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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좌파 대통령 모랄레스, 군부 쿠데타로 쫓겨나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대중을 위한 진정한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대중을 배신하기도 했다 ⓒSamuel Auguste(플리커)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쿠데타로 쫓겨났다. 군부와 경찰이 쿠데타를 주도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를 배후 지원했다.

모랄레스가 14년 집권 끝에 권좌에서 내려오면서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집권했던 “핑크 물결” 개혁주의 정부들 중 마지막 남은 정부가 제거됐다.

모랄레스는 퇴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쿠데타가 벌어졌습니다. 제게 죄가 있다면 원주민인 것, 노동조합원 출신인 것, 코카 재배 농부였던 것입니다.”

모랄레스는 10월에 볼리비아 대선에서 신승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주기구(OAS)는 이번 선거 결과가 “통계적으로 희박하다”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모랄레스는 재투표를 하겠다고 했지만 우파들은 이를 거부했다. 마침내 군부와 경찰이 모랄레스를 퇴진시켰다.

볼리비아 공군 참모총장 윌리엄스 칼리만 로메로는 모랄레스가 “평화를 회복하려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대통령궁 경호 인력을 비롯한 경찰 병력 일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였다.

원주민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는 2006년 처음 집권한 이래 3선 연임했다.

모랄레스의 사회주의운동당(MAS) 정부 하에서 볼리비아의 빈곤율은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천연가스·광물 채광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이 네 배로 뛰었다.

그래도 볼리비아에는 빈곤이 만연해, 볼리비아인 5분의 1이 영양실조 상태다.

모랄레스는 2000년대 초 원주민 권리 신장을 요구하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며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운동의 일부였다.

모랄레스는 “전부 국유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민간 기업 대부분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모랄레스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의] 볼리비아 천연자원 갈취를 부추겼다.

모랄레스가 농산물 기업과 에너지 다국적 기업의 이해관계를 점차 긴밀히 옹호하게 되면서, 이전에 모랄레스와 동맹 관계에 있던 몇몇 사회운동 세력들도 모랄레스에 등을 돌렸다.

지난해 볼리비아에서는 의사와 광원들이 장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모랄레스는 4선 연임 불가를 결정했던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올해 대선에 출마했다. 쿠데타에 맞서 모랄레스를 지키려는 대중 저항을 찾기 힘든 까닭이다.

그러나 11월 11일 볼리비아 수도 인근 도시 엘 알토의 주요 사회운동 단체 지역빈민운동(FEJUVE)은 [쿠데타에 맞서] 저항을 호소했다. 지역빈민운동은 모랄레스를 당선시킨 사회 운동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엘 알토 지역빈민운동의 지도자는 “자경 위원회를 구성하고, 도로를 봉쇄하고, 무기한으로 단호하게 투쟁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