대 초 이래 사회의 압도 다수를 궁핍하게 만든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반감의 표현이었다.
볼리비아에서 이런 흐름은 대규모 항쟁이 거듭 벌어지는 방식으로 표현됐다. 2000년에 수도 민영화에 맞서 코차밤바에서 벌어진 “물 전쟁”을 시작으로, 2003년 10월에는 천연가스 민영화에 맞서 “가스 전쟁’이 벌어졌다. 이 항쟁으로 당시 대통령 곤살로 산체스 드 로사다가 퇴진했다.
마침내 2005년 5~6월에 벌어진 제2차 “가스 전쟁”으로 산체스 드 로사다의 부통령 출신 후임 대통령도 권좌에서 끌어내려졌다. 바로 그 대통령이 [이번에 대선에 도전했던] 카를로스 메사였다.
수도 라파스 인근 노동계급 도시 엘알토는 두 차례 “가스 전쟁”의 중심지였다. 엘알토에서 벌어진 여러 차례의 대규모 집회, 총파업, 핵심 교통로 봉쇄는 대통령 두 명을 퇴진시키는 데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모랄레스가 이끄는 사회주의운동당(MAS)의 2005년 12월 대선 승리는 이런 거대한 투쟁이 선거 결과로 표현된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진실은, 집권한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은 이 엄청난 운동으로 분출한 염원을 실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랄레스 정부가 볼리비아의 빈곤을 완화시키긴 했지만, 정부의 목표는 제한적이었다.
부통령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는 볼리비아에서 사회주의는 당면 과제가 아니고 “안데스-아마존 식 자본주의”가 목표라고 썼다.
마르크스주의 논평가 제프리 웨버는, 집권한 사회주의운동당은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즈주(州)를 중심으로 한 수출 주도형 농업 자본을 구축하는 데 국가 권력을 주되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민영화 반대 항쟁에서 적잖은 구실을 한] 농민운동은 이런 국가와 자본의 동맹에 종속됐다.
이런 자기제한 때문에 쿠데타 위험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가르시아 리네라는 이렇게 썼다. “볼리비아에서 사회적 계급은 인종적 계층의 형태로 드러나며, 이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볼리비아 사회에는 식민지적 분단선이라 할 만한 것이 그어져 있어 원주민 출신자들은 백인 내지는 백인 혼혈로 여겨지는 사람들에 비해 천대받는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었다. 모랄레스 정부는 2010년 개헌으로 ‘어머니 지구의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켰는데,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규제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약속하는 이 법은 ‘어머니 지구’를 신성시하는 원주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모랄레스가 비틀거리자, 우파는 원주민·노동자·농민들(인적 구성이 상당히 겹친다)이 이룩한 전진을 되돌리겠다고 나섰다. 이는 사회주의운동당 집권을 가능케 했던 대중 운동만을 꺾겠다는 것이 아니다. 계급적·인종차별적 복수에 나선 것이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지아니네 아녜스 차베스의 악명 높은 트윗에서 이를 뚜렷이 볼 수 있다. 아녜스는 이렇게 썼다. “원주민들의 악마 숭배 의식이 사라진 볼리비아를 소망한다.”
16세기에 안데스 산맥을 식민 점령했던 스페인 정복자들이 원주민 집단을 파멸시킬 때 했던 말과 똑같다.
브라질의 강경 우파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베네수엘라 우파 쿠데타 세력들도 이와 같은 인종차별적 계급 적대를 품고 있다.
모랄레스와 가르시아 리네라는 전선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애초에 이들을 권좌에 올렸던 대중 운동이 다시 단결하고 힘을 되찾아 쿠데타를 분쇄하기를 바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