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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 …:
라틴아메리카 반란이 번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지배계급과 노동자 사이에 격돌이 벌어지고 있다. 10월부터 에콰도르칠레를 강타한 격돌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고 있다.

콜롬비아

에콰도르와 이웃한 콜롬비아에서는 11월 21일부터 6일째 대중 파업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파업 첫날에만 노동자 약 150만 명이 전국 100여 곳에서 파업 시위에 참가했다. 콜롬비아 사상 최대 규모였다. 수도 보고타에서만 수십만 명이 행진해 시내버스 정거장 130곳이 폐쇄됐다.

친미 강경 우파 대통령 이반 두케는 국경을 봉쇄하고 계엄을 선포해 파업과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세 명이 사망했다.

최저임금·연금 삭감 반대, 국영기업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는 이번 파업은 몇 달에 걸쳐 준비된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된 끔찍한 빈곤과 양극화, 처참한 복지 수준에 대한 깊은 분노가 파업 규모와 기세를 더 강력하게 했다.

콜롬비아 11월 21일 파업 집회 ⓒ출처 @REPRODUÇÃO

라틴아메리카에서 넷째로 큰 나라인 콜롬비아는 세계에서 열한째로 불평등한 나라이자 라틴아메리카에서 둘째로 불평등한 나라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가장 높을 때 0.581(2000년)까지 치솟았고 약간 낮아진 최근 통계로도 0.497(2017년)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이나 인도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세계은행 추산)

콜롬비아 경제는 2013년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 이후 크게 침체돼 성장률이 1퍼센트대로 하락했고(2017년에 1.8퍼센트),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전체 인구 약 30퍼센트가 일자리가 없고, 28세 이하 청년 다섯 중 하나는 소득이 전혀 없다. 반면 부자들은 막대한 부를 챙겨, 가장 부유한 세 명의 자산이 연간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와 엇비슷할 정도다.

친미 우파 지배자들이 극단적 시장주의 경제 정책을 권위적 방식으로 추진하며 오랫동안 콜롬비아 정치를 지배해 왔다. 콜롬비아 우파는 이웃한 베네수엘라의 ‘핑크 물결’* 정부에 도전하는 우익 쿠데타를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악명 높기도 하다.

페루

콜롬비아 총파업 바로 전날인 11월 20일에 페루 보건의료 노동자 약 10만 명이 전국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페루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기초 의약품도 없는 보건의료 현실을 규탄하며 올해만도 스무 차례 넘게 지역 규모로 파업을 벌였는데, 이번에는 이웃한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의 저항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전국 규모로 파업 수위를 높였다.

반(反)부패 이미지로 기성 우파 정당과 차별화를 했지만 노동조건 개선에는 인색했던 대통령 마르틴 비스카야는 파업 사흘 만에 허겁지겁 보건의료 예산 증액과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쟁 끝에 의회가 해산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 약속이 법제화되기까지는 난관이 적잖다. 새 의회를 구성할 총선은 내년 1월 말에나 예정돼 있다.

칠레

콜롬비아·페루의 투쟁은 10월부터 거대한 반긴축 투쟁을 이어 온 칠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기도 하다.

칠레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는 항쟁에 밀려 장관들을 전원 경질했지만, 실질적 변화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 또,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하면서도 (현행 헌법의 골격은 피노체트 독재 정부 시절 수립됨) 계엄 상태를 유지하며 시위와 파업을 강경 진압하고 있다.

11월 25일 칠레 국가인권위의 발표에 따르면, 항쟁 진압 과정에서 2808명이 다쳤다. 그중 최소 232명이(4분의 3은 총격에 의한 것이다)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11월 25일 피녜라는 “평화”를 위해 계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앞으로도 강경 진압을 계속하겠다는 의사 표시였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11월 27일 현재 칠레노총은 또다시 총파업을 선포했고, 교원노조 등도 전국적 파업을 선언하며 조합원들의 파업 동참을 촉구해 다시금 온 나라가 파업으로 마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풀뿌리 단체 수백 곳도 노동자들의 파업 참가에 연대해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 항쟁의 새로운 막이 오른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대규모 투쟁 물결은 대륙 전체가 (그리고 세계 많은 곳도) 같은 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08~2009년 경제 위기에 뒤이은 2013년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많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의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한때 ‘핑크 물결’의 일부로 취급되던) 에콰도르의 중도 좌파 정부도, 콜롬비아나 칠레의 극단적 신자유주의 우파 정부도 대중의 생활·노동조건을 공격해 자본주의 경제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공격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빈곤이 커졌고, 노동자 희생으로 이윤을 지킨 지배자들과 노동 대중 사이에 날카로운 긴장이 형성됐다. 경제 상황 악화로 치안이 불안정해진 것도 “이제는 더 버틸 수 없다”는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에 한몫했다. 한 조사를 보면, 비전시(非戰時) 지역 중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50곳 중 47곳이 라틴아메리카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시장 긴축 정책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 하나’가 되어 광범한 분노와 저항에 불을 댕겼다. IMF 긴축 프로그램(에콰도르), 대중교통 요금 인상(칠레), 최저임금 삭감(콜롬비아), 정부의 공공 지출 미흡(페루) 등.

볼리비아

지배자들의 공격은 긴축 정책 추진으로만 한정되지 않았다. 볼리비아에서는 에보 모랄레스의 좌파 정부를 전복시킨 쿠데타가 벌어졌다.

이 쿠데타는 볼리비아 노동자 대중이 약간이나마 누렸던 성과물도 파괴해 볼리비아 자본주의의 이윤을 회복하려는 것이고, 개혁 성취의 진정한 원동력이었던 대중 운동을 파괴하려는 것이다. 여러 모로 올해 초 베네수엘라 우파의 쿠데타 시도와 흡사한 공격이다.(관련 기사: 본지 305호 ‘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볼리비아 쿠데타 신자유주의자들의 복수’)

모랄레스는 멕시코로 도망쳤지만, 대중은 반격에 나섰다. 심각한 빈곤(인구 넷 중 하나가 빈곤선 이하에서 산다)에 가장 혹독하게 고통받은 원주민(대다수가 비공식 노동자·농민)들이 전투적 항쟁을 벌여, 수도 엘알토로 이어지는 석유·공산품 유통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했으며 대형 물류 창고를 봉쇄했다.

군부와 ‘임시정부’는 유혈낭자한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5일 만에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성폭행, 원주민 거주 지역 방화와 공공시설 파괴 등 잔혹 행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볼리비아 원주민 운동은 스스로 무장해 이를 방어하고 있다.

격돌이 심화하자 모랄레스와 사회주의운동당(MAS)은 합의를 통한 사태 수습을 11월 18일에 제안했으나, 군부와 임시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고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24일 임시정부 내무장관 아르투로 무리요는 모랄레스를 테러 조장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에 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대응은 라틴아메리카의 지배계급이 노동 대중의 희생을 발판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대륙을 휩쓰는 항쟁은 아직 운동이 분출하지 않은 나라의 지배자들도 떨게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1월 25일에 이렇게 지적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사회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브라질 정부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공공부문 개혁안 추진을 보류했다.

“칠레에서 콜롬비아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거리 시위가 계속 분출하자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법안을 거둬들인 것이다.”

이 나라들에서 혁명적 좌파는 아직 소규모이다. 그러나 체제의 심각한 위기가 낳은 계급 격돌의 한가운데서 활동하면서 진정한 사회주의 정치를 구축하는 혁명적 좌파의 부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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